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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baseball_910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ldaisfine★
추천 : 12
조회수 : 964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5/04/12 02:56:51
엄밀하게 말하자면 11일 어제 이므로 음슴체.
일단 글쓴이는 단한번도 직관을 가본적이 없었던 20대 여징어임.
날좋은 오후 무료한 데이트가 지루하여 남친과 급 야구직관을 보러가기로 하고 대구구장 표를 예약함. 급하게 구한 자리인지라 3루 외야석, 최형우님 엉댕이가 참 유난히 잘보이는 자리였음.
항상 티비로 보던 선수들이 눈앞에 있어 너무 신기하고 엉덩매력 최형우님이 연타석 홈런을 치는 덕에
처음하는 직관 불편한 자리에도 재미있게 경기를 봄.
4월 11일,
이날은 박석민 타자 5타석 무안타를 기록한 날임. 박석민이 -속된말로- 방망이로 삽질하실때 관중석 여기저기 탄성과 거친말을 뱉어내는 사람들이 좀 있었음.
요즈음 박석민선수 타율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실거임 .최근9회말 홈런제외 이렇다할 타점도 안타도 없음.
오늘 경기도 말그대로 3번에서 흐름이 똑똑 끊겨나감.
8회즈음 되니 이제 관중들 보살모드로 박석민선수에게 큰 기대조차 걸지않음. 왜 선수를 바꾸지 않냐고 감독을 욕하기도 함.
이래저래 우승을거둔 경기가 끝이 난후 구장을 빠져나가던 중이었음.
대구구장 건물 야외 한 구석탱이에 컨테이너 박스 건물이 하나 있는데 경기 후 선수들이 거기 모여있었음.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컨테이너 박스를 둘러싼 울타리 너머로 선수들 모습을 문틈,창문틈을 통해 구경.
선수들이 굳이 컨테이너 밖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3초가량 락커룸으로 갈겸 모습을 드러낸다해도 소리소리 지르는 관중들에게 이렇다할 반응 없이 슝슝 사라짐.
그래. 그대들도 사람인데 그저께 11시까지 연장전하고 연달아 다음날 오후경기 하느라 피곤할테니 일일이
"꺄악 잘생겼어요!" 에 반응하긴 힘들겠지 싶었음.
창틈으로 보다 지쳐 포기하고 구장을 벗어나려는 길에 마침 한적한 컨테이너 박스 뒷문쪽 박석민선수 발견.
정확히 울타리너머 정면 10m 앞에 박석민선수가
전화를 하려고 잠시 건물밖으로 나온듯 보임.
5타수 무안타의 수심이 느껴짐.
우리가 아는 그 개그석민이 아니었음.
차마 카메라를 들고 통화하는 모습을 찍을수가 없었음. 뭔가 팬으로서 안쓰러워 그냥 울타리 너머 먼발치서 아련하게 바라봄.
그리고 사람들 거기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함.
바로 그때
말투와 행동으로 추측컨대 가벼운 행동및 언어장애가 있어보이는 아저씨 한명이
울타리 속으로 꾸역꾸역 종이와 펜을 들이밀고 흔들며
통화중인 박석민선수에게
"박석민 선수! ! 사인좀 해주세요!!" (빽)
3회 연속 시전.
사람들 모두 놀람.
아니, 사람이 통화하는데 소리를 지르는것도 난감하지만
저분 오늘 5타수 무안타란 말야....
모두가 좀 당황.
박석민 선수 통화를 하는 1분가량 끊임없이 간헐적으로
"박석민 선수!! 사인 좀 해주세요!!"
+ 울타리 사이로 종이 흔들기 무한시전.
똑같은 음성과 인토네이션의 반복재생에 사람들 모두 놀라던 와중.
드디어 박석민 선수 통화를 마침.
(그리고 난 이 타이밍에 안으로 들어가버릴거라 생각함 팬들에게 일일이 반응해줄만한 장소가 아니었음)
반복재생 사인구걸 아저씨를 발견.
그 와중에도 아저씨 "박석민 선수 사인 좀 해주세요" 멈추지 않음. 종이 팟팟 흔들며 정말 한 7~8번은 소리침.
사람들 시선 전부 아저씨에게 꽂힘.
이건 뭐 말해서 알아들으실까 걱정이니 머라하지도 못하겠고 심지어 근처 스태프도 말리지 못함.
아니 여긴 심지어 구장밖 도로위라고.
분위기 진짜 이상했음. 지금은 그 아저씨를 바라보던 5초가량 박석민 선수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참 궁금함.
정말 굳은채로 그 분을 바라봄.
몇초간의 어색한 정적뒤에 박석민 울타리 근처까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스태프에게 뭔가 속삭임.
이윽고 스태프 아저씨 종이와 펜을 받아 박석민 선수에게 전해줌. 그리고 박석민 꾸겨진 그 종이에 사인을 하기 시작함.
사람들 대박대박 외치며
왜 난 소리치지 않았나 자괴하며
괴상한 용기를 지닌 아저씨를 전부 부러워함.
나도 구간반복을 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1:1사인회가 끝나고 박석민선수 종이와 펜을 내어주고 조용히 다시 들어감.
직후,
그 아저씨 정말 기쁨에 겨워 행복한 표정으로 사인을 양손에 받아들고 그대로 하늘 높이 만세~포즈로
"이야아악 사인받았다!!" 하며 폴짝거리며 도로에서 뛰어 다니는 모습을 봄.
너무 천진난만하여 사람들 눈을 못뗌 ㅋㅋㅋㅋㅋ
음.
사람이 잘할때도 있고 못할때도 있음.
못하면 짜증나는 마음 당연함.
그러나
잘하나 못하나 한결같은 팬심으로 응원해주는게
선수이름 한번 더 불러주고 힘을 주는게
팬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 싶음.
박석민 선수가 빨리 힘내서 개그도 하고 웃기도 하고 나바로랑 꽁기꽁기 했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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