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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스타크래프트2] 샹크투스 비밀작전 02 *약혐주의.
게시물ID : starcraft2_523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결두리
추천 : 6
조회수 : 96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3/22 16:08:28
시작.jpg

히드라리스크. 

3미터가 훨씬 넘는 이 괴물은 공포라는 표현도 부족했다.
그것은 본디 슬로시엔 이라는 평화로운 초식동물이었다. 

하지만 저그 군단에 흡수된 이 생물은,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피에 굶주린 거대한 괴물로 재창조 되었다.

총탄조차 튕겨내는 단단한 갑피. 
세 갈래로 뻣어나온 거대한 낫과 같은 팔. 

강철조차 물어뜯는 무시무시한 아가리를 가진 괴물은 땅속에 파고 들었다가 기습하길 즐겼다.
하지만 괴물이 가진 가장 두려운 공격수단은 따로 있었다.




연구 기기들 사이, 어둠속에서 서서히 올라온 거대한 그림자. 
놈은 뱀과같은 하반신을 조용히 움직인후, 몸을 움츠렸다.

그것은 결코 두려움도, 은신을 위한 것도 아니다. 
이내 등까지 뒤덮은 견고한 갑피, 뿔처럼 뻣어나온 두번째 뒤통수가 열린다.

그 아래를 덮은 두껍고 치밀한 근육층이 극도로 수축한다. 
강철과 같은 압력. 그것은 상어의 이빨과 같이 얼기설기 돋아난 독성 가시뼈를 휘감는다.

투확!

파공성과 함께, 해병의 가우스 소총조차 뛰어넘는 반발력으로 솟구친 가시뼈.  
그것은 홀랜드의 상대적으로 얇은 등부분 장갑 사이를 뚫고 척추를 박살내고 몸속에서 그의 내장을 헤집었다.

그가 느꼈던 것은 극도로 짧은 고통보다 더욱 큰 놀라움. 곧이어 찾아온 침묵.
1분대원들은 그의 헬멧위로 솟구치는 피와, 내장을 토하며 쓰러진 소대장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그들이 채 공격자를 찾기도 전, 어두운 통로를 가득 메울만큼 거대한 히드라리스크가 닥쳐들었다.



-으아아악!

크라첼 병장은 비명소리와 함께 실내를 울리는 소총 사격음을 들었다.
지도 화면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1분대의 녹색 점들이 전투상황을 알리듯 다급히 깜빡인다. 

'적'을 나타내는 붉은빛과, 사망자를 나타내는 표식이 보인다. 하사였다.
통신기가 다급한 지원요청과 이어지는 격발음, 비명소리로 가득찼다.

-저그, 저그다!
-살려줘 으아아아!

고통을 호소한 분대원의 통신기에서 뼈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어떤 저그 생명체의 무시무시한 괴성이 전해졌다. 

크라첼은 자신의 헬멧 바이저에서 소대장 인계표식이 깜빡이는걸 보았다.
이제 그 자신이 지휘관이다. 

그는 태어나서 이토록 강렬한 감각을 느껴본게 처음이었다.
그가 통신기에 크게 소리쳤다.

"1분대 조금만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전 소대는 즉시 지원하라!"
우렁창 대답을 들으며 크라첼은 뛰려고 했다. 

그러나 다음순간, 크라첼은 자신도 모르게 멈췄다.
자신을 지나쳐 빠르게 뛰어가는 부대원들을 느끼며 뒤를 돌아봤다.

그의 가슴 헤드라이터가 뒤쪽 통로를 밝힌다. 동작감지센서가 번뜩인다.
거대한 한쌍의 낫을 걸친 대형견 크기의 그림자가 통로에 가득 얽힌다.

어느새 나타난, 조용하지만 빠르게 닥쳐들던 괴물들. 
어둠속에서 빛나는 그 섬뜻한 불꽃같은 눈. 

"2분대! 뒤! 저글링!"
크라첼이 짧은 고함과 함께 사격 자세를 잡았다. 

기습이 발각된 저글링들이 괴성을 지른다. 
놈들이 날카로운 낫을 번뜩이며 번개처럼 달려든다.

크라첼을 시작으로 통로를 채운 분대의 C-14 가우스 소총이 불을 뿜는다.
전투복 자체 사격보조를 받는 정확한 사격은, 초당 30발의 경의로운 연사력으로 50구경 극초음속 관통탄을 쏱아낸다.

바닥으로 황동색 탄피가 우르르 떨어진다.
해병 분대의 일제사격은 달려드는 저글링 십여마리를, 순식간에 뭉쳐진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

"사격중지!" 

병장은 헬멧 바이저에 표시된 잔탄을 살폈다.
500의 숫자는 200 언저리로 줄어 있다.

