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랜친구가 또 찾아왔다. 이녀석은 내가 내 인생중에 가장 힘들었때 비로소 깊게 알게되었던친구인데, 내가 어려워하거나 고민이있을때 어김없이 찾아와서 하루종일 나와 함께하는 친구이다. 내가 힘들때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찾아와주는지 정말 이세상 누구보다 내 상태를 잘 아는 친구같다. 이 친구가 얼마나 기가막힌 친구인지를 이야기 해 주고싶다. 내가 외사랑 하던, 어떤일이 있어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사람과의 관계가 나빠지고, 내 진로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에서 잘못된길을 들어섰다는것을 자각했을때... 나의 모든것이 어그러지고 망가져서 내가 우울해져있을때도 이 내 친구는 그런날에도 하루종일을 나와 항상 함께 한다. 가끔은 내가 너무 기뻐서 약간 미쳐있는듯 할때도 나는 이 미친 기쁨이 오래가기를 원하고 있지만 이 친구는 그럴때에도 나를 찾아와서 내 지나친 기쁨을 가라앉히며 나를 진정시켜주는 친구이다. 사실 나는 이럴땐 조금 더 기쁨을 오래 누리고 싶기는 하지만... 이 친구와 함께있을때는 나는 모든것을 잊을 수 있다. 내가 무엇을 하고있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또 심지어는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지 조차 잊을수 있을정도로... 또 이 친구와의 만남은 항상 너무나 강렬해서 이 친구와 한번 만나고 난 후는 내 삶엔 며칠이나 이 친구의 흔적이 남는다. 이 친구와 함께하느라 하지못했던 일들, 지키지 못했던 약속들이 생긴다. 하지만 이 친구는 이따금씩 예고없이 찾아와 자기와 함께하자고 한다. 그럴땐 이 친구를 피하고싶을때도 있지만 나는 절대 이 친구를 거부할수가 없다... 이 친구는 나 이외에도 정말 많은 친구들이 있다. 정말 마당발이다. 가끔은 생각한다. 혹시 이녀석은 전세계의 모든 사람을 알고있는건 아닐까. 이친구는 나와 있을때 다른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부터 이 친구에 대한 소식을 듣는다. 아, 어제는 내가 사랑하던 그사람과도 만났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사람에게 이 친구와같은 존재로 여겨지기는 싫다. 아 그리고 이 친구는 내 왼쪽에 있는것을 참 좋아한다. 항상 나를 만나러 올땐 내 왼쪽에서부터 나타나서 내 정면, 또 오른쪽으로 넘어온다. 내 모든곳을 샅샅이 살펴보는 친구이다. 나는 가끔 내가 참 나쁜놈이라고 생각이들때가 있다. 이런 내 친구를 만나고 싶지 않아서 이 친구앞에서 아프다며 약을 먹는것을 보이는 행동을 하기때문이다. 이때 먹는 약은 그냥 단순한 진통제이다. 그럴때마다 나에게는 이 친구가 고민을하는것이 느껴진다. 오늘도 계속 나와 계속 함께할것인지, 아니면 오늘은 넘어가고 다른때에 또 찾아올지를. 요즘은 잘 안 속아주는것같다. 나는 오늘도 약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친구를 쫓아냈다 그리고 뭔지모를 죄책감과 환희를 느끼며 이 글을 쓴다. 내 친구의 이름은 편두통이다. 시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