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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묘 '나리' 이야기 2번째, 이름을 정하다... 개나리 밑에 '나리'
게시물ID : animal_1220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이워니
추천 : 46
조회수 : 2314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5/04/03 12:00:44
지난 이야기의 마지막...

집 가는 길에 동물 병원이 있어 들렸는데, 의사는 고양이의 냄새를 맡더니 물수건 등을 꺼내 몸을 쓱쓱 닦아주었다. 비록 동물이지만 한 생명을 책임지는 무거운 중압감에서 덜기 위해 넌지시 "입양이 가능할까요?"하고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는 한참을 생각하다 나에게 대답했다.

"얘는 장애가 있어서, 입양은 힘들 것 같네요. 안락사를 시켜야 할지도 몰라요."

나는 고양이를 기르기로 결심했다.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z5TAO



#2. 이름을 정하다... 개나리 밑에 '나리'
다행히 필요한 고양이 용품들은 집에 있었다. 고양이를 기르던 누나가 외국을 떠나며 집에 남겨둔 것이다. 속으로 '안 버리길 잘했다'하고 말하며 구입한 사료와 화장실 모래를 들고 병원을 나섰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비릿한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함께 버려진 생선의 악취가 털에 베긴 것 같았다. 괜히 불쾌해져 고양이를 대충 수건에 감싼 뒤에 창고에서 케이지(철로 만든 우리)를 꺼내고, 고양이를 케이지 안으로 재빨리 집어 넣었다.

고양이는 뭐가 불만인지 "빽"하며 울어 젖혔다. 그렇게 한참을 울어 젖히자 나는 "왜 그렇게 울어?"하고 말을 건넸다. 고양이는 "빽"하고 대답했다. 혹시나 해서 사료와 화장실 모래를 케이지 안으로 집어 넣었다. 그러더니 오줌을 갈겼다.

생선 냄새도 지독한데, 갈겨버린 오줌 냄새에 나는 열이 받았다. "아, 진짜!"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빽"하는 울음이었다.


▲ 당시 상황을 촬영했던 영상

열을 식히며 "사람 말도 못하는 짐승에게 내가 뭔 짓인지"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고양이를 기르는 친구에게 조언을 얻기 위해 상황을 설명하고 영상을 보냈다. 그 친구는 나에게 "따뜻하게 해줘라"
"고양이는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한다"
"어두운 곳에 있으면 안정감을 찾는다"
"지금은 너 무서워하는 것 같으니 다가가지 마라" 같은 조언을 해줬다. 그대로 따라했더니 덜덜 떨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빽"하고 울었다.

그때부터 인터넷을 검색해보며 갖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신기하게도 해외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고양이를 위한 음악'을 틀어주니 그새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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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고 있는 모습


너무 조용해 살펴보니 잠을 자고 있었다. 구경이나 하려고 가까이 다가가니 그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여전히 냄새는 났지만, 내 코가 적응을 했는지 아까처럼 불쾌하진 않았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악취를 풍길 것이 무서워 조심조심 밟는 은행 열매 같았는데, 지금은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가녀린 나뭇가지 같았다. 소중히 키우면 '내가 힘들 때 기대 쉴 수 있는 큰 나무가 되지 않을까'하고 속으로 생각하니 정이 좀 붙었다.

나는 충동적으로 고양이를 기르기로 결심한 것이라 정 붙이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고양이의 이름을 짓지 않았다. 그런데 정이 좀 붙으니 '어떤 이름이 좋을까'하는 생각부터 떠올랐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다음 날이 밝았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고양이를 주웠던 곳으로 향했다. 이름과 정을 주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이 있었다. 생명을 버리는 순간의 선택은 평생의 후회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주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고양이를 찾고 있다면, 이를 응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양이를 찾습니다'와 같은 자신의 과오를 후회하는 주인의 흔적은 없었다. 다만 몇 송이의 개나리만 있었다. 나는 멍하니 개나리를 쳐다보다 이렇게 말했다.

"개나리라... 그래 개나리의 '나리'로 이름을 지으면 어떨까."

이름 모를 고양이가 비를 맞으며 덜덜 떨었던 그곳에서, 고양이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그날은 비가 그친 어느 따뜻한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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