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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인터넷이나 현실을 보면 옛 군부 독재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때가 좋았지. 지금의 사회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뒤섞여서 혼란스러우니 차라리 강한 사람이 권력을 꽉 쥐고 강하게 나갔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보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독재의 단물만 바라볼 뿐 그 단물이 어디서 흘러나오는지는 전혀 보지 못합니다. 과연 독재가 그 사람들이 꿈꾸는 것처럼 지상락원을 선사하는 이상적인 정치 체제일까요? 아닙니다. 독재는 독재라는 의미만으로도 수없이 많은 문제점이 붙어있습니다.
독재를 지지하시는 분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회가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이만한 체제가 없다고요. 반대 의견을 억누르고 당면한 목표를 이루어내는데 집중해야 한다는겁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증명되었죠. 히틀러, 스탈린, 김일성, 모두가 어느 정도 경제 발전을 이룩했던 독재자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말년에 나라를 말아먹거나, 적어도 도탄에 빠뜨렸다는 점이죠. 왜 이들은 나라를 잘 꾸려가다가 하향곡선을 그렸을까요? 여기서 독재의 문제점을 알 수 있습니다.
첫 째는 가치의 획일화입니다. 독재 체제 하에서는 사회에서 나오는 여러 다양성은 죽어버리고, 오로지 독재 체제가 지향하는 가치 하나로 일원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근데 이걸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해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분도 있죠. 쓸데없는 문제는 집어치우고 가장 중요한 문제에 매달려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지금부터는 현실의 예를 들어가며 말해보겠습니다.
북한은 독립 후 정부 건립부터 시작해서 6.25 전쟁 후 1970년까지 김일성의 강력한 독재 체제 아래에 경제 정책에 집중하여 남한을 압도하는 황금기를 누렸습니다. 반면에 남한은 세계 최빈국 중에 하나로 희망이 보이지 않았죠. 하지만 박정희 정권이 집권하면서 상황은 달라집니다. 전체주의적 국가 운영 아래에 남한은 북한을 능가하는 경제 발전을 구가합니다. 이렇게 남북한의 경제는 모두 강력한 독재 체제 아래에 발전했습니다. 인권 문제는 차치하고서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습니다. 독재가 이토록 긍정적인 효과만 낳는다면. 독재에서 세계 수위권에 드는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저 북한은 왜 지금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걸까요? 왜 국민들이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어가는 걸까요? 독재 옹호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회가 혼란한 건 독재에 반대하는 분열주의자, 반대주의자 때문에 그런거라고요. 그렇다면 분열 하나 없이 획일화된 모습으로 살아온 북한은 왜 저 꼬라지일까요?
가치의 획일화는 그 가치가 목표하는 바가 달성되었을 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이미 새로운 가치는 죽었기 때문이죠. 정치 체제를 떠나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보자면 이런 '사람'으로 이루어진 사회는 언제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합니다. 부채를 부치다보면 선풍기가 틀고 싶어지고 선풍기를 쐬다보면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밥을 먹다보면 반찬이 먹고 싶고 제가 좋아하는 불닭 볶음면도(?) 먹고 싶어지기 마련이죠. 영화를 하다보면 책도 읽고 싶고 게임도 해보고 싶어집니다. 이게 다른 가치이고 생활입니다. 당장 인터넷에서 쓰는 폰트도 보다 이쁘거나 멋진 폰트가 더 잘 쓰입니다. 폰트는 그냥 기본체만 쓰면 된다. 다른 폰트가 왜 필요하냐고 말씀하실 분 계십니까?
사회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이렇게 생활과 문화에서 나오죠. 하지만 획일화된 가치는 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람이 밥만 잘 먹으면 되지 이런 새로운 가치들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하죠. 가치 없는 거라고 무시당하는겁니다. 이런 독재가 지배하는 사회가 새로운 바람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이해조차 하지 못 하는데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이 때문에 독재 사회는 그 사회가 추구하던 작은 목표를 이룩하면 더 이상의 발전이 불가능한지라 도태되게 됩니다. 하지만 독재 사회는 이마저도 이해 못합니다. 그저 사회의 새로운 요구에 자신들의 낡은 가치를 들이밀며 강력하게 반발할 뿐이죠.