불길한 예측이 결국 맞았다. 저그가 나왔다! 
놈들이 얼마나 있을까. 소대원들은 얼마나 남았지?  

이 모든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병장은 분대원들을 이끌고 달려갔다.
1분대와 3분대는 이미 합류해 복도 구석진 곳에서 천천히 물러서며 교전중 이었다.

크라첼이 이끄는 2분대도 그곳에 반드시 도착해야 했다.
그  방향, 계단으로 통하는 그 복도가 유일한 탈출구였다.

-병장님 빨리 오십쇼! 저그가 몰려 옵니다!
소대원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복도를 가득 채우는 사격음이 지척이었다.

전투지역에서 빛이 번쩍 하더니 요란한 폭발소리가 실내를 때렸다.
크라첼 분대는 즉시 보호창을 내렸다.

-어떤 병신이 갑자기 유탄을 쏘는거야!
맥 상병이 고함치는게 통신 너머로 들린다.

그때 그들이 달려가던 통로 끝 복도로, 
한무리의 저글링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게 보였다.

그들 사이로 소대가 쏘는 탄환과 유탄이 스쳐간다.
막 모습을 드러낸 히드라리스크가 유탄에 적중해 상부가 터져나간다.

헬멧 지도를 재빨리 살핀다. 
계단까지 밀린 소대를 향해 들이닥치는 눈앞의 저그들이 붉은 덩어리로 밀려든다.

그 점들중 한 무리가 멈칫했다. 
그리고 곧장 2분대를 향해 달려든다.

그들이 위치한 통로를 향해 저글링의 격류가 뒤엉킨다.
재빠른 저글링들이 타고넘는, 마치 괴물 거북이 같은 거대한 저그가 나타났다.

두터운 등갑. 삐죽삐죽 달린 뿔과 저글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고 두꺼운 낫을 짊어진, 세쌍의 발톱다리를 가진 투박한 괴물.
놈은 해병의 사격에 죽어 나자빠지는 저글링을 밟으며 계속 전진했다.

-저거 뭐야? 죽질않아!
한 분대원이 총탄을 튕기며, 피를 철철 흘리면서 묵묵히 다가오는 저그에게 비명처럼 외쳤다.

"화력팀! 유탄 사격!"
크라첼 병장이 텅빈 [000] 을 깜빡이는 소총의 빈 탄창을 뽑아내며 외쳤다. 

저 저그 괴물이 뭐든 우선 죽여야 했다.
저그란 놈들은 도무지 종잡을수 없는 진화 그 자체였다.

하지만 분대 화력팀이 막 유탄을 조준한 순간, 놈이 먼저 입을 벌렸다.
그 '목울대' 에 해당하는 부위가 꿀렁인다. 놈의 주둥이가 확 갈라지며 뿜어진 녹색 액체가 복도를 치닫는다.

유탄을 발사한 실바와 분대원 두명이 그걸 뒤집어 썻다.
세명의 해병이 총조차 놓치며 펄쩍 뛰었다.

발사된 유탄 한발이 액체를 뒤덮고 땅을 구르다 녹아들듯 사라졌다. 
남은 두발이 놈에게 적중해 근처의 저글링 무리까지 쓸어 버렸다.

실바를 제외한 두명은 이미 땅으로 쓰러졌다.
분대원들이 그들의 이름을 소리치며 달려갔다.

액체에 닿은 모든것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진다. 
녹아내린 전자장비에서 거친 스파크가 튄다.

소대원들의 대기 정보 표식은 호흡이 불가능한 강산성 대기를 경고했다.
비틀거리며 돌아선 실바가 크라첼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장갑복 어깨와 안면 보호창이 몽땅 녹아내렸다. 
한때 짙은 눈썹을 가졌던 유쾌한 남미계 일병. 

그의 상체는 부글대는 녹색 액체에 뒤덮혀 형체만 남았다.
두 눈구멍이 녹아 열리고, 폐에서 올라온 기포에, 한때 입이었을 구멍이 뻥 뚫렸다. 

인간의 말이라고 믿을수 없는 기이한 '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그는 무언가를 말하려 했을까. 영원히 알수 없을것이다.

크라첼은 자신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걸 알았다.
거의 본능과 같이 교체한 탄창이 숫자 [500]을 띄웠다.

그는 안면창을 덮어쓴 누군가가 자신에게 바짝붙어 흔들고 있다는걸 알았다. 목소리로 보아 맥 상병이었다.
"소대를 이끄십쇼 병장님! 피해야 합니다!"

크라첼은 비명과 함께 그를 밀치듯 떨어뜨렸다.
여전히 저그의 괴성과 가우스 소총 사격음이 들렸다. 

