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결론 부터 말씀 드립니다.
저는 이 법안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지켜야 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오해를 소지를 없애고자 사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개고기를 안 먹고, 강아지를 3년(질병 사망), 15년(노환으로 사망) 키웠습니다.
강아지를 위해 기 백만원에 가까운 돈을 썼으며, 나름 애견이라면 애견인이라고 할 만큼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깊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위 내용은 사적인 이야기입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즉, 자유라는 개념, 자유주의라는 신