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운동 후기(여자)
일단 글을 시작하기 전에, 스크롤 압박이 심합니다!!! 아주 심합니다!!!!!
요즘 들어 클라라나 유승옥 같은 몸 좋은 여자 연예인들이 화제 되면서 슬슬 운동 시작해볼까? 하는 여자분들이 늘어나는 거 같아, 내 운동 역사를 정리도 해볼 겸 혼자서 3년간의 운동 후기를 써봤다. 노트북으로 혼자 한참 쓰고 나니 마땅히 올릴 곳이 없어서, 누가 볼까 싶지만 여기 한번 올려 본다. 다이어트 글이라면 으레 있는 사진을 기대하는 분들께, 비포애프터 사진은 없다. 사진 찍기를 싫어해서 비포 사진은 없고, 애프터 사진도 마땅히 찍어 놓은 게 없다.
그리고 먼저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나는 운동 시작할 때부터 겉보기에는 마름-보통 정도(실제로는 마른비만), 현재도 마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건 체질과 골격, 그리고 타고난 식성 탓이다. 하지만 겉보기에만 마른 상태였지 실제로는 비만이었고, 그간 운동도 상당히 열심히 했으니 이것 때문에 기만자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ㅜㅜㅜ
아 또, 웨이트가 여성 몸매 개선에 도움이 되는가 여부에 대한 논쟁이 간간히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한테는 분명히 도움이 됐고, 적어도 나 같은 체형에게는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꾸준히 헬스장에 목숨 걸고 나가는 성실한 헬스인들과는 거리가 멀다. ‘3년’이라고 쓰기도 참 민망한 게 운동은 정말 열심히 할 때 주 3-4회, 바쁘면 주 1회 겨우 운동하거나 시험기간이면 한동안 거르기도 했다. 그렇게 한동안 농땡이 치더라도 운동을 완전히 놓지 않고 계속한 기간이라 3년이라고 썼지만, 순수 운동 기간만 잡으면 1년 6개월이나 2년 정도라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재미삼아 깔짝깔짝 유도 태권도 소프트볼 스쿼시 등등 다른 운동들을 한두 달 정도씩 접해 보기도 했지만, 운동의 메인은 어디까지나 근력 운동이었다. 원래는 헬스장에서 기구 운동을 하다가 지금은 맨몸운동 쪽으로 넘어갔다. 아 그리고 인바디 기록이 있으면 좀더 리얼한 후기가 되겠지만 분명 모아놨을 텐데, 실수로 몽땅 버렸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비포애프터 사진도 없고 인바디도 없고 대체 있는 게 뭐야?
#0. Introduction
나는 201X년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키는 169, 몸무게 57-58kg 정도. 여성 몸무게에 대해 감이 없는 남자분들은 모르겠지만 저 정도면 충분히 정상 체중 범위다. 물론 이게 적정 체중인지는 개인의 골격에 따라 다르다. 나는 골격이 전체적으로 약한 편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고등학교 3년 간 운동을 하나도 안 했던 탓에 근육량이 0. 정말 뼈+지방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난 보통 한국 여성들이 고민하듯 상체가 약하고 하체에 집중적으로 지방이 붙는 편이었다. 옷으로 가리면 큰 키 덕에 훼이크로 날씬하다는 소리도 듣고 했지만 당시 청바지 사이즈는 29인치 수준. 즉 대부분의 지방은 허벅지와 복부에 붙어 있었고, 이것 탓에 정말 스트레스가 심했다.
#1기. 2012년 8월-2013년 5월
2012년 중반 쯤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이제 살 좀 빠질 때 되지 않았나? 대학교 가면 빠진다며? 그야말로 거대한 우리 학교 캠퍼스의 특성상 하루에 못해도 한시간 이상 꼭꼭 걸어다니는데 도무지 살이 원하는 만큼 빠질 기미가 안 보이는 것이었다. 입학 때와 비교하면 1-2kg 빠지긴 했는데 겉보기에나 바지 사이즈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때 바지 사이즈가 28반-29 정도?
이러다 어느 날 우연히 ‘다이어터’ 라는 다이어트계의 명작 웹툰을 정주행하고 나서 ‘우락부락한 남자들이나 가는 거’라 생각했던 헬스장에 등록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인바디를 처음 재 봤고, 결과는 대략 복부지방과다, 근육부족, 체중미달, 상하체 불균형, 좌우불균형, 전체적으로 지방 과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신체 밸런스 엉망진창인 마른비만. 이때만 해도 나는 살을 좀 더 빼고 싶었을 뿐 내가 비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꽤 충격이었다.
