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제대하고 복학해서 대학에 다닐때였는데.. 금요일 수업 마치고 집에갔는데 친구녀석에게 전화가 왔음.. 뜬금없이 이녀석이 전화해서는 부산 놀러갈건데 같이가자.라고 하더라구요..
나 : 뭔데?
친구 : 임마.. 부산 놀러가자고..
나 : 부산? 싫은데?
친구 : 야.. 임마 너 밖에 없어..
나 : 지금 용돈도 얼마없고..
친구 : 돈 필요없어.. 내가 쏜다.
그말에 나는 집에서 옷만 갈아입은채 용돈을 좀 챙기고 대전역으로 향했습니다. 대전역에 도착하니 저 멀리에 친구녀석이 있었는데, 그 옆에 그녀석의 여자친구가 있더군요..
나 : 응? 야.. 여자친구는 왜 데리고왔어?
친구 : 아..우리 여행갈라고..
나 : 그럼 둘이가야지..
그말에 친구녀석은 여자친구 친구도 왔으니 같이 여행을 가자고 했습니다. 계란도 사먹고 사이다도 사먹고 즐거운 기차여행이였는데,.. 그날 같이간 그녀는 아무말 없이 창밖을 쳐다만 보고 있더군요. 그렇게 우리는 부산 해운대를 찾아갔습니다. 기차여행인터라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태종대 자살바위도 갔었죠.. 바닷가 가까운곳에 민박을 잡고 술과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는데 나와 같은 처지의 그녀가 잠깐 바람쐬러 갈건데 같이 가실래요? 라며 나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냥 조곤조곤하게 서로 통성명을 했지요.
그 부산 해운대 앞바다를 거닐면서 내가 그녀와 나눈 이야기라고는 딱딱한 정치이야기,경제이야기였습니다. 참 웃기죠.. 그때 20살 밖에 안되는 그녀와 한이야기가 고작 정치,경제 이야기였으니... 그렇게 1박2일 만난게 다였습니다. 친구녀석은 서로 한번 잘 알아보라며 핸드폰 연락처를 저한테 교환하라고 하더군요.. 핸드폰 연락처를 서로 주고받았습니다. 집에오니 너무 피곤해서 쓰러졌고
그렇게 보름이 지났습니다.
성격이 털털했던 나는 그녀와 교환한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잃어버렸고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나자신에게 "안생길거야"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였죠..
보름이 한참 지난 어느날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나 : 여보세요?
그녀 : 저기...
나 : 네? 누구시죠?
그녀 : 그때.. 부산..
나 : 아.. 아이쿠.. 오랫만이예여..잘지내세여?
그녀 : 네.. 잘지내요..
딱히 할말이 없던 나는 마음에도 없는 안부만을 물었습니다.
그녀 : 저기.. 오빠라고 불러두되요?
나 : 아..네.. 그러세요..
그녀 : 근데 오빠.. 궁금한게 있는데요..
나 : 네..말씀하세요..
그녀 : 오빠 왜 저한테 전화를 안해요?
나 : 아..그게요..아하하... 꼭 말해야되요?
그녀 : 네..
나 : 전에 서로 교환한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잃어버렸어요..
그녀 : 아..휴.. 난 또.. 다행이네요..
나 : 네...
그렇게 난 그녀와 가끔씩 전화를 자연스럽게 하는 사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