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과연 빈볼지시는 김성근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가장 핫한 이슈인 한화의 빈볼사건에 여론이 이리저리 요동을 치고 있다. 관계자들의 한마디한마디에 화살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욕했다가 동정했다가 난리도 아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팬들끼리 치고받고..
순서대로 몇가지를 짚어보면서 정리를 해보자.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고 과연 누구의 지시였는지, 아니면 독단적인 행동이었는지, 고의인지 과실인지 하나하나..
순서상 먼저 고의 여부다.
이건 정황상 의심의 여지가 없는 고의다. 근거는 명확하다. 점수차이가 많이난 상황에서 도루로 소위 말하는 야구매너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것이다.
이게 비매너냐 아니냐는 논외로 치더라도 고의임에는 틀림없다. 이건 한화팬이건 롯데팬이건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두번째 빈볼인데, 이것역시 정황상 고의임이 확실하다. 제구가 안됐다고 말하기엔 1구,2구,3구 전부 몸쪽으로 날아왔고 상대도 황재균이었다. 우연에 우연이 겹쳤다고 하기엔 그 확률이 너무 낮아서 사실 논의할 가치도 없다.
빈볼은 명백한 고의다.
다음은 누구의 지시냐, 아니면 투수의 독단적인 결정이냐 문제다.
사실 이건 당사자가 입을 열기전까지는 추측할 수 밖에 없다.
가장 확률이 낮은건 투수의 독단적인 선택이다. 2군에서 막 올라온 투수가 자기 실력을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퇴장까지 불사하고 그런 빈볼을 던진다는건 상식적으로 맞지않다. 그리고 그정도로 정신이 나간 놈이라면 아예 초구부터 맞춰버리지 3구까지 끌고가지도 않았을것이다. 결국 윗선의 사주가 있었다는 뜻이다.
많은 팬들과 언론이 김감독의 지시로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몇가지 부분에서 석연찮은점이 있다.
첫째, 김감독의 야구철학이다. 이 양반은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안티팬도 엄청나게 거느리고 있는 사람이다. 승부에 너무 집착해서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다는것이다. 5점이상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9회 2아웃에서 투수교체를 하는등 상대입장에선 약오를 짓을 수없이했다. 그리고 그 이유도 명확하다. 야구는 끝까지 어떤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다음경기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승부에 대충은 있을수 없다는게 김감독의 확고부동한 신념이다.
이런 철학을 가진 사람이 1회에 7점차에 도루했다고 2번연속 빈볼을 지시한다는건 납득하기 어렵다. 이 사람이 남이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라는 이중인격자라고해도 이정도하면 중증 수준이다.
그럼 김감독이 아니라면 누구의 오더일까? 가장 유력한 후보는 내가볼때 배영수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벤치클리어링 상황에서 배영수가 유난히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예전에 이병규도 그랬다. 자기가 빈볼을 지시했으니 나몰라라 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객관적으로 봤을때 과하게 행동하는건 뭔가 캥기는게 있다는 반증이다.
두번째, 배영수는 롯데에 안좋은 감정이 있다.
신인급일때 배영수는 롯데 호세에게 죽빵을 맞은적이 있다. 잘잘못을 떠나서 경기에서 상대타자에게 죽빵을 맞고 뻗는 장면이 전국에 중계됐고, 지금도 희화화되고 있는 흑역사다. 게다가 전전날 경기에서 패전은 면했지만, 좋지않은 내용을 보였다. 당연히 감정이 좋을리가 없다.
세번째는 배영수가 투수 최고참급이란 것이다.
빈볼 지시를 내리려면 코칭스탭이 아니면 선수단의 리더쯤 돼야한다.
비록 올시즌 이적했지만, 배영수는 나이나 경력으로 한화에서는 투수 리더역이다. 한화의 간판하면 김태균이지만, 김태균은 야수다. 같은 팀이라도 투수와 야수는 구분해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선배 대접은 하지만 간섭은 자제한다. 고로 투수에게 이런 플레이가 나왔다면 투수쪽 고참의 지시란거다. 거기다 김태균은 첫번째 빈볼때 황재균을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랬던 김태균이 두번째 빈볼을 지시했다면 이또한 정신병적인 이중인격이다.
증거는 없다. 그저 추측일 뿐이다. 배영수가 유난히 흥분했던 이유는 세번째 이유로 갖다붙이면 그가 투수의 리더였기 때문이었다라고 해석할수도 있다.
내가볼때 정황이 그렇다는거다.
어찌됐든간에 이렇게 문제가 확산된건 한화의 잘못된 선택이 원인이다. 빈볼을 던질 상황이 아닌데 연달아 빈볼을 던진게 잘못됐고, 잘못을 했으면 겸허하게 사과를했으면 됐다. 이종운이 인터뷰를 싸가지없게했니 어쩌니하는건 핑계일 뿐이다. 똑같은걸 보고도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게 개인차이다. 이건 어쩔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식선이란게 있다. 실수로 그 선을 넘어갔다면 빨리 사과를 하고 수습을해야지 계속 거기서 뛰놀고 있으면 어쩌자는건가.
롯데가 CCTV 사건으로 개욕을 먹은건 행위도 행위지만, 책임을 선수들에게 떠넘기는 발언을 했기때문이다.
김성근감독이 당장 옷을 벗을수도 있다는 강경한 발언을 하고있는데 한편으론 이해가 되지만, 한편으론 자기를 지지하는 여론에 투정부리는걸로 보인다. 김성근이 SK를 떠나서 야인생활을 하면서 그의 야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반대로 숨죽이고 있던 안티들 또한 언제든지 다시 튀어나올수 있다.
김성근의 이미지는 동전의 양면이다. 꼼꼼함이 비정함이 될수있고, 하드트레이닝이 혹사가 될수 있다. 똑같은걸 어느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일수 있다. 굳이 논란을 만들어서 다른면이 부각되게 만들 필요가 없다.
올시즌 한화는 긍정적인 요소들로 가득찼었다. 김성근의 복귀와 FA영입, 혹독한 동계훈련으로 시즌전부터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그 관심을 걷어차버리면 자기들에게 손해다. 안먹어도 될 욕은 안먹는게 현명하다. 잘못을 했으면 빨리 인정하고 사과를하면 최소한의 피해로 막을걸 개똥같은 자존심 세우겠다고 버티다가 감독이 옷을벗니마니하는 사태까지 온거아닌가.
참고로 난 롯데팬이 아니다. 작년까지는 롯데팬이었는데 CCTV 사건으로 롯데를 버렸다. 그런 비도덕적인 범법행위를하는 구단을 응원할 생각이 없어졌다. 오히려 관심은 지역구단인 NC와 한화쪽으로 많이 쏠려있었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안타깝다. 고개를 한번 숙이면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걸 모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