심장이 갑옷을 뚫고 튀어나올것 같다. 
그가 빠르게 심호흡을 하며 소리쳤다. 

"멈추지 마! 2분대 전진! 소대를 지원한다!"

그들은 강산 용액에 시커멓게 패인 바닥과 시체들을 지나쳐 달렸다.
도저히 희생자들을 수습할수 없었다.

어차피 정규 시신 수습절차인 장갑복 해제와 사망자 수습은,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나쳐도 죄가되지 않았다. 그, 아니 그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힘들게 납득시켰다.
소대원들이 나타날 모퉁이를 돌았다. 
순간 세발의 소총탄이 앞서 달리던 그의 어깨와 흉갑을 거칠게 강타했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다행이 장갑복의 두터운 부분을 관통당하지 않았다.

"사격중지! 2분대다!"
-죄송합니다!

크라첼의 고함에 계단에 모여있던 소대원들이 손을 들었다. 
밀려드는 저그에, 그들은 아군이 다가오는것도 확인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들은 밝은 헤드라이트를 향해 쿵쿵대는 발소리를 내며 달렸다.
바닥으로 무수히 쌓인 저그의 시체가 밟혔다.

-저그다!

대기하던 소대원들이 비명같은 외침과 함께 우측 통로를 향해 사격했다.
2분대가 합류됬을때 이미 사격은 멎어 있었다.

크라첼이 자신을 쳐다보는 소대원들을 살피며 외쳤다.
"다들 당장 이곳을 뜬다!"

2분대의 피해는 3명.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소대 전체는 부상자 까지 포함, 절반밖에 남지 않았으며 홀랜드 하사까지 잃었다. 

이대로는 전투 지속이 불가능했다.
그와 부하들은 장갑복의 뛰어난 기동성을 이용, 계단을 순식간에 올라가며 수송선에 연락을 넣었다.

"이봐, 즉시 뜰 준비해! 저그가 나타났다!"
-젠장, 5분안에 안오면 갈거야! 빨리 튀어와 해병!

-위쪽! 저글링!
3층이 눈앞에 닥쳐왔을때, 앞서 달리던 소대원이 고함과 함께 어둠속으로 소총을 난사했다.

3층 입구 어둠속에서 빠르게 달려드는 저글링이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그가 비명처럼 다시 소리쳤다.
-맙소사 더 몰려옵니다! 병장님, 피해야 합니다!

공포에 반쯤 지배당한 소대원 여럿이 아래쪽 지하 4층.
텅빈 복도. 그 안전해 보이는 곳으로 물러났다.

크라첼 병장은 잔탄을 확인하며 4층으로 도망가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저 곳에서 방어전을 펼치는게 유리하지 않을까?

하지만 3층과 지하에서 적이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절대 물러서선 안된다는, 어떤 강렬한 예감이 솟구쳤다.

저글링.png

순식간에 결정한 크라첼은 한걸음 내딛었다. 반밖에 남지않은 소대원들을 향해 고함쳤다.
"전부 돌격해!" 
 
그 순간 컴컴한 계단 위쪽에서 쏘아진 무언가가, 앞쪽에서 사격하던 소대원의 안면보호창과 흉갑에 요란하게 박혔다. 

소대원들이 즉사한채 뒤로 넘어진, 수백킬로짜리 강철 시체와 뒤엉켜 비명을 질렀다.

3층에서 소름끼치는 괴성이 울려퍼진다. 
그것과 함께 튀어나온 거대한 히드라리스크. 

쏘아진 소총 탄환이 놈의 견고한 갑피에 튕겨나간다. 
어둠속에서 저글링들이 날카로운 낫을 휘두르며 순식간에 닥쳐든다.

소총과 저그칼날. 
뒤엉킨 해병과 저그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각자의 무기를 미친듯이 휘둘렀다.

크라첼은 월리엄을 죽이려 드는 저글링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다음순간, 그의 탄창이 텅 비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튀어오르는 다른 저글링을 보았다. 
아가리속 송곳니들이 번뜩인다. 놈의 낫이 크라첼을 찍어 죽이기 위해 바짝 당겨진다.

탄창을 교환할 시간이 없다.
그는 방아쇠울 쪽의 착검 스위치를 빠르게 튕겼다.

철컹!

헤드라이트에 번뜩이는 칼날이, 달궈진 총구 아래로 튀어 나왔다. 
크라첼이 달려드는 저글링을, 놈의 반발력 그대로 꿰뚫었다.

놈이 총검에 뚫린채 미친듯이 바둥거리며 오른쪽 벽에 부딛혔다. 
발광하는 그 괴물의 머리에, 강화복의 힘을 실은 그의 왼쪽 주먹이 휘둘러 꼿혔다.

쾅!
놈이 마구 바둥대서 살짝 빗맞았다.

