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8일자 국민일보 기사 입니다.
< 기사 전문 >
“세월호 안에 모든 증거가 있습니다. 배와 함께 가라앉아 있는 휴대전화, CCTV 등에 담긴 기록이야말로
이 참사의 민낯을 드러내고 재발을 막아줄 유일한 자료입니다.
그 ‘진실’이 바닷속에서 부식해가고 있어요. 하루빨리 선체를 인양해야 합니다.”
김인성(51) M포렌식센터 대표는 과거를 복원하는 사람이다.
PC 노트북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디지털포렌식 수사기법을 연구해 왔다.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잘나가던’ 그의 삶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180도 달라졌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흔적을 꿰맞추는 디지털 복원 작업을 맡았다. 교수직을 그만두고 1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왠지 초조해 보였다.
304명이 희생됐는데 지금까지 복구한 건 휴대전화와 카메라 등 70대 정도다.
아직 바닷속에 있는 기기의 복원 가능성은 시간과 비례해 낮아진다.
김 대표는 “정치적 갈등에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믿을 건 디지털 정보밖에 없다.
사진과 영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가 김 대표를 찾아온 건 참사 한 달 만인 지난해 5월이었다.
선체에서 시신과 함께 발견된 휴대전화들을 복구해 달라고 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컸던 유족들이 믿을 만한 사람을 찾던 중이었다.
어쩌면 정부와 거리를 두게 될 작업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던 상황에 김 대표는 수락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모습을 간직하려는 그들의 절박함을 봤다.
즉시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 근처에 포렌식센터를 차리고 전문인력을 구해 작업에 들어갔다.
유족들은 뭍으로 올라온 휴대전화와 카메라 등을 들고 하나둘 찾아왔다.
휴대전화 하나에 내장된 사진, 동영상, 문자·카카오톡 메시지를 복구하는 데 통상 사나흘 걸린다.
기기를 분해한 뒤 증류수를 3회 이상 정제한 ‘극초순수액’에 씻는 등 14단계 작업을 거쳐야 한다.
수색이 활발해지면서 그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지금까지 110여대 중 70여대 복구에 성공해 그 안에 담긴 것을
USB(이동식 저장장치)에 담아 유가족에게 돌려줬다.
세월호 내부 CCTV 영상도 그의 감독 아래 복구됐다.
지난해 6월 22일 세월호에서 CCTV 영상이 담긴 비디오저장장치(DVR)가 발견되자 검찰은 광주지법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김 대표와 유족들은 이에 대응해 목포지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했다.
영장을 제시한 검사와 증거보전을 진행하는 판사가 ‘대치’하는 영화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결과는 발 빠르게 움직인 김 대표 측 승리였다.
세월호에 설치된 CCTV는 64대였다. 그 데이터는 모두 이 DVR에 저장되고 있었다.
복구는 두 달 만에 끝났다. 4월 15일 저녁 출항 때부터 4월 16일 아침 사고 때까지 배 안의 상황이 영상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CCTV는 탑승객 대부분을 한 번이라도 비춘다”며 “자녀의 모습을 찾으려고 14시간이 넘는 복원 영상을 몇 십번이고 돌려본 부모도 있었다”고 했다.
1년이 흘렀지만 그는 복구된 휴대전화를 받아든 이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기억한다고 했다.
바다에서 나온 휴대전화는 유골 같다. 부스러져 있다. 복구한 내용 중엔 부모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아이들의 마지막 문자 메시지에는 ‘살려즈새’ ‘살려즈나’ 같은 오타가 많았다. “온 힘을 다해서 짜낸 마지막 말인 거예요….”
그에겐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더 이상 복구할 휴대전화가 나오지 않아 지난해 8월 센터를 접었다가 두 달 만에 뒤늦게 올라온 휴대전화를 복구하러 전문업체에 가던 날이었다.
복구할 휴대전화가 든 가방을 지하철 선반에 올려놨다가 그냥 내렸다. 반쯤 미친 상태로 역무실까지 뛰었다.
직원을 붙잡고 ‘중요한 물건이니 꼭 찾아 달라’고 소리쳤고, 다행히 가방은 찾았다.
그 휴대전화에 담긴 ‘진실’이 사라질 뻔했다.
왜 이렇게 열심이냐고 물었더니 김 대표는 “증거를 모으고 보관하는 게 내 임무”라고 답했다.
유족들에게도 복구된 내용을 법정 증거로 제출하겠다는 확인서를 다 받았다.
조사에 활용하는 것도 다 동의했다.
정확한 사고 상황과 보고 여부, 에어포켓 존재 유무, 사고 원인 규명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이제 디지털 자료뿐이라고 그는 믿는다.
김 대표가 복구한 정보는 그와 변협, 유가족이 나눠 보관하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 정보는 그가 각별히 따로 보관 중이다.
특별조사위원회가 시행령 문제 등 여러 갈등에 발이 묶여 있지만 언젠가 본격적인 진상규명이 시작되면
이 자료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본다. 김 대표는 “이념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정말 세월호 문제 자체를 분석할 상황이 올 때까지
소중히 간직할 겁니다.”
하지만 많은 자료가 여전히 바닷속에 있다. 건져 올리지 못한 휴대전화와 카메라, 노트북에 새로운 증거가 들어 있을 수 있다.
시간은 흘러가고 증거도 부식되는 중이다.
“지난해 수색 초기에는 10개 건져 올리면 7개는 복구에 성공했어요. 그런데 10월쯤 되니까 복구율이 낮아지더군요.
이제 1년이 지났으니 10개 중 3개 성공하는 정도에 그칠 거예요. 뜸을 들일수록 증거는 점점 사라질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양을 언급한 다음날인 7일 그와 다시 연락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시간이 없어요. 세월호와 관련된 어떤 조치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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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후에 글 올리고 베스트도 갔는데, 갑자기 이런 사건이 빵 하고 터져서 멘붕이네요.
이렇게 좋은 일을 하셨던 분이 왜 그러셨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