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마지막 한 잔하고 끝내야지
게시물ID : soju_479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구인줄
추천 : 0
조회수 : 41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4/01 03:23:21
25년만에 처음 연애라는 것도 해보고
감정 소모라는 것도 해보고
처음 강렬하게 와닿던 말들. 그 말들이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하던 말일지언정 그조차도 좋아서
그 조차도 처음이라 벅차기만 했다.
그랬었다.

처음엔 아무 것도 몰랐던 내가 나중엔 당신이 너무 좋아져 
눈쌀 찌푸리는 일을 만들고 싶지않아 참고 참다 지쳐버렸다.
우리의 차이를 '너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당신을 마주할 때마다
언젠가 자존감이 낮아지고 왜 당신은 이런 못난 여자를 만날까하는 미안함도 커졌다.

우린 헤어졌다.
당신은 날 붙잡지 않았다. 이유도 묻지않았다.

나를 조금만 생각해달라, 나 자체를 인정해 달라는 말조차 이기적인 말이라는 것을 알아
화 한 번 내지않고 당신을 이해하며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키웠던 감정이
파도에 쓸려버린 모래성처럼 다 무너지고나니 눈물이 났다.
정말 울 것같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났다.

같이 다니던 길을 보면 당신과 함께 갔던 밥집을 보면 괜시리 우울해져 또 멍해진다.
이젠 정말 혼자가 되어버린 것같아서 쓸쓸해진다.

몇 주 전 홀로 길을 걸었다. 두시간이나 같이 다녔던 길을 걷다가 같이 보았던 건물이며 카페를 보며 걸음이 자꾸 멈춰서더라.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그런 감정이 이제 그게 영영 끝일 것같아서.

벌써 한달이 지났다.
이젠 괜찮다고 생각했고, 네 생각도 하지 않았다.
부러 추억을 꺼내지도 않았고 너 때문에 울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늘 책상위에 너와 함께 했던 곳의 표 한장이 구겨진채 있었다.
이젠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친구들에게 말하면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하거나 듣기 싫어할까 말도 못하고
또 멍하게 오후를 보냈다.

잠결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었는데 당신이 나에게 선물했었던 와인 한 병이
냉장고 구석에 있었다. 잊고있었던 와인을 꺼냈다.
와인잔도 아닌 물컵을 들고 방에 들어왔다.
방금 두 잔 마시고 지금 마지막으로 담아낸 잔이 이 와인의 마지막 잔이다.

이걸로 너의 흔적은 이제 끝이었으면 좋겠다.
이 잔을 다 마시고 나면 네 생각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후에 당신을 추억하며 그 땐 그랬지 하며 웃으며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말이 너무 길었네요. 댓글 몇 개달고 눈팅하는 오유러였는데 들어줄사람이 필요했나봐요
오유 잘자요. 술 걸치니까 이상하게 센치해지네요
잠옷차림에 물컵에 와인먹으니까 좀 이상한 여자같아요.
이젠 진짜 깨끗하게 잊었으면 좋겠네요 종종 생각나지도 기억나지도 않게.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