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토박이인 우리 엄마는
정치나 시사에 관심을 가질 여유 없이 바쁘게 일하며 가정챙기며 그렇게 살아오셨어요.
티비에서, 주위에서, 사람들이 ~~하더라 하는것만 들으시고 그냥 그런가보다~하시면서요
전 혼자 서울에 올라와 지내고 있는데
얼마전에 엄마가 올라오실 일이있어서
젊은이들의 문화를 보여드린다며
홍대 모시고가서 맛있는것고 먹고, 때마침 플리마켓이라 커플 동전 지갑도 맞추고 여기저기 구경하며너 데이트했어요.
저녁을 광화문 쪽에 예약했는데
딱 예약시간이 되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일찍 도착한 우리는 주위 산책을 하기로 했어요.
낮보다 많이 추워져서 제 옷 벗어 걸쳐드리고
전 담요를 망또 삼아 둘러 쓰고 갔죠.
광화문 광장으로 갔는데 세월호 농성이 한창이었어요
엄마가 보시더니
"너무 오래 하는거 아이가. 이제 그만할때도 된거 같은데... 보상금이랑 대학특별입학이랑 이런거도 해달라 한다메..." 이러는 거에요..
순간 울컥해가지고 눈물이 나는걸 꾸역 꾸역 삼키면서 얘기했어요
"엄마 저기에 내 사진이 있어도 그렇게 말할수 있겠나..
세상을 다 잃은 사람들이다.. 저분들이 원하는거는 세월호 인양해서 뭐가 잘못된건지 밝히고 다시는 그런일 없게, 본인들 같은 슬픔을 겪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거다... 그거하라고 이추운 날씨에도 집에도 못들어가고 여기있다이가...조중동은 매도하고 자꾸 이상한 쪽으로 몰아갈라고 왜곡되게 보도하고 그란다.. 내는 오유나 인터넷에서 관련된 내용 계속 찾아보고 하는데 그럴때 마다 진짜 눈물난다..."
약간 저도 주체할수 없게 터진거라 다 뱉어내고 나니까 순간 엄마의 반응이 걱정되더라구요
근데 엄마가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맞나.. 내가 그런거는 몰랐네..
니가 그래됐으면 엄마는 못살지..
내가 오해해서 억수로 미안하네... 인제 엄마도 공부 많이 해야겠다.
앞으로 니도 그런거 보면 엄마한테도 말해줘 알겠제?"
하시면서 울먹울먹하는 제 손을 잡고
세월호 인양 촉구 서명 부스로 데리고 가셨어요
같이 싸인하고 스티커와 가방고리를 받았습니다.
함께 받은 세월호 관련 진실에 대한 책자는 창원 내려가시는길에.보겠다며 챙겨 가셨어요.
원래 가까웠지만 이번일로 엄마와 조금 더 가까워 진것같아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대화를 통해 생각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카톡으로 세월호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시사 정치 얘기들도 많이 전해드리고 있어요
받은 가방고리는
업무용 서류가방에 달았습니다
잊지 않기위해, 그리고 기억하기 위해
업무가 영업쪽이라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싫은 내색을 하시는 분도 간혹있지만
지지해주시는 분들도 있어 든든할때도 많습니다.
벌써 일년이 다되어 가는게 믿기지가 않네요..
하루 빨리 진실을 인양하게 되는 그날이 오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