벽과 주먹 사이에 머리가 으깨진 놈이, 강렬한 살의에 번뜩이는 눈으로 낫을 마구 휘둘렀다. 
그의 어깨와 장갑 곳곳에 소름끼치는 마찰음을 따라 깊은 홈이 패였다.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러, 녀석의 머리를 강타했다. 
이번엔 정확했다. 벽과 주먹사이, 놈의 두개골을 부숴 버렸다.

크라첼은 축 늘어진 녀석을 던져버린후, 날카롭게 패인 탄창 보관부를 두드렸다. 
천만 다행으로 그것은 망가지지 않았다.  

콰앙!

화력 대원이 쏘아낸 유탄이, 해병을 갑옷째 찢어발기던 히드라리스크의 뾰족한 뒷머리에 명중했다. 
놈의 머리 한 덩어리가 날아갔다.

하지만 체액을 마구 흩뿌리면서까지 살육에 충만했던 히드라리스크는, 되려 눈을 번뜩이며 괴성을 질렀다. 
자신에게 유탄을 쏜 해병을 도륙하고서야 그 끔찍한 몸뚱이가 쓰러졌다.

"부상자 수습해!"
크라첼은 사망자 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일어났다.

-알파소대. 여기는 본부. 알파소대 즉시 응답하라!

그제서야 지휘관을 찾는 통신을 눈치챘다.
그는 신음성을 흘리는 소대원 한명의 팔을 걸치며 뛰었다.

"본부! 긴급 지원을 요청한다. 저그가 나왔다! 소대의 반 이상이 당했다!" 
-이봐 역시 나왔어! 빨리 알려!

동시에 통신이 끊겼다. 그는 강한 의문을 느꼈다.
'도대체 무슨 대화지? 그리고 알려? 뭘?'

하지만 고민할 여유조차 없었다.
3층에서 저그들이 복도를 뒤덮으며 몰려든다. 시간을 벌기위해 화력팀의 유탄이 날아가 작렬한다. 

동시에 대기중인 수송기의 통신이 들어왔다.

-이봐! 항성계 포기플랜이 개시됬어! 메릴투스 기동함대도 벌써 튀었다고! 빨리와!
"뭐? 제기랄 부상자가 많아, 거의 다 왔다고!"

그는 항성계 포기플랜 이라는 말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믿을수 없다. 무언가 착오가 있는게 분명했다!

자치령 정규군은 이곳 샹크투스뿐 아니라, 그의 고향 메릴투스까지 버린다는 말인가!
그 순간 수송선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오 신이시어, 뮤탈리스크다!

통신기 너머로 수송기의 엔진이 긴급 발진하는 소리가 들린다. 
크라첼이 소대원을 부축한채 지하를 넘어, 조명이 켜진 보안실로 뛰어 올라오며 고함쳤다.

"조종사! 제발 기다려 이 개자식아! 다 왔다고! 네가 떠나면 우린 다 죽는단 말이야!"
-미안하다 제길!

부축한 대원마저 던져버린 크라첼은, 보안실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모래폭풍은 그쳐있다. 
협곡지대가 끝나는 연구소 반대편. 야트막한 언덕과 평야가 펼쳐졌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엔진폭풍을 일으키며 몇미터 가량 이륙한 수송선이 보였다.
조종석에서 공포에 질린 그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이봐....!"
크라첼은 말을 마치지 못했다. 
하늘에서 내리꼿히는, 어떤 소름 끼치는 괴성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테켈리-리!

그건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대기를 찢는 기이한 소리였다.
곧이어 집채만한 피막날개를 펄럭이는 악마가 수송기를 덮쳤다.

뮤탈리스크.
수송선에 달라붙은 그 비행괴수는 선체를 몇번 물어뜯더니 다시 날아 오른다. 

놈의 날개 아래 길게 뻣어나온 배, 혹은 두터운 꼬리의 끝에달린 제2의 주둥이가 산성덩이를 토해낸다
수송선이 폭발과 함께 불길을 일으킨다. 그를 따라 시커먼 연기가 솟구친다.

수송선은 연구소 공중에서 빙빙 돈다. 
조종사가 필사적으로 중심을 잡으려는게 느껴진다. 

다시 공중에서 뮤탈리스크가 급강하한다. 
소형 공생체 쐬기벌레가 꼬리주둥이에서 튀어나온다. 수송기를 파고들듯 작렬한다.

공격한 뮤탈리스크가 다시 날아오른다. 
연기를 내뿜으며 공중을 돌던 수송기가 그들을 덮치듯 옆구소 앞쪽으로 추락한다.

"이런 제기랄!"

크라첼을 따라 달려나왔던 소대원들이, 자신들 쪽으로 추락하는 수송기를 보며 다시 도망쳤다.
수송선이 지면에 충돌하며 엄청난 먼지를 일으킨다. 

