정모(42) 국가정보원 법률보좌관실 변호사는 지난달 23일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지 7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검찰 조사 이튿날 동료들에게 “저는 한두 번만 더 가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함께 근무하는 파견검사들과 “뭐 저희를 강도 높게 조사했겠습니까”라며 가벼운 농담도 나눴다. 정 변호사는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은 실무자였다.
그러던 그가 이틀 후엔 사색이 된 얼굴로 출근했다. 정 변호사는 동료들과 산책을 하면서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제가 너무 힘듭니다. 내가 지금 책임지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다. 제가 다 뒤집어써야 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어요.”
그런 그에게 동료들은 “그 사람들(당시 파견검사)이 죗값을 받으면 되는데 왜 네가 모든 걸 책임지게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책임질 일 전혀 없다. 너한테 지시한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지. 너는 지시한 대로 했는데 무슨 책임을 지려고 하느냐. 오버하지 마라”고 다독였다.
정 변호사가 “잘 지내시라”며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하자 한 파견검사는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며 타이르기까지 했다. 정 변호사는 이 무렵 국정원의 검찰 수사 방해 공작을 주도한 옛 파견검사들에게 수차례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