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학교 갔다와서 엄마방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죽은 듯이 누워있는거야.멀리서 잠자코 쳐다보고 있었어. 우선은.근데 엄마가 십분이 지나도 이십분이 지나도 계속 그 상태로누워서 일어나지 않는 거야. 뒤척이지도 않고.정말 죽은 사람 처럼.""그래서.""가까이 가 봤지. 코 앞에서 내려다봤어. 숨도 쉬지 않는 것 같았어.그래서 생각했지. 울 엄마 죽은 걸까.눈물이 나려는데 엄마가 눈을 번쩍 떴어.그리곤 일어나서 방을 나가더니 점심을 차려서 다시 돌아왔지.숟가락을 내 손에 쥐어주면서그 일에 대해선 아무 설명도 안해줬어.""넌 왜 안 물어봤는데?""왠지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으응.""그리고 다음주 그 요일에. 또 그 다음주 그 요일에.또 그런식이였어. 죽은 사람 처럼 꼼짝도 없이 누워서내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어. 그런데 네번째 인가 다섯번째인가 그날은 점심을 밥 대신 국수를 먹었거든. 내 생일였어.오래 살아야 된다면서 엄마가 이번엔 숟가락 대신 젓가락을쥐여줬어. 막 국수를 한 가닥 끌어올렸는데 엄마가 그랬어.궁금하지 않냐고. 왜 그러고 있는 건지. 사실 그때는 별로궁금하지 않았지만 사소한 걸로 싸우기 싫으니까 어. 말해줘.그랬지. 그러니까 엄마가 그래. 죽는 연습 하는 거라고.만약에 어느날 갑자기. 또 어떤 이유로. 그렇게 느닷없이엄마가 죽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나를 단련시키는 연습을 하는 거라고.""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아. 그렇구나.""그게..다야?""엄마도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니까. 그랬는데 내가 막 여름방학하던 날이였나봐. 그 날도 엄마는 연습을 하고 있었거든.그 쓸데없는 연습. 방해하지 않으려고 점심 안 먹어도 돼. 오늘.그러고 방에 들어가서 좀 놀다가 왔는데 그때 까지도 엄마는연습중이였어. 그래서 이번엔 나가서 놀다가 들어왔는데그때도 엄마는 그 상태 그대로 였어. 다음 날 자고 일어나서방에 들어갔을 때도 그대로 인 엄마를 보고야 알았어.이번엔 연습이 아니네. "여전히 수잔과 남자는 걷고 있다. 느릿느릿 말하던 수잔의 고개는지루한 듯 떨어진다. 마치 남의 얘기를 하고 있다는 듯이."그런데 효력이 있더라고. 별로 슬프지 않았어.난 단단해져서. 벌써.""응.""그러니까 우리 헤어지자."우뚝 멈추어서지도 불쑥 끊겨버리지도 않는다.그대로 흐르고 있다.이 노곤하고 잔잔한 기류. 남자가 고갤 돌려 웃었다.아니 우는 걸까."훈련시키는 거냐. 나?""응. 그러니까 늘 긴장하고 있어.언젠가 진짜 헤어지는 날이 와도 슬프지 않게."
---- 언젠가 몇년전에 인터넷에서 본 글입니다.
누군가가 짧게 쓴 자작글로 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