그리고 크라첼과 소대원들은 하늘을 올려다 본후 질려 버렸다.
수백도 넘는 펄럭이는 피막 날개가, 푸른 하늘을 뒤덮으며 기지 방향으로 날아간다.

그때 소대원들의 통신기에서, 부상을 당해 보안실에서 기다리던 인원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저그가 지하에서 몰려옵니다!

몰려온다!.png




탄약이 바닥났다. 
지하 차단벽이 육중한 마찰음을 내며 닫힌다. 

굳게 닫힌 두터운 차단벽을 크라첼 병장과 맥상병이 잠시 노려봤다. 그리고 서로의 지친 눈빛을 힐끔 쳐다본다. 

두 해병은 무거운 장갑복에 탁자가 부숴지는것도 아랑곳 없이 주저 앉는다.

잠깐의 휴식을 기뻐할 정신적 여유조차 없었다.
그들의 붉은 장갑복 위로 인간과 저그에서 튄 검붉은 액체가 수없이 덧칠되 있었다.

방어격벽을 조작한건, 아군의 유탄에 빗맞아 기절한채 지금에야 깨어난 월리엄 일병이었다. 
그의 안면 보호창에 시커먼 흔적과 거미줄 같은 금이 무수히 그어져있다.

그는 깨어나며 사태를 즉각 파악했다. 그리고 거의 혼이 나간 모습으로 보안실로 달려가 콘솔을 두드렸다.
소대원들이 그토록 애써도 움직일수 없던 지하 차단벽은, 그의 손짓 몇번에 순식간에 닫혀버렸다.

맥 상병이 말했다. 
"너 당장 해병 그만두고 기술자 취직해 똑똑한 개자식아."

월리엄은 씁쓸히 웃었다.
"산을 내뿜는 그 이상한 저그라면.... 이 격벽도 오래 버티지 못할것입니다."

월리엄은 유탄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동료를 탓하지 않았다. 
이해심 때문이 아니었다. 

생존자는 그들 세 사람뿐 이었기 때문이다.
첫번째로 사망한 홀랜드 하사님과 상체가 녹아내린 실바.

지상까지 올라오면서 소대원들의 주검을 하나씩 떨구며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지하에서 몰려든 저그와 몇차례 사투를 벌였다.

소대원들의 시체를 수습하고, 여분의 탄약도 찾을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휴식이 더 급했다.

"제길 아직도 머리가 울리는군요." 
다만 한참 나자빠져 있다 이제야 일어난 월리엄이, 그들의 시체를 수습하고 탄약을 모았다.

탄약은 예상만큼 적었다.
그들은 격벽을 힐끔대며 모였다.

크라첼 병장은 헬멧 안의 튜브를 이용해 식수 저장칸의 은혜로운 생명수를 마셨다. 
일병이 캐비넷에서 에너지바 박스를 찾아냈다. 

생존자들은 그것을 묵묵히 씹었다. 
진한 초콜릿과 견과류가 씹히는 삶의 단맛이다.

허기는 면했다. 
하지만 기지에서 수송기에 몸을 실을때만 해도,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전투식량도 가져오지 못했고 저장 식수는 곧 바닥날 것이다. 
그렇다면 드디어 이 장갑복의, '비이성적 꺼림직' 을 불러일으키는 기능에 기대야 할 것이다.

해병 훈련캠프 이후로 그 존재를 거의 잊고 있었건만. 
그는 애써 좋게 생각했다. 그냥 안전한 정화식수일 뿐이다. 

또한 적어도 연습용 강화복을 앞 기수에게 물려받은 훈련소의 극기 캠프에서, 
다른 훈련생의 몸에서 나왔을 식수를 마시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지금도 이 장갑복속 생존시스템은 그들의 땀과 부산물을 모아 '재순환 물'을 열심히 만들고 있을것이다.
그는 문득, 훈련소에서 이 재순환시스템의 존재를 처음으로 배운 때의 감상이 떠올랐다.

'도데체 어떤 색다른 두뇌를 가진 설계자가 이런 아이디어를 낸걸까?'
하지만 훗날 생각할수록 분명 효율적이긴했다. 

전장의 독립된 여러 극한 환경들. 
혹은 예측할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물같은 귀중한 자원은 그냥 생기는게 아니다.

훈련조교들은, 만일 중간 극기테스트에서 낙오한 훈련생이 있다면. 
개별로 허가된 제한된 식수량을 우리 따위와 비교할수 없는 네발동물. 부대견의 발 씻을 물로 제공할 것이라 으름장을 놓았다.

이어진 한 훈련생의 생명과 직결된 질문.
그것에 대한 답은 명쾌했다.

