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MBC 파업이 떠오릅니다.
그해가 제게 MBC구성원으로서의 마지막해였기에 더더욱 생생합니다.
저는 MBC스포츠국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생각하던 방송국의 느낌과 달랐습니다.
웃음이 넘치고 즐겁고 제게는 하루하루가 행복했습니다.
저의 꿈도 전공도 모두 들어맞으면서 부서의 분위기까지 좋았으니까요.
그러나 그 행복하던 모습은 그 해 여름 사라졌습니다.
파업을 하던 선배들은 대기발령 또는 드라마세트장 등으로 가야 했습니다.
지금은 부산 MBC 사장이 된 허연회 당시 스포츠국장의 짓이죠.
세트장으로 자신의 후배를 보내면서 스포츠 PD도 마케팅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억지를 부리더군요.
그렇게 윗선의 비위에 맞게 자기마케팅을 잘했던 허국장은 iMBC대표이사를 거쳐 부산MBC사장까지 되었습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옆 아나운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모든 방송에서 배제되고
허연회 국장이 데려온 김성주가 메인캐스터로 활약하는걸 지켜봐야만 했죠.
당시 MBC구성원이었던 저에게 김성주는 언론장악 세력에 빌붙은 사람일 뿐입니다.
MBC정상화를 위해 싸웠던 이들은 파업종료 후에도 한직에 내몰렸는데
자신의 후배들을 짓밟고 그 자리를 차지한거죠.
김성주는 MBC 경영진들과 같은 세력으로 분류해야 맞습니다.
올림픽 당시 김성주는 '파업으로 어려운 상황이기에 MBC를 위해 중계하는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한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파업이 종료되고서는요? 종료전 이미 계약된 런던올림픽 중계 이후 현재까지도 김성주는 MBC의 메인캐스터입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지금 MBC가 새로이 파업에 돌입했고 2012년 파업을 하던 선배들은 이번에도 역시 파업중입니다.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실패한다면 알통보수, 소세지빵 같은 뉴스조차도 그리워질 정도로 더 망가질지 모릅니다.
비록 이제는 그 곳에 몸담고 있지는 않으나 많은 분들이 MBC 구성원들을 위해 응원하고 힘을 보태주셨으면 합니다.
+사족
김성주를 보면 조정래 장편 소설 "태백산맥" 에 나오는 지주들이 생각납니다.
일제의 수탈을 피해서 또는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서 쌀 몇 마지기에 저당 잡힌 "전답(田畓) 문서"를
해방 후 "토지개혁" 때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할 것 같으니, 전답의 원래 주인 몰래 논 밭을 팔아 먹는 악질 지주들...
물론, 당시 현행 법상 지주의 행위는 잘못된게 없는 거 겠죠
(김성주는 프리랜서인데 무슨 잘못이 있어~~ 하는 것과 같이...)
그러나, 본디 전답의 주인이 지주들에게 전답 문서를 맞길 때 풍년이 들어서 쌀을 갚고 "전답 문서"를 찾아오겠다는 상호 간의 신의(信義)가 있는 것인데,
악질 지주들은 이것을 배반하고 자신만의 이익 만을 위해서 몰래 전답을 팔게되고 이에 광분한 소작농들이 지주를 죽이게 되서 산에 올라가 빨지산이 됩니다.
이러한 일들이 해방 후 현재까지 계속 반복되는데, 이는 결국 또다른 악질 지주들이 살아남아서 우리 사회 주류가 됐기 때문이겠죠.
무엇보다도 재미있는건 어느 기사 보니 (문지애 전 아나운서 인터뷰네요) 당시 김성주가 아나운서국 군기 반장이였다고 하네요...
새로들어온 후배들 앞에서 "공정 방송"과 "방송 민주화" 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장황설들을 풀었을까? 하는 생각에 좀 우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