어쨌든 처음 헬스장에서 트레이너가 알려준 대로 스트레칭 후 싸이클로 웜업을 15분 정도 해 주고, 기본적인 머신 10가지 정도로 하루 웨이트를 하고, 마무리 운동을 하는 식으로 운동을 진행했다. 인바디 결과가 준 충격이 꽤 오래갔으므로 주 3-4회씩 한동안은 꽤 꼬박꼬박 나갔던 것 같다.
이때를 생각하면 정말 그냥 돈 좀 투자해서 한두 달 PT를 받을 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상체근력이 아예 없는 수준이라 체스트프레스, 숄더프레스, 암 컬 등등 상체운동 기구는 최저 무게를 놓고 자세를 잡는 것도 버거웠다. 오리엔테이션 진행했던 트레이너가 큰일났다며 한숨을 쉬었을 지경이다. 제대로 자세도 잡을 줄 몰라 분명 가슴 운동을 했는데 팔이 아프다거나 하는 수준. 사실 그 정도면 일반 기구로 운동 진행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아령운동이나 맨몸운동을 하는 게 나았을 거라고 뒤늦게 생각해 본다. 그 삽질을 하고 있는 사이에 어디 인대나 관절 크게 안 다친 게 참 용하다.
#2기. 2013년 5월-2014년 3월
1년 정도 흐른 후의 몸무게는 54-55kg, 근육량은 표준 수준에 들어갔고 상하체 불균형도 이 때 바로잡혔던 걸로 기억한다. 청바지 사이즈는 27반 정도. 이 시기에 옛날에 입던 바지 종류들을 싹 정리하거나 수선했던 걸로 기억한다.
일 년 남짓 어떻게든 헬스장에 출근 도장을 찍다 보니 슬슬 자세도 잡히고 드디어 어떤 근육에 어떻게 자극을 줘야 하는지 감을 잡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아무리 운동 초보라도 한 두 달만에 감이 잡힌다던데 나는 워낙 근력이란 게 없었는데다 한 차례 다쳐서 오래 쉬기도 했고, 시험기간이나 여행 때문에 농땡이 피기도 하고 했던 탓에 운동 6개월-1년 사이에서부터 이게 확실히 되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한 1년이 지난 때부턴 진짜 슬슬 운동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머신 운동에서 덤벨/바벨운동(흔히 말하는 3대운동 중심으로)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이다. 일단 머신 운동은 운동에 시간 소모가 너무 많았고, 실제 체력 증진 효과나 근육 자극 효과도 적은 것 같아서였다. PT를 안 받아서 보조자가 없는 탓에 무섭기도 하고,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껴서 무리하게 중량을 올리지는 않았다. 중량을 높여서 스쿼트나 데드를 하느니 차라리 25-30kg 정도로만 무게를 올리고 대신 4-50개씩 끊어가며 해서 150개-200개씩이나 그 이상으로 하는 식.
그리고 개인적으로 몸매 변화를 가장 실감했던 게 이 운동 방법을 전환했던 몇 개월 정도의 시기이다. 허벅지와 복부의 군살이 상당 부분 제거되었으며 항상 골칫거리였던 엉덩이 뒤쪽-허벅지 쪽 지방이 상당히 사라지고 근육이 잡히면서 탄력이 생기던 시기. 근력운동 좀 해서 펌핑 오면 헬스장에서 샤워하며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했다. 이 때 바지 사이즈는 26인치로 내려간다. 리x이스 청바지 매장에서 스키니진 입어 보는데 매장 직원과 쇼핑하러 오신 다른 분이 핏 보고 감탄해 주시기도 했다. 운동한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3기. 2014년 초반-현재
2014년 초반에 개인적으로 좀 힘든 일이 있어 몸무게가 51-52kg 수준까지 내려갔었다. 힘든 거랑은 별개로 이 시기에는 정말 여름이 안 오는 게 억울할 정도였다. 허벅지 안쪽에 세로줄이 잡히고 여자 연예인들 사진의 그 11자 복근을 보유했던 시기. 여름만 와 봐라 당장 비키니를 입고 해운대에 가고 페북에 인증사진을 올리겠다고 결심했지만, 그 힘듦이 몇 달 후 사라지는 바람에 여름이 올 무렵 몸매는 그냥저냥 적당(?) 한 수준으로 복구되었다. 해운대도 차마 가지 못했다. 몸매의 마지막 한끗, 특히 ‘복근’을 위해서는 반드시 체중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 때 실감했다. 복근을 보유하신 세상의 모든 남녀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나는 의지가 부족한 일개 오징어에 불과하므로 복근은 다음 생을 기약하기로 했다.