놈들은 험한 전장에서 발생가능한 이 재순환 시스템의 기계적 오류를, 
그 낙오병에게 한번 테스트 해볼것이라 사악하게 짖어댔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다행이 그 추가 생체훈련에 돌입한 훈련생은 없었다.
하지만 그 으름장이 진심일지 하는 문제는 한동안 훈련생 사이의 중요한 토론거리였다.

다만 모두가 한가지 의견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그 개자식들은 그러고도 남을 개자식들 이라는것.

크라첼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스스로가 어이가 없었다. 
이 웃음은 그때의 기억이 차라리 행복해서 나온것일까. 아니면 자조적인 것인가. 

하지만 그런 극한 상황이 닥치기 전까지, 그들이 과연 살수있을까?
무언가를 생각하던 상병이 한참 후에야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병장님. 다른 소대원들처럼 우리도 여기서 죽겠죠?" 
"나중에 네 묘비명에 적어주지. 그러니 닥쳐."

크라첼이 으르렁 거리듯 답했다. 
하지만 거친 말투와 다르게. 내심 자신이 어리게 느껴졌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내던져진 현실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이해했지만. 받아들일수 없다.

자신은 결코 여기서 죽을 사람이 아니다.
그게 당연한것 아닌가!

인류를 수호하고 적과 용감히 싸우는 영웅의 요람인 군대.
그들이 어떻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버릴수 있단 말인가.

크라첼은 생각했다. 
'멩스크 황제폐하가 이 사실을 알까?' 

모를것이다 분명. 
그래야만 했다.

그의 기분이야 어떻든 한가지 정황은 분명했다.
항성계를 지켜야 할 자치령 함대가, 자신들을 이용해 저그를 눈치채자 곧장 그 의무를 포기했다.

하긴 민간인이 존재하는 메릴투스 행성조차 포기한 마당에, 
고작해야 해병 세명에 구닥다리 예비물자만 저장한 행성을 지켜야 될 이유가 어디있단 말인가.

하지만 적어도 이곳 샹크투스 행성에서 탈출 하려한 그 인류의 배신자들은 무사하지 못할것이다.
보안실 감시카메라로 바깥을 살피던 월리엄이 그것을 물었다.

"가까운 협곡에서 뿜어지는 저 엄청난 연기는 뭡니까?"

크라첼이 건성으로 답했다.
"탈출선이다. 기지에서 탈출하던 세대의 초대형 수송선. 아마 전부 그 꼴로 여기저기 흩어졌겠지."

"전부.... 말입니까? 전 저 수송선을 알고 있습니다. 대기권 내에서 차원도약 엔진으로 도망칠수 있었을 텐데요?"
월리엄은 좀더 설명을 요구하듯 말했다.





월리엄이 기절한 직후였다. 
저글링들의 공세를 어느정도 막아낸 생존 소대원들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작전을 시작했다.

기절한 월리엄을 깨우는데 실패했다.
한때 정비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다는, 그나마 기계를 이해하던 소대원이 지하 차단격벽을 작동시키기 위해 분투했다. 

가까운 곳에서 불타는 수송선과 통신이 연결된다는걸 알아챘다. 그것이라면 구조신호 전송이 가능할 것이다.
크라첼과 맥이 뮤탈리스크와 수송선 폭발의 위험을 무릎쓰고 달려갔다. 

그리고 수송선으로 진입해 통신기에 접속했다.
그들은 기지에서 아직도 작동될 우주권 안테나를 경유해, 다른 항성계에 구조신호를 보내려 했다.




"수송선은 결국 폭발했지만 임무는 완수했다.... 징그러운 쐬기 벌레도 한마리 잡고." 
맥 상병이 마치 깨진 컵으로 눌러 찍은 것처럼 보이는, 벌레의 이빨자국이 난 강철 팔뚝을 들어보였다.

"완수했지, 하지만...."
사지를 해쳐나온 그 맥 상병이, 용감한 그가 마치 어떤 무서운 것이라도 본 것처럼 쾡한 눈을 빛냈다.




수송선에 진입한 맥과 크라첼은 광대역 주파수를 맞추며 채널을 뒤졌다.
그때 하늘로 도망치는 초대형 수송선 끼리의 통신을 우연히 접했다.

통신 채널은 공포에 가득했다.
자신들을 둘러싼 뮤탈리스크 때문이 아니었다.

크라첼이 마지막으로 들은건, 엔진의 가동 에너지가 소멸한다는 절규였다. 
그것은 언뜻 이해할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마치 함선이 그냥 사라진 것처럼, 통신이 끊겼다.

그 직후 거대한 전투순양함에 맞먹는 수송선중 한척이, 
수많은 뮤탈리스크에 둘러쌓인채 자신들이 있는 방향으로 추락했다.

