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을 죽이면 살인자요 백명을 죽이면 영웅이요 천명을 죽이면 신이라
한명이 죽으면 잉크요 열명이 죽으면 사고요 백명이 죽으면 희생이라
생면 부지의 청년에게 뒤통수에 벽돌을 맞고 시력을 잃고
전신마비에 빠진 젊은 가장은 나밖에 그누구에게나 잊혀지리오
철없는 고등학생과 그의 초등학생 동생 외에는 불에 타
아무것도 찾을수 없었던 그 친구의 집에서는
폭풍우 치는 날 도랑에 내려가
늙은 가죽의 주름을 알아볼수 없게 된 그 할머니의 죽음은
지나치는 동정과 희미해지는 충격 누구도 관심없는 타인의 고독 밖에는 존재하지 않으리
그것이 타인의 고독이요 끊긴 역사이다
우리의 선조의 선조의 그 선조부터 헤아릴수 없이 많이 해 왔던 일이기에
우리는 그에 조의를 표하고 슬픈 표정을 짓지만
그 누구도 고독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하나의 사건은 파묻혀지고
생각하지 않는 모래 알갱이의 파도에 덮힌다
우리가 무엇인지 묻지 않겠다
우리가 무엇인지 알수도 없다
너와 내가 왜 우리인가?
우리에 갇혀버려 나를 잃었으면서도 나 말고는 믿지 못하는 아이러니.
나를 찾기 위해 우리의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러니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만 살수 있다는 누군가의 주장
너는 과연
감히 누구에게라도
타인의 고독에
다가간적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