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단 선수가 같은 날 프로야구 1, 2군 경기에 모두 출전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위반이다.
문 제의 구단은 한화 이글스, 선수는 외야수 송주호(27)다. 송주호는 지난 23일 서산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퓨처스 경기에 3번타자 중견수로 출전했다. 세 타석에서 안타와 볼넷 1개씩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교체된 뒤 그의 행선지는 대전이었다. 송주호는 이날 대전 넥센전 7회말 김태완의 대주자로 경기에 출전했다.
KBO 규약 143조는 "구단은 KBO리그에 출장하지 않는 소속선수 및 코치로 퓨처스팀을 편성하여 KBO 퓨처스리그 경기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KBO리그에 출장하지 않는 선수'는 현역선수 등록이 말소된 선수를 가리킨다. 한화는 23일 송주호의 현역선수 등록을 말소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퓨처스 엔트리에 등록시킨 뒤 경기에 내보냈다. 규약 위반이었다. 이날 대전의 1군 경기 감독관은 현역선수 명단에 올라있는 송주호의 출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송주호가 낮에는 2군, 밤에는 1군에서 뛰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문 정균 KBO 운영팀장은 "규약을 명백하게 위반한 사례"라며 "한화 운영팀장과 매니저에게 구두경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13년부터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엔트리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시행 뒤 이번 사건이 첫 위반"이라며 "송주호의 23일 1군 등록말소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퓨처스 엔트리 등록을 받아준 데는 KBO도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기 한화 운영팀장은 "송주호의 1군 등록을 말소시키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김 팀장은 "1군에서 내려 온 선수는 조금이라도 빨리 2군 경기에 출전시키는 게 낫다. 통상 말소 신청은 오후 4시께 하며 선수는 다음날 퓨처스 경기에 출전한다. 그런데 송주호의 경우 대전에서 가까운 서산에서 당일 경기를 하는 바람에 미처 말소 신청을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공교롭게 선수 한 명이 훈련 도중 부상을 입어 송주호를 2군 경기에 뛰게 한 뒤 다시 대전으로 돌려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약 143조 위반에 대한 명문화된 징계 규정은 없다. 그러나 '2015 KBO 리그 규정'에 따르면 1군 등록이 말소된 선수는 10일이 지나야 재등록이 가능하다. 1군 엔트리의 안정성을 강화하며 선수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이 때문에 구단들은 긴급 상황이 생겨도 2군에서 10일을 채우지 못한 선수를 1군에 불러올릴 수 없다. 한화의 규약 위반은 이 점에서 '부당 이득'을 누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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