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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가는 강하다!!
게시물ID : poop_98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국방타마마
추천 : 0
조회수 : 46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1/12 11:00:55

바야흐로 작년 여름즈음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주차하는 자리 옆에 왠 굵직한 응가가 있더군요. 사람꺼라고 생각하면 드럽다고 생각했을텐데

누렁이 꺼라고 생각하니 이것도 자연의 일부라고 여기며 경건한 마음으로 차에 탑승했습니다.

 

허나 응가는 응가!!

 

누렁이가 다시 돌아와서 은가를 치우는 개매너를 보여줄리 없고 제가 치우기엔 억울하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 주차하고 제가 내리고 타는데 밟을정도로 가깝진 않아서..

(그렇다고 완전 무시할만큼 먼것도 아닌...)

 

몇주정도 앞으로 다가온 장마에 흔적도 없이 쓸려 내려갈거라 기대하고 일단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허나 이게 어찌된일인지...

강풍을 동반한 폭우에도 이 은가 녀석이 끄떡도 안하더군요....

 

계란노른자가 익어버린다는 폭염과 열대야에서도 털끝.. 아니 똥끝하나 변하지 않고 버티기에..

이거 직접 치워야 하나.. 하고 약한 마음이 들다가도

 

세월앞에 장사 없다는 옛성현들의 말씀을 곱씹어 보며.. 우리나라는 4계절이 또렷한 나라이기에

세상 모든것이 얼어붙는 블리자드의 시대가 오면 갈라져서 비료로 승화할거라 믿고 그렇게

몇달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은가은 참 위대하더군요... 그 지독한 더위와 뼈속까지 스며드는 강추위에도 보란듯

건재함을 자랑했습니다... 결국

시간은 또 흘러 흘러... 새해를 알리는 1월 1일에도.. 저는 차를 탑승하며 그 은가를

슬쩍 바라보고야말았습니다.

 

차라리 발에 밟힐만큼 지근거리였다면 어쩔수 없이 치웠을텐데...

무시하기엔 가까워서 차에 승하차 할때 꼭 한번씩 스윽..쳐다보게 되는 이 은가...

 

오늘 아침엔 살짝 서리까지 코팅되서 반짝거리는걸 보니 이제는 성물로 보이기도 하네요.

 

그 순간 저는 뭔지 모를 깊은 깨달음에 사로잡히게 되고..

 

그래.. 한낱 이 은가도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데

나는 인간이 되어 이렇게 약한 모습만 보여주었단말인가.....

 

저에게 큰 깨달음을 준 이 은가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어주기로했습니다.

 

이름은 "지독이" 로 정했어요...

 

혹시 모르죠.. 인류가 사라지고 세상이 멸망하는 그날까지 우리 지독이는 그 자리를 지킬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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