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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과 일본우익
게시물ID : animation_983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햄물
추천 : 19
조회수 : 5351회
댓글수 : 72개
등록시간 : 2013/08/10 22:49:43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는 일찍이 이런 말을 남겼다.
"전쟁은 되도록 참혹하게 묘사해야합니다. 그래야 전쟁이 나쁘다는 것을 알릴 수 있습니다"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하는 전쟁이란, 멋지고 의로운 행위인 경우가 많다.
예를들어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과의 전쟁, 인류를 괴롭히는 괴물들과의 전쟁 등...
 
 
 
 
 
그러나 건담과 토미노 요시유키만은 처음부터 전쟁을 잘못된 행위라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퍼스트 건담의 성공 이후, 비슷한 메세지를 담은 작품들이 생겨났다.
 
 
 
 
 
 
 
 
 
 
 
 
청소년 주인공이 전쟁에서 싸우는게 무슨 전쟁반대임? 전쟁찬양 아닌가여
...라고 묻는 경우도 없지않아 있지만, 그건 마치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를 보고 전쟁찬양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어떤 소재를 쓰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소재를 가지고 어떤 메세지를 담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심지어 토미노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너무나 당연시되는, '싸우는 십대 주인공' 또한 원래는 잘못됐다
기존 상식을 비틀어버리는 메세지를 담는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직 성인도 아닌 아이에게 무슨 국방의 의무를 지게 하겠단 말인가?
그것은 일본제국처럼 학도병을 쓰는 정신나간 집단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당연한 것을 정면으로 말하는 작품은 의외로 많지 않다.
특히 메이져급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더욱 더.
 
 
 
 
 
 
 
 
 
 
 
즉 건담은
 
 
십대 청소년 주인공이 전쟁을 하지만 멋진 영웅이 되는게 아니라 고통을 받고,
로봇은 멋지고 신성한 물건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잔혹한 병기일 뿐이고,
아군이라고 해서 착하고 좋은 놈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적군이라고 해서 더럽고 나쁜 놈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그 어떤 멋진 이유를 갖다대던 간에 전쟁은 전쟁일 뿐이라는 메세지를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유래없이 정면으로 들이댄 작품이다.
 
 
 
 
 
 
 
 
 
 
 
 
 
사실 이것은 건담의 아버지인 토미노 요시유키가, 젊은 시절 일본 좌익운동가였던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전쟁을 미화하고, 과거의 제국을 찬미하는 일본 우익들과 심하게 대립했던 좌익 운동가이며,
그렇기에 일본 우익스런 논리(명분이 있으면 전쟁도 옳다는 논리)의 작품을 거부했던 것이다.
 
 
 
 
 
 
 
 
 
 
 
 
또한 토미노 요시유키는 자신의 페르소나인 샤아 아즈나블을 통해,
급진적인 좌익 운동가가 가지는 한계점 또한 명쾌하게 제시한다.
 
 
급진적인 좌익 운동가는, 세상을 빨리 바꿔야한다는 생각에 때로는 우익보다도 더 잔인한 짓을 저지른다.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젊은 시절 좌익 운동가였던 토미노 감독이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말한다.
 
 
 
 
 
 
 
 
 
 
 
 
이처럼 건담은, 일본 우익을 부정하면서도 단순히 그에 반대되는 좌익을 무분별하게 두둔하지도 않고,
선악의 구분도 쉽지 않으며 전쟁을 반대하면서도 총쏘면 가만히 맞고 죽으라고 하지도 않는,
 
 
결코 단순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다.
 
 
그렇기에 퍼스트 건담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영됐다가 인기 없어서 조기종결 당했고,
이후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 전설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기동전사 V건담 이후,
 
 
토미노 감독이 아닌 그의 후배 감독들이 건담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건담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나쁘게 변한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기동무투전 G건담의 주인공인 도몬 캇슈는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싸우는 주인공이지만,
그렇다고 G건담이 일본 우익 애니메이션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비극의 원흉이 도몬의 고향 네오 재팬이었고, 그것을 일본인인 도몬 캇슈가 무찌른다는 스토리다.
G건담은 건담의 상식을 철저히 깨부순 작품이지만, 적어도 선을 넘지는 않았다.
 
 
 
 
 
 
 
 
 
 
 
 
 
하지만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쯤 오면, 슬슬 의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재미나 완성도는 높지만, 주인공인 코우 우라키보다도 더 멋지게 표현되는
데라즈 플리트의 인물들에게선 제국주의 찬양의 분위기가 흘러나온다.
 
 
물론 퍼스트 건담 시절 지온공국에도 멋지게 표현되는 인물들은 있었고,
작중에서 데라즈 플리트의 행위가 반드시 옳은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역시나 분위기가 문제다.
 
 
 
 
 
 
 
 
 
 
 
 
 
그런데 이후 기동전사 건담 시드에서는,
노골적으로 일본제국의 만주국을 떠올리게 하는 오브 연합국이 등장한다.
 
 
더욱이 이 오브 연합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의로운 나라처럼 묘사된다는 점에서,
일본 우익들의 논리가 진하게 풍겨나온다.
 
 
 
 
 
 
 
 
 
 
 
 
 
 
시드의 감독 후쿠다 미츠오는 이전 작품에서도 노골적으로 욱일승천기를 쓴 적이 있는 인물인만큼,
 
 
이러한 그가 건담을 통해 일본제국은 정의로운 나라였다는 논리를 쓰는 것은
우익을 철저히 부정했던 건담의 역사를 통째로 부정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더욱이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 또한, 작중에서 아시아 국가 중 일본만이 미국 편이라는 사실은
일본이 아시아에서 최고며 제국으로 군림해야한다는 탈아입구의 논란을 불러오기 충분하다.
 
 
물론 탈아입구로 보기에는 작중에서 일본의 취급이 별로 좋지 않지만,
더블오의 프로듀서인 타케다 세이지 또한 이전 작품에서 독도 드립을 쳤던 인물인만큼,
이러한 의혹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시드와는 달리 더블오는 희귀한 중동출신의 주인공을 기용하였고, 전쟁을 없애기 위한 전쟁이라는 모순과
결국 평화는 상호이해에서 온다는 주제를 잘 살렸기에 망정이지, 상당히 위험했던 것이 사실이다.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는,
자신의 최고 성공작인 건담에 깊은 애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건담의 시청자(아주 열렬한 시청자)들이,
토미노가 건담으로 말하고 싶었던 '일본 우익을 부정하는 논리'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누가누가 더 강한가' 하고 건담을 전투물로만 해석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것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건담이 원래 담고 있던 메세지에 별로 신경쓰지 않던 것은,
비단 시청자들뿐만이 아니라 토미노 이후 건담을 만드는 감독들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시청자들이 건담을 보고, 건덕후들이 관련상품을 사는 한
건담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나올 그 건담이 예전의 그 건담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단순히 겉모습이나 그림체가 변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담고 있는 메세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 메이져급 애니메이션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일본 우익들의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건담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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