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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대한 부채 의식
게시물ID : lovestory_731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뀨~♥
추천 : 4
조회수 : 74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4/10 16:48:02
 
 
소방관 애인을 둔 여징어입니다.
 
 
남친이랑 식사를 할 때 보면, 오빠만의 특이한 기도법이 있어요.
예를 들어 식사를 하는데 메인 반찬으로 고등어 구이가 나온 경우..
 
 
오빠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자. 우리에게 소중한 생명을 베풀어주신 고등어님께 감사드립시다.
고등어님의 소중한 생명을 귀히 받아먹고, 오늘도 우리들의 생명을 이어갑니다.
당신의 생명은 우리들 몸 안에서 하나되어 살아갈 것입니다.
당신의 희생 위에 유지되는 우리들의 생명과 삶
모두 소중히 여기며 후회없이 보람되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삼겹살을 먹는 경우에도 같은 기도.
다만 고등어님이 돼지님으로 바뀝니다. ㅎㅎ
 
 
처음에는 오빠의 기도가 참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래서 장난하는 줄 알았는데..
오빠는 장난하는 기색이 없고, 진짜 진지하게 기도하거든요.
눈 감고 기도하는건 아닌데, 그냥 저랑 음식이랑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며
담담하게 읊조리는데...
차마 웃을 수가 없더라구요.
 
 
지금은 익숙해져서 저혼자 밥 먹을 때도 가끔 오빠식(?)으로 기도합니다.
 
 
오빠가 그런식으로 기도하는거 보면 알 수 있지만..
소방관이라는 직업군은 생명에 대한 무슨 부채감 같은 걸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선 당연히 다른 생명을 먹을 수 밖에 없잖아요.
오빠도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니에요.
 
전에 제가 그 기도 참 특이하다고 말했을 때..
오빠도 저랑 똑같은 말을 했거든요.
사람도 생명이고,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은 살기 위해선 다른 생명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그때 오빠가 덧붙인 말이..
하지만 다른 생명을 먹을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다고 해서..
먹히는 생명에 대한 경의를 잊으면 안 된다고..
 
 
오빠는 평소에도 자신이 미처 구하지 못한 생명에 대해 많이 괴로워하고 안타까워 해요.
오빠는 신이 아닌데..
모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오빠 생각하다가,
오빠 같은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는 분들..
 
 
음.. 그러니간 한마디로 생명에 대한 부채 의식이 느껴지는 소방관들 사진을 좀 찾아봤어요.
 
 
 
 
 
 
 
 
 
먼저 작은 동물들을 구해낸 소방관 사진들 몇장
 
 
 
 
 
 
 
 
1.jpg
 
 
동물들도 자기를 구해준 걸 아나봐요... ㅠ.ㅠ
 
 
 
 
 
4.jpg
 
 
 
 
 
3.jpg
2.png
 
 
마지막 사진..
 
눈이 그렁그렁..
 
시선이 왜 저리도 아련한지...
 
 
 
냥이 표정이
 
"무서워쪄염..ㅠ.ㅠ"
 
 
하는것 같지 않나요?
 
 
 
 
 
여기까지 찾아 봤을 때는 그냥 감동적이고 그랬는데..
 
구글링 하다보니 다른 사진들이 참 많이 나오더라구요.
 
 
 
 
 
그런 사진들 보니깐 감동이라기 보다는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요.
 
 
 
1414086928154.jpg
 
 
 
1958년 미국의 소방관 스모키 린이 출동한 현장에서 3명의 어린아이들을 끝내 구출해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자신의 책상에 앉아 썼던 시

Fireman's Prayer

When I am called to duty, God
Whenever flames may rage,
Give me the strength to save some life
Whatever be its age.

Help me to embrace a little child
Before it's too late,
Or some older person
From the horror of that fate.

Enable me to be alert
And hear the weakest shout,
And quickly and efficiently
To put the fire out.

I want to fill my calling
And give the best in me,
To guard my neighbor
And protect his property.

And if according to Your will
I have to lose my life,
Please bless with Your protecting hand
My children and my wife

- Smoky Linn, A.W

소방관의 기도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 아이를 감싸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언제나 만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장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게 하소서

제 사명을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의 뜻에 따라
제가 목숨을 잃게 된다면
당신의 은총으로
제 아이들과 아내를 돌보아 주소서

- 스모키 린 (1958)



 
워낙 유명한 시지만...
이 시만큼 소방관의 '생명에 대한 부채 의식' 을 잘 설명해 주는 시도 없는 것 같아요.
 
소방관들은 신이라도 되고 싶은 걸까요?
자신이 구하지 못한 생명에 대해서 죄책감은 그만 가졌으면 좋겠어요...ㅠ.ㅠ
우리 오빠도...
 
 
 
 
 
이 사진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다음 사진 보면서 한동안 멍했어요.
 
 
1402560657_38.jpg


 
 
모두가 도망쳐 나오는 터널속으로..
묵묵히 걸어들어가는 소방관의 뒷모습...ㅠ.ㅠ
 
 
 
울 오빠도 저럴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다가 다음 사진 보면서 막 분노도 느껴지고, 슬픔도 느껴지고...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되었어요.
 
 
78ba35a480b667f3a593da4fd38edce9.jpg

 
 
저 이 사진 보고 한동안 멍 때렸어요..
정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
그 말 밖에 안 나오더라구요...
 
 
 
당신은 슈퍼맨이에요.
비록 다리 하나를 잃었지만..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슈퍼맨이에요. ㅠ.ㅠ
 
 
 
 
 
 
 
 
여기까지 사진 보면서 많이 울었는데...
마지막 사진 보면서 정말 터져서...
막 미친 사람처럼 엉엉 울었어요.
 
 
 
 
6[20121208225819]bh5006_edit.jpg
 
 
 
다른 생명들은 다 지켜냈는데..
 
정작 동료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한 살아남은 동료의 눈물...
 
그 어떤 생명에 대한 부채 의식보다..
 
죽은 동료의 생명에 대한 부채 의식이 더 클 것 같아요.
 
 
구글링 하면서 저 사진의 설명을 보니..
김영수 소방경의 영결식에서 울고 있는 동료들의 사진이래요.
 
 
 
덧붙이자면...
 
저 사진은 2012년도 로이터 통신이 뽑은 그 해의 100 대 사진 중 한장으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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