어쨌든 많이 바빠지는 바람에 이 때 운동 방법에도 좀 변화를 주기로 했다. 하루에 두 시간은 가볍게 잡아먹는 운동 시간을 좀 줄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헬스장은 줄이고 서서히 HIIT(Tabata training)쪽으로 운동 방식을 바꿔나갔다. 검색하면 많으니 자세한 설명은 패스, 15분 안에 지옥을 볼 수 있는 운동법이다. 유튜브에서 유명한 마일리 사일러스 운동법 같은 것들이 맨몸 운동이라는 점에서 조금 비슷하긴 한데 타바타 쪽이 훠어어어어어어얼씬 힘들다.
나 같은 경우 기초 체력과 근력이 쌓여 있는데다 운동 목적이 체력 유지+‘적당한’ 수준의 몸매 유지가 목적이었으므로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며 현재는 HIIT로 운동 방법을 완전히 전환하여 유지 중이다. 몸무게는 53-54kg 정도, 가끔 55 정도로 올라가기도 하지만 예전에 입던 26인치 청바지는 여전히 잘 들어가고 요즘은 사이즈가 좀더 줄어든 느낌도 드는 걸로 보아 체중 차이에 비해 신체 사이즈 변화는 크지 않은 듯하다.
운동의 체감 효과
일단 체력이 좋아진다.
대학교 입학 초기에 나는 밤에 충분히 자고도 낮에 수업 시간이면 거의 병든 닭 수준으로 꾸벅꾸벅 졸고 아침에 못 일어나서 지각이나 결석을 다반사로 했었는데, 그게 의지 문제가 아니라 체력 문제였다는 걸 운동 하고서야 깨달았다. 요즘엔 새벽 네다섯 시에 자도 알람소리 듣고 일어나서 아침 수업 가고, 좀 졸려도 참고 집중해서 필기하면서 수업 들을 수 있다. 난 진짜 잠이라는 건 절대 이겨낼 수 없는 건줄 알았는데...... 시험 기간엔 이틀에 네 시간 자도 어떻게든 살아서 돌아다닌다. 아마 생활체력은 체내 근육량과 비례하는 게 아닐까. 장족의 발전이다.
또 매 끼니를 꼬박꼬박 잘 챙겨먹게 되었으며, 아침 식사는 꼭꼭 하고,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군것질을 피하며 야채와 과일과 단백질을 많이 먹는 모범적인 식생활을 하게 되었다. 우유 계란 두부는 나의 친구!
신체적 변화에는 진심으로 만족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해 주니까 일단 피부가 좋아진다. 좋을 땐 기초 화장이 필요없는 수준이다. 근력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굽은 어깨가 펴지고, 자세도 많이 좋아졌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는 생각보다 근력이 많이 필요한데, 등이나 코어 운동으로 근력이 길러지면서 저절로 자세가 교정된 것 같다. 정말 사소한 걷기 같은 일상적인 움직임에서부터 확실히 달라짐이 느껴진다.
코어 쪽 근력이 좋아지면서 수험생 때부터 심하던 허리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플랭크랑 데드리프트가 효과가 좋았다. 실제 가벼운 초기 디스크는 운동으로 호전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다만 데드리프트는 상당히 위험한 운동이고, 디스크 환자가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시행하다가는 오히려 디스크를 악화시킬 수 있으니 디스크 환자라면 당연히 의사나 트레이너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사이즈 변화나 몸매 변화도 앞에서 대략적으로 서술했고, 만족하고 있다. 체중은 2-3킬로그램 정도밖에 줄어들지 않았지만 하체 밸런스와 근육량이 개선되면서 겉보기에는 훨씬 보기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청바지 사이즈는 29인치-26인치로 3인치가 줄었다.
상하 밸런스도 좋아졌다. 운동 시작하기 전엔 앙상한 팔에 지방만 잡히는 거 참 한숨 나왔었는데, 요샌 데피니션이 잡힌다. 무릎 대고 푸쉬업도 힘들었는데 이제 자유자재로 푸쉬업이 가능하다. 올해 목표는 턱걸이다!