추락을 따라 수동 탈출 장치가 여렷 사출되는게 보였다.
그것에 달려드는 뮤탈리스크가 더 많았다.

그리고 눈치챈 이질적인 상황. 그것은 마치 추락하는 땅과 같았다. 
수송선의 어떤 조명도, 심지어 대기권 항행 엔진 역시 꺼져 있었다.

맥은 그것이 다가옴에 따라 저 믿을수 없을만큼 빠르게 추락하는 함이, 자신들을 연구소째 날려 버릴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연구소를 뒤흔들며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수송선은 협곡을 몇개 지나 아래로 추락했다.

추락 직후 지진이라도 난듯 엄청난 진동과 화염이, 얼기설기 얽힌 협곡위까지 치솟았다.
크라첼은 그 수송선이 적어도 자신들에게 한가지 도움을 준것을 알았다.

저그들의 공격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개중엔 몸이 검게 그을린 놈들도 섞여 있었다.
적어도 덕분에 월리엄이 깨어날때까지 전멸은 면했다.

맥 상병은 이 모든 일들을 짧막하게 평했다.
"궁지에 몰린 쥐는 최후의 발악을 합니다."

크라첼은 다시 한번 녀석에게 한마디 해 주려고 했다.
하지만  먼저 월리엄이 음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병님 말씀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이봐 월리엄, 너까지 왜그래? 우리도 전멸시키 못한 저그야. 자치령의 반격이 있지 않겠어?"

크라첼의 말에도 불구하고 월리엄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는 스스로가 언젠가 이런 일이 닥칠것에 각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월리엄은 한때 순수하게 과학자를 꿈꾸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많은 사건들. 절대 이야기 할수 없는 일들. 
'차라리 그것들을 몰랐다면 좋았을까? 모른척 했다면?'

해병이 된 후. 그는 마이클 리버티 같은 권력의 저항자들이 내보내는 금지된 해적 방송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일반인이 쉽게 접하지 못할 진실들을 더욱 많이 알았다.
 
자신의 운명을 바꾼 사건은, 하다못해 단 한사람 에게라도 의미가 있기나 한걸까? 확신할수 없었다.
그리고 그를 이렇게 만든 세상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저그의 준동과 함께, 자치령은 주요 행성을 제외한 외곽행성들을, 그곳에 살고있는 신민들을 거리낌 없이 포기했다.

위대한 멩스크 황제폐하와 인류의 정의로운 방패 테란 자치령. 

월리엄은 피식 웃었다. 
자치령에는 자신들같은 말단 군인과 민간인 따위는 거리낌없이 버릴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직 황제를 중심으로 한 권력. 그것을 위해 언론 자유는 철저히 통제된다.

저그나 반란군 레이너 같은 외부에 대한 대한 공포로 시민의 눈을 흐린다.

동시에 자치령의 피비린내 나는 치부는 흐려진다.

영웅.jpg

최전방에서 그리고 밑바닥에서 싸우는 진정한 시민들의 편은,
언론의 선전 공격에 악당으로 변해 버린다.

그 '악당'들은 많은 이들을 구했다. 해적방송으로 진실을 눈치챈 자들이 점점 늘어난다.

언젠가 모두가 진정한 악당과 영웅을 눈치챌 날이 오리라 애써 믿고 싶다.

그렇다 해도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 
그 모든것은 어쩔수 없다. 

크라첼 병장님 생각과 같이 자신도 세상을 더 살고 싶다. 
어쩌면 좀더 나아질지 모르는 세상을 보고 싶었다.

그는 죽기 전에 수도성 코랄에 살고있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편지를, 하다못해 전화라도 한통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잔혹한 현실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월리엄을 힐끔 쳐다본후 생각에 잠긴 크라첼 병장이 한숨을 쉬었다. 그때 그는 무언가가 생각났다.
"이봐 월리엄. 지하에 프로토스 유적이 있었잖나. 자치령이 그걸 회수하려 하지 않을까?"

일병이 고개를 저었다.
"정보를 봤습니다. 지하에 무언가 있긴 하지만 자치령이 찾는것은 아닙니다. 연구진들은 대부분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크라첼은 그에게 소대장과 같이 확신할수 있느냐고 묻고싶었다. 
하지만 그만 두었다.

물어봐야 헛일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월리엄이 마치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무엇이 있기에 인간과 저그가 동시에 몰려든 걸까요? 제 생각엔 둘다 같은것을 노리고 있지 않았나 봅니다. 다만 저그쪽이 현재 정보가 부족한건 아닐까요?"

하지만 크라첼은, 저 연구원 출신 해병의 호기심을 같이 고민해 주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죽을 것이다. 그게 현실이다.

