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슬로건을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이 조작해 유포한 인터넷 게시물입니다. 당시 야당 의원을 악당으로 묘사한 영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만든 부대에서 한 군무원이 정치권 제보자로 의심받아 석연찮게 전출됐는데 청와대에 공작 상황을 보고해 온 증거를 이때 군 수사기관이 확보했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3년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정치 댓글 공작 의혹이 제기되고 국방부가 수사에 착수하자 심리전단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지우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습니다.
그런데 심리전단에서 합성사진과 동영상을 제작하는 팀에 근무했던 군무원 김 모 씨는 이 무렵 다른 부대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고 때문에 김 씨의 컴퓨터 자료는 삭제되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이 컴퓨터를 국방부 조사본부에 제출했고 조사본부는 하드디스크를 복사했다고 합니다.
[김기현/前 사이버사 심리전단 총괄계획 과장 : (하드디스크에) BH(청와대) 보고 관련 내용도 있다고 그래요. 서버랑 연결된 컴퓨터다 보니까 (다른 컴퓨터 내용도) 같이 공유되어 버린 거죠. (복사한) 하나의 CD는 수사본부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칙대로면 그 CD가 있을 겁니다.]
청와대로 사이버사 공작 내용이 보고된 증거를 조사본부가 확보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군의 수사 결론은 청와대 등 외부 기관과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정치권 제보자로 몰렸고 부당하게 인사 조치를 당했다고 합니다.
[김기현/前 사이버사 심리전단 총괄계획 과장 : (김 씨를) 데려다 협박하고, 회유하고, '너 (다른 부대로) 갈래, 안 갈래? 너 안 가면 상당히 큰 벌 받는다(고 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정보 업무와 상관없는 국군대구병원으로 발령 났고 전출 보름여 만에 교통사고로 숨졌습니다.
[김기현/前 사이버사 심리전단 총괄계획 과장 : (김 씨가 대구 부대로 전출) 가면서 '내가 적절한 시기에 양심선언을 할 겁니다' 그래요. 그리고 나서, 그 말 하고 나서 15일쯤 후에 죽은 것 같아요.]
취재진이 당시 심리전단의 단장이었던 이 모 씨를 찾아가 이 증언의 진위를 물었지만 이 씨는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국방부가 최초 수사 때 청와대 보고 증거를 입수하고도 은폐했는지, 또 그 증거가 제대로 남아 있는지 이번 조사에서 규명돼야 할 걸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