결론은 이렇습니다. 독재는 그 사회를 일부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지언정, 그것이 성취된 후에는 오히려 그 사회의 발전을 완전히 가로막는 괴물이 되어버립니다.
둘 째는 사회의 분열입니다. 처음에는 독재도 사람들의 지지를 받습니다. 왜냐하면 그 독재가 지향하는 바도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일테니까요. 그렇기에 사람들은 순응하고 독재가 이끄는대로 발전해갑니다. 하지만 이런 목표가 달성되고 나면 점차 사람들은 목표하는 바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독재는 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독재가 지향하는 바와 점점 달라져가는 사람들을 꾸짖고, 하나의 쇠고랑이 되어 사람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렇기에 점차 사람들의 마음은 독재 체제를 완전히 떠나게 됩니다.
결국 독재는 일부 극렬주의자들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마음을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재가 끝날리가 없죠. 독재는 형태를 바구어 경찰국가, 통제와 억압 체제로 들어가게 됩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이끄는대로 해주면 가장 좋지만 그게 안되니까 무력을 쓰는거죠. 물론 이런다고 떠나버린 사람들의 마음이 돌아올리 없습니다. 오히려 티끌만큼 남아있던 마음마저 완전히 사라져버리죠.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이 흩어져버린 사회는 결국 정체되버립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향하는 바와 사회가 지향하는 바를 동일시 할 수 없으니 무기력 해지죠. 더군다나 이에 대한 반대의 소리도 낼 수 없습니다. 결국 사회는 '나만 잘 살면 되지' 라는 이기주의나 지금 당장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보신주의가 팽배해집니다.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가 되버리는 겁니다. 하지만 독재 옹호자들은 이를 반대주의자들이 독재가 지향하는 요구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일갈합니다.
사람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서로 열띤 토의를 통해 지향점을 합당하게 설정할 수 있는 사회라면 사람들은 비록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일지라도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 함께 나아갑니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더라도 분명 자신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제시했고, 이는 적절한 토의 끝에 내려진 결론이니까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두가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이게 민주주의입니다.
군대에 가보신 분은 알겁니다. 군대는 철저한 상명하복의 사회입니다. 거기서 개개인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상명하복, 상급자가 내린 명령을 하급자가 철저히 따라야 한다는거죠. 그래서 군대가 강력한 겁니다. 만약 군대의 명령 체계가 어수선하다면 그건 오합지졸에 불과합니다. 그냥 어중이떠중이 집단이죠. 하지만 정상적인 정규군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군대에 가는 걸 그렇게 싫어할까요? 심지어 전역하고도 수십 년은 트라우마나 안 좋은 쪽으로 이야기 되는 게 군대입니다.
군대의 획일적인 문화는 결코 사람의 마음을 얻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잡초를 뽑으라면 뽑습니다. 페인트 칠을 하라고 하면 페인트 칠을 하죠. 사단장이 산을 갈아엎으라고 하면 정말 갈아엎습니다. 하지만 정말 국방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이 한 몸 바쳐 일한다고 애국심에 불타는 사람이 몆 명이나 될까요? 오히려 빨리 끝내고 들어가서 나갈 날짜만 세는 게 군대의 현실입니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한 사회는 발전하지 못합니다. 사회는 군대가 아닙니다. 결코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죠. 사람들은 색다른 문화와 생활 속에서 가치 있게 살고 싶은거지 명령대로 살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독재는 결국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와 독재 자신이 지향하는 바가 달라질 수 밖에 없기에 필연적으로 통제, 억압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독재자 스스로 감투를 벗지 않는 이상 반드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죠. 결국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지지 않는 사회는 정체되버립니다. 하지만 독재 체제와 지지 세력들은 이를 오히려 독재에 반대하는 세력들 때문이라고 선전해댑니다. 참으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죠.
p.s 4~5년 전에 인상 깊게 보고 노트에 간략하게 중점 요소만 적어놓은 독재에 관한 내용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정말 좋은 글이라서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원문 글을 다시 찾지 못해서 이렇게 제 방식대로 재구성해서나마 보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