슬슬 이성이 비이성 적인 감정을 상대로 무력히 승리중 이었다.
저그가 방금의 폭발로 전멸 했다고 보는건 말이 안된다. 

일개 해병이라도, 저그를 일선에서 지휘하는 전술 개체가 있다는것 정도는 알았다.
묘하게 인간 여성의 형상을 닮은 저그.

그건 살아있을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불타고 야생화 된 저그들이, 자신들을 향해 공통된 목적의식을 가지고 달려들리가 없겠지.

그렇다면 저그가 아까의 '산을 뿜는' 개체를 이용해 지하 차단벽을 뚫지 않는것도 이해가 갔다.
괴물들은 확실한 한방을 준비하고 있으리라. 

자신들에게 '확실히' 산성액을 뿌리고, 살을 찟고 먹어치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 준비가 끝나면 자신들은 죽을 것이다. 
이 연구소는 한때 쾌활한 한무리 젊은이였던 알파소대의 무덤이다.

맥이 월리엄에게 현재 메릴투스의 위치를 물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알려준 방향을, 맥은 하염없이 바라본다. 

크라첼은 시간을 확인했다. 샹크투스 특유의 짙은 장미색 노을이 질 시간이다.
이 메마른 행성에서 유일하게 꽃처럼 아름다운건 그것 뿐이다.

닫혀진 차가운 격벽. 
석관과 같은 이곳의 바깥은, 그들을 위해 바쳐지는 조화가 하늘에 가득할 것이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것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긴장이 풀리며, 졸음이 다가온다.

달콤한 수면의 쾌감은 죽음처럼 그를 감싼다.







삑. 삑. 삑.

새벽이 밝아오는 시각. 크라첼은 전투복 속에서 눈을 떳다. 그는 처음 생각했다.
'이건 말도안돼.'

삑. 삑. 삑.

그는 헬멧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꿈이 아니다. 그는 다시 생각했다.
'이건 정말 말도 안돼.'

전투복 내장 통신기에서 인간이 보낸 신호가 깜빡인다.  
크라첼 병장은 정신없이 주파수를 맞추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맥! 월리엄! 이 빌어먹을 개자식들아 빨리 일어나! 통신이 들어왔어, 틀림없이 구조대가 온거야!"
크라첼은 바닥에 널부러진 부하들을 사정없이 걷어찼다. 그리고 으하하 웃으며 환희에 가득찬 고함을 질렀다.

맥과 월리엄이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와 분대장을 번갈아 봤다.

맥 상병이 외쳤다.
"말도 안됩니다 병장님, 자치령 함대까지 전부 도망간 마당에 도데체 누가 우리를 구한단 말입니까!"

하지만 내뱉는 말과 다르게 그의 눈이 희망으로 빛나는걸 크라첼을 의기양양하게 바라본다.
그 역시 그의 현실적인 생각에 동의했으나, 신호는 분명했다.

"둘중 하나야. 자치령이 마음을 바꿔 이 행성기지를 재탈환 하기 위한 함대를 보냈던지, 혹은....."

'정신나간 놈들 이겠지.'
하지만 그런 놈들이라도 상관없다. 

크라첼은 화면 너머에 누가 나타나든, 저그를 무찔러 준다면 발바닥이라도 핣아줄 각오가 돼있었다.
때에 맞추듯 노이즈가 가득하던 스크린이 선명해 진다. 잡음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처음 들린건 화면밖의 중후한, 하지만 어쩐지 짓궂은 느낌의 목소리였다.
-이봐 지미 저 녀석들 표정좀 봐 꼭 천사라도 본 얼굴이지 않아?

낄낄대는 그에 이어 화면속 남자의 차분하면서도 경쾌한 말이 뒤따랐다.
-하하 옛 악마라면 말이 되겠지 타이커스. 구조신호를 받았다. 도움이 필요한가 친구들?

셋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오 맙소사.'
스스로를 이성적인 인간이라 자부하는 맥은 누가 나타나더라도, 심지어 위대하신 황제 멩스크가 직접 응답을 했다고 해도 의연히 대처할 각오가 돼있었다.
하지만 화면에 나타난 인물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오 맙소사.'
선명해진 화면. 검은색 CMC 전투복과 어깨에 또아리를 튼 해골. 
월리엄 일병은 특히 다른 의미로 전율할수 밖에 없었다.

'오 맙소사.'
크라첼 병장이 입을 쩍 벌리고 있다가, 푸하하 웃었다. 
그조차 자신이 왜 웃는지 알수없었다.

자치령 국민 이라면 절대 모를수 없는 너무도 무시무시한 남자. 
반란군, 혹은 다른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자들. 

그들을 구하러 온것은, 다름 아닌 레이너특공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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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작전 3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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