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한시에 집에 조용히 들어와서 부모님 모두 주무시는거보고 안꺠우려고 조심조심 씻고 들어와서 생각해봤다
아무리 오늘(그러니까, 화요일) 중요한 테스트가 있는 날이라고 해도
먼가 다 뿌리치고 들어와서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줄순 없었던건지
저녁먹고 빌빌대는 목소리로 전화해서 생신 축하드린다곤 했는데 사랑한단 말은 쉽게 나오지가 않았다
오늘도 늦냐는 물음에 응 하고 덤덤히 대답하는 내가 소름끼쳤다
밥먹고와서 일을 좀 했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프로젝트 엿같다고 징징댈때 나는 시계를 한번 보고 말했다. 한시간 후면 어머님 생신이 끝난다고
다들 한결같이 말했다 그럼 빨리 들어가라고 여기서 뭐하냐고.
그순간 괜찮다고 고개를 가로젓는 내 모습에 다시 소름이 끼쳤다
멋있냐 병신아
몇시간 일 더 한다고 빨리 끝날만한 프로젝트도 아닌데
이거만 하고 가야지 이거만 하고 가야지 이러고 있다가 어느새 열두시가 지나고 말았다
그래서 만족스러웠나?
아니
정말 후회스럽다
요즘은 후회만 하고 사는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정말 때려쳐야지
그런데 당장 안때려치고 계속 이러고 묶여사는 내 모습도 참
끝까지 소름끼친다
글 다쓰고 좀 더 생각해봤다
내가 나중에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놈이 한달 두달 12시 전에 들어오는 꼴을 못보고 일하는걸 보면 흐뭇할까 안타까울까 생각해봤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다.
아마 나는 아빠 젊을땐 너보다 심했어 이녀석아 하고 야근부심부릴 것 같다..
지구평화를 위해서 결혼은 안하는게 좋겠다.
아 진짜 때려쳐야지. 프로젝트 끝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