운동 신경도 좋아진다. 나는 내가 ‘운동 신경이 없다’ 고 생각했는데, 운동 신경이 아니라 근육량이 없는 거였다. 분명 초-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또래 여자애들보다 운동을 못 했는데 지금은 또래 여성분들을 거의 따라잡는 건 물론이고 처음 배우는 운동인데 자세를 남자분들보다 잘 잡기도 한다. 단거리달리기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코어 근육을 키우면 빨라지가도 한다는 걸 운동 해 보고서야 알았다. 그 외에도 배운 지 한 시간만에 돌려차기 자세를(실제로 해 보면 꽤 어렵다) 깔끔하게 잡아서 사범님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중국 교환학생 시절에 우연히 친구가 하는 소프트볼 팀에 하루 조인하게 됐는데, 비실비실한 중국 남방 남자애들보다 내 타격이 더 좋았다. 진심 공이 아주!! 쭉쭉!!!! 뻗어서 담 넘어가고 이래서 좀 놀랐다. 사실 이건 좀 민망했다.
하지만 운동으로 얻은 모든 변화들 중 제일 값진 변화는 사실 정신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나는 나한테 참 불만이 많았다. 왜 의지가 부족해서 열심히 공부를 못 하는지, 왜 예쁘지 않은지, 왜 이것도 저것도 잘 하지 못하는지. 자존감이 부족하니까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하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게 해 준 게 운동인 것 같다.
감명깊게 본 웹툰 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의지력은 체력의 뒷받침 없이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라는 명대사가 나왔는데, 그야말로 100퍼센트 공감했다. 3년 전의 나는 시험 기간마다 앓아누워 시험을 망치고 평소에도 감기를 달고 살던 저질체력의 여대생이었지만, 이젠 4km 정도는 지금 당장 나가도 가볍게 뛸 수 있는 체력의 소유자로 변모했다. 그 변화만큼이나 인생에 대한 태도도 참 많이 바뀐다. 운동은 남 보기 좋으라고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정말 당연하지만 사실 나 좋으려고 하는 거였나 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그렇게까지 성실하게 열심히 매일매일 안 해도 된다. 그래도 효과 볼 수 있다. ” 이다.
운동 후기를 쓰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불성실하게 운동을 했는데도 굳이 용기를 내서 이 글을 쓴 이유는 이 말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목숨 걸고 운동해서 드라마틱한 변화, 연예인 뺨치는 몸매 유지를 이뤄낸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나는 아프면 그 핑계로 좀 농땡이 치고, 시험이라, 여행가야 돼서, 오늘은 쉬고 싶어서 등등 운동 삘 좀 받으면 몇 주 열심히 하다가도 바쁘거나 하기 싫으면 운동을 뒤로 미루던 인간이었다. 그러다 보면 몇 주씩 쉬기도 하고......
여기까지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운동을 중도 포기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그럼 그렇지’ 하고 운동을 아예 관둬 버리는 데 비해서, 나의 차이점이라면 나는 ‘어이쿠 오래 쉬었네’ 하고 어느 순간 다시 헬스장으로 돌아갔다는 거다. 오랜만에 운동을 하면 분명 몇 주 전엔 들었던 것 같은 무게/횟수가 안 되고, 엄청나게 불타는 근육통에 시달리면서 후회하고 이제부턴 열심히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다시 몇 주간 버닝하고 다시 농땡이 치고..... 이것의 반복이 지난 3년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헬스나 운동으로 좋은 몸을 만들고 싶으면 주 3-4회 이상 나가야 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꼭꼭 헬스장에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나처럼 하면서 적당히 식단 유지만 해도, 분명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걸 말해 주고 싶었다. 완전히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아 그리고 번외. 경험자로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운동의 현실.
1) 지나친 드라마틱함을 기대하면 안 된다.
몸매에는 확실히 타고난 골격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Shut up and squat 류의 비포애프터 사진.... 그 언니들은 전부 서양인이다. 운동으로 키를 크게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골반뼈를 크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애초에 골격이 그렇게 생기지 않은 바에야 운동을 해 봤자 전반적 탄력은 키워지겠지만 그 비포애프터 정도의 드라마틱함은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운동 효과가 하루이틀 만에 나타나는 것도 절대 아니고, 다른 운동을 하지 않은 일반 한국 여성의 경우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한 기본 근력을 기르는 데만 몇 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그야말로 ‘건강과 나의 행복을 위해’ 꾸준히 하다 보면 한-참 뒤에 서서히 미묘하게 개선되는 게 몸매인 듯.
내 기준으로 말하자면, 나는 전체적으로 큰 키에 호리호리해 보이는 체격이지만 자세히 보면 상체가 약한 편+하체는 좋은 편이다. 본인의 타고난 상하체 발달 정도를 확인하려면 관절 쪽의 뼈 굵기를 확인해 보기 바란다. 나 같은 경우 손목은 가죽 손목시계 줄을 항상 제일 안쪽-두번째 정도에 끼울 정도로 가는 편, 이에 비해 하체(무릎이나 발목) 쪽은 아예 뼈 자체가 다른 사람보다 다소 굵은 편이다. 가끔 운동이라고는 하나도 안 하는 타고나길 호리호리하고 예쁜 친구들이 나보다 훨씬 몸매(특히 다리!!!!!!!) 예쁜 거 보면 좀 허무해지기도 한다. (시무룩)
2) 웬만큼 운동하지 않고서야 변화를 아무도 못 알아본다.
