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는 우리집은 싸늘하다. 침실엔 너의 온기가 없다. 내가 게임하고 있을때면 안겨오는 너의 온기 가득한 포옹이 없다. 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냉장고 소리, 창에서 흘러 들어오는 차가 지나가는 소리, 심지어 내 자신의 숨소리까지 거슬린다. 네가 없는 우리집은 시끄러운 소음과 싸늘한 냉기로 가득하다.
멀리 출장가는 거니까 네가 돌아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거다. 게임할때 방해하면 그렇게 짜증나던데.. 네가 없으니까 그 게임도 하기 싫다. 네가 잔소리하는 맥주도 별로 맛이 없다. 정말 이상하다.
나사가 하나 빠진 것 처럼 자꾸 뭔가를 잊어 먹는다. 집키를 안에 두고 현관문을 잠근다던가, 요리하다가 괜히 손가락을 베인다. 무언가를 할때 두번 세번 되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잊어 버리니까.
있을때 잘하라던데 이상하게 네가 있으면 다른 걸 하게 된다. 난 분명히 알고 있다. 이제는 네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걸. 그런데도 네가 돌아오면 난 너를 바라보는 것 대신에 다른 걸 한다.
내가 너에게 이글을 보여주는 날은 네가 더이상 출장을 가지 않게 되는 날일꺼다. 혹은 평생 보여주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보여주면 눈물 지을 너를 생각하니 안 보여주는 게 나을 것 같다.
오늘이 첫날인데... 창밖에 차가 지나가는 소리는 여전히 시끄럽고 침실은 싸늘하다. 참, 웃음 소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