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사람들은 잘 모르는, 나만의 공간에서
18화를 보았다.
다 보고 나서 앞의 내용이 좀더 보고싶어
죽죽 넘기며 피아노 치는 부분들을 다시한번 보는 중이었다.
이제 다 보고 나서 집으로 가려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까지 절망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절망을 겪어봤을 리가 없다. 절망이라는 것은 노력한 자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특별한 것이다.
고3이 되어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중요한 전환점인 수능을 앞두고도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
언제나 나는 핑계만을 찾고 있었다.
엄마 때문이라고. 지금까지 내게 엄마가 너무 많은 잘못을 해서였다고.
엄마가 내게 여러 잘못을 한건 맞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로 내가 공부를 하지 못할만한 이유인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글을 써보고 싶었다.
그런데 난 정말로
노력한 적이 있었는가
1~2페이지 분량을 써보고선
아, 역시 난 안돼라고 생각하곤
써놓은 글을 지웠었다.
공부도 열심히 한 적이 없었다.
난 게임에서도, 노력한 적이 없었다.
RPG에서 더 강해지기 위해
AOS에서 더 잘하기 위해서
난 게임에서조차도 노력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집에 걸어오는 길
여운을 조금이라도 오래 느끼고 싶어서
노래를 틀지 않은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왔다.
걸어오면서 올려다본
검게 물들어가는 밤하늘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별들이
날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