정확히는 운동으로 살을 뺀다면 살 빠졌다는 건 알아볼 수도 있는데, 그게 운동으로 뺀 거라는 건 못 알아본다. 인터넷에서 남자들이 운동하는 여자가 좋다, 운동한 여자는 몸매가 다르다 알아볼 수 있다 하는 거? 그거 다 착각하는 거다. 사실 운동하는지 안 하는지 남자들끼리도 옷 입은 상태에서는 구분하기 힘들다. 나만 해도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남자들을 수두룩하게 항상 봤음에도 현실 세계에서 보는 남자들은 아예 준 트레이너급으로 몸을 만든 게 아니라면, 운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하물며 근육량 늘리기 훨씬 힘든 여자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20대 초반 때에는 굶어서 살 빼도 젊음 탓에 탄력 있기는 운동으로 빼는 거랑 비슷하다. 나이 들면 차이가 날까 모르겠지만.
아마 내 생각에 남자들이 좋다는 운동하는 여자란, 가끔 페북에 한강변에서 걷기 운동 하는 셀카 올리는 ‘운동하는 척 하는 예쁜 여자’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한다. 예전엔 딱 봐도 헬스한 지 한두 달밖에 안 돼 보이는 남자들이 민소매에 손목에 스포츠밴드 차고 세상 헬스장은 혼자 다 다니는 표정으로 팔에 힘주고 다니는 거 비웃었는데 이제 왜 그러는지 좀 이해가 된다.
나도 운동한다고 아예 스포츠 브랜드로 도배를 하고 다니면 운동하는 거 좀 알아 줄까 모르겠다. 근데 스포츠웨어는 비싸잖아? (시무룩) 여름에 한창 더울 때 아주 짧은 숏팬츠 입고 나가면 알아 주기도 하던데, 무슨 노출증 환자처럼 사시사철 그렇게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3) 여성들의 가장 큰 질문 ‘가슴 사이즈가.... 작아지나요?’ 에 대해서는, 케바케라고 답할 수 있겠다. 가슴은 지방이니 당연히 살이 빠지면 줄어든다. 이것은 진리. 그러니 당신이 빼야 할 지방이 많은 여성이라면 당연히 손실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는 케이스가 좀 다른데, 운동 전후 사이즈 차이가 거의 없다. 사실 오히려 사이즈상으로 커졌고, 겉보기에는 사이즈상보다 훨씬 나아져서 졸업 후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이 놀라기도 했다. 사실 작아질 게 없어서일지도 모르는데, 운동 전 살짝 모자라는 A컵(한숨) -> 운동 3년 후 풀에이컵이 살짝 넘는다.
여튼, 지방이 빠졌는데도 왜 그럴까 원인을 생각해 봤는데 이유는 크게 4가지인 것 같다.
(1) 엄청 스트레스 받던 고등학교 생활이 끝나서, 잘 먹고 잘 자서 발육이 좋아졌다(?).
(2) 자세가 좋아져서.
고등학교 때는 어깨가 앞쪽으로 구부정하게 굽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웅크린 자세였는데, 현재는 양쪽 어깨랑 목 뒤쪽이 거의 수평, 상체가 곧게 펴진 상태다. 즉 시각적 착각이라는 것. 사실 이게 제일 큰 이유인 것 같다.
(3) 복부 쪽 살이 빠지고 허리가 날씬해지면서 2)에 더해 추가적 착시효과가 있었다.
(4) 아무리 가슴이 지방이라도, 근매스를 키우면 다소 커지는 효과가 있긴 하다.
특히 나 같은 경우 상체근육량이 0에 가까웠기 때문에 가슴 근육 발달로 인한 효과도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 추가적으로 사이즈가 같아도 모양이 잡혀서 업 되는 효과도 있다. 어느 트레이너 여선생님은 양손 모아서 하는 푸쉬업(가슴 중앙에 자극 주기 위한 운동인데, 남성분들은 상체 데피니션 선명하게 하기 위해 많이 하시는 운동) 열심히 하면 가슴 커지니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주기도 하셨다. 선생님 저 선생님 믿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음..... 어떻게 끝낼지 모르겠다. 이걸 다 읽은 분이 계시다면, 정말 수고했고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