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오유 눈팅하다가 어떤 댓글을 봤는데, 초상권 침해가 우려되니 다른 사람들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올려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읭?
저작권 공부하다가 곁다리로 공부한거라 100% 확신은 없지만 (이쪽 법 전공하는 분 계시면 보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선 우리나라 법률상 '초상권'을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법률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민법 제 750조 제 1항에서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의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명시했고, 이에 대한 세부 사항으로 세가지 권리를 부여하고 있지요.
1. 촬영 및 작성 거절권
2. 공표 거절권
3. 초상영리권
즉, 누가 내 사진을 찍으면 거부 할 권리, 누가 내 사진을 찍었는데 신문이나 잡지 및 인터넷에 공표하면 이를 거부할 권리, 누가 내 사진으로 돈벌이를 할 경우 이를 막을 권리. 이렇게 세가지가 핵심 내용이지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부실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찍기 전에 허락을 맡아야 하는 게 아니라 사진찍힐 때 거부를 해야 하니까요. 요즘같은 세상에 일단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하면 실질적으로 막을 방도도 없고.
하지만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표현의 자유와 실질적 피해의 관계입니다.
대다수의 보도자료, 다큐멘터리 사진, 예술 사진 등을 보면 일반 대중을 피사체로 하는 경우가 많고 다수의 대중에게 개인적으로 허락을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는 논문 작성시의 관찰연구가 있겠네요. 학술논문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할 경우엔 그 잣대가 혹독합니다. 설문지 한장 돌리려고 해도 IRB라고 불리는 대학기관의 위원회에서 심사를 통과해야만 하죠. 하지만 이 경우에도 공공장소에서 사람들 행동을 관찰할 경우는 일일히 동의서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인터뷰를 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요)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이미 다른 법 조항들이 개인의 사생활을 충분히 보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몰카를 찍는 경우 초상권의 문제가 아니라 성추행의 문제가 되는 것이고, 공공장소에서 누군가가 실수한 사진을 찍는 경우 초상권이 문제가 아니라 모욕 및 명예훼손이 문제가 되는 거지요. 이도 저도 아니라면 실질적 피해를 주는 경우가 거의 없구요. 이게 형법이 아니라 민법인지라 실제로 피해를 입은 게 없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아주 골때리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요즘 들어서 '초상권에 둔감한 블로거들이 많아서 문제다'라는 이야기가 종종 올라오길래 한번 생각해봤으면 싶네요.
내가 식당에서 밥 먹는데, 맛집 블로거가 찍은 사진 배경에 내 모습이 들어갔다면? 개인에 따라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사안이고, 사진 지워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거야 개인의 권리니까요.
하지만 초상권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초상권에 대한 희미한 컨셉만 갖고 타인이 찍은 제3자의 사진에 모자이크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 역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아닐런지. 초상권은 얼굴에 대한 권리가 아니라 얼굴 사진이 악용되지 않을 권리니까요.
여러분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