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축된 1800세대의 ‘하나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경찰들 소리 로 넘쳐나고 있었다. 이른 새벽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너도나도 현관문 밖으로 나와있었다. ‘하나아파트’ 106동 입구에는 여기저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지만, 한쪽 켠에 담배 를 물고 서있는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눈에 띄었다.
“어? 강 형사. 자네가 왜 여깄어?
그때 경찰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한 비대한 체구를 가진 중년 남자가 그를 아는지 아는 체 를 했다.
“후우, 이 선배님이 오셨네.” “어어, 이런 된장쳐바를 상황에 참. 난 자다가 뛰어나왔다고. 자네는?”
강 형사라고 불린 험악한 인상의 사내는 담배를 손가락으로 비비며 대답했다.
“그냥 쉬엄쉬엄해서…….” “뭐? 이 주위에서 또 무슨 사건 있었나부지?” “킁, 아뇨, 크게 신경쓰실 일 아녜요.”
강 형사는 별다른 일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는 막 떠나가는 앰뷸런스를 쳐다보았다.
“근데 뭐에요? 자살?”
강 형사의 물음에 이 형사는 뭔가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켕긴다는 표정. 강 형사는 선배가 그런 표정을 지을 때면, 보통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게 말이지……. 좀 이상해.” “왜요, 뭐 다른 것도 있어요? 자살이라고 들었는데…….” “피해자는 여자. 뭐, 상황으로 보면 자살이야. 17층에서 뛰어내렸어. 여자 집이 1707호라 는 것도 확인되었고, 유서도 발견되었어. 남자한테 차인 후에 비관 자살이야.”
이 형사는 부하로부터 들었던 증거들을 일일이 강 형사에게 말했다. 강 형사는 곰곰이 듣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살 맞구만. 근데 뭐가 이상해요?”
강 형사의 물음에 이 형사는 잠시 뜸들이더니,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강 형사는 자연 스럽게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러자 이 형사가 말했다.
“눈이 없어.” “네?”
강 형사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이 반문했다.
“눈이 없다고.” “눈?”
이 형사는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눈알말이야, 눈알! 자살한 여자의 눈알이 없다고.” “…….”
후우…….
그제서야 강 형사는 오늘 새벽 공기가 달콤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글을 읽으시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