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정치민주연합이 광주에서 '아시아문화전당 특별법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날 보고회에는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강기정 정책위 의장과 박혜자 광주시당위원장 등 광주지역 국회의원과 당원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보고대회는 누가 봐도 '천정배 때문'에 열렸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호남정치의 독점구조를 깨트려야 야당이 산다"며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다. 일찌감치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그는 지역구 곳곳을 돌며 친정인 새정치연합이 "야당으로서 수권 능력을 상실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이날 보고대회는 누가 봐도 '조영택을 위한' 자리였다. 이웃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에서 재선에 실패한 그는 둥지를 옮겨와 서구을에서 재기를 벼르고 있다. 아무리 보궐선거고 조직이 탄탄한 정당의 후보자라지만 상대는 '천정배'다. '새정치연합 정신 차려야 한다'는 따가운 여론과 무소속 천 후보의 높은 인지도는 새정치연합의 승리를 장담 못하게 하고 있다.
광주 서구을, '누가' 되느냐가 문제
역설적으로 문재인 대표의 발언과 일정이 이를 증명한다. 문 대표는 "광주의 판세가 다른 지역의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광주 서구을 지역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30일 '광주형 일자리 토론회' 참석을 이유로 다시 광주를 찾기로 했다.
천 후보 측은 새정치연합의 이날 대회를 두고 "새누리당과의 수도권 혈전을 내팽개쳐둔 채, 광주정치의 기득권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세 과시에 나선 것이 제1야당이 할 일인지 안타깝다"라고 꼬집었다.
네 곳에서 치러질 4.29재·보궐선거는 거대 정당인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엔 사활을 걸어야 할 '전쟁'은 아니다. 야권이 네 곳 전부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새누리당 과반 의석이 무너지진 않는다. 여든 야든 이기면 좋고, 지더라도 "국민이 주신 뜻을 잘 새기겠습니다"라고 고개 숙여 인사하면 그만인 '전투'다.
하지만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는 그 성격과 의미가 다르다. 서구을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핵심은 야권의 어떤 후보가 당선하느냐에 있다. 천 후보가 내건 슬로건에서 이번 보궐선거의 성격과 의미 그리고 문재인 대표체제의 새정치연합이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이유를 읽어낼 수 있다.
천 후보의 슬로건은 '호남정치 독점구조 타파와 야권의 재구성'이다. 호남정치의 독점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은 천 후보가 처음 제기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3선 중진 의원이 된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 의장이 제도권 정치에 무소속으로 도전할 때도 똑같은 주장을 했다. 그리고 불과 4년 전,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바로 그 서구을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외친 구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눈여겨 봐야할 것이 '야권의 재구성'이다. 천 후보는 "수권 능력을 상실한 야권이 당내 정치에 몰두하면서 국민이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정권교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수권능력이 있는 야권으로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야권 재구성'의 첫 시험대 되려나?
천 후보 한 사람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한다고 야권이 재구성될 리는 없다. 핵심은 차기 총선에 있다.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온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야권 재구성'의 여러 요건들이 분출할 것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공천 과정은 야권 재구성으로 가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표가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원칙 있는 공천"을 다짐한 것도 이 맥락에 닿아 있다. 당 안팎에선 "지난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에서처럼 친노 패권세력이 자기 사람을 공천하기 위해서 각 지역마다 경선 룰을 달리하면 어쩌나"하는 우려가 많다. 이런 우려에 대해 문 대표가 '정도'를 가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문 대표의 다짐이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친노 계파의 수장인 문 대표가 "대통령 후보도 하고 당 대표도 하겠다는 것은 두 손에 떡 들고 춤추겠다는 식"이라는 거센 비난을 감수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올인한 까닭은 내년 총선 공천과 무관치 않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각종 선거의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수석사무부총장에 친노계인 김경협 의원을 임명했다. "20대 총선 공천에서 친노를 챙기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 절로 나왔다.
20대 총선 후보 공천 과정에서 '친노 패권주의' 논란이 불거지면 새정치연합은 극심한 자기분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야권 재구성을 명분으로 내걸고 먼저 광야로 나온 이들과 '살기 위해서' 나온 이들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힘을 모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한 석 짜리인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는 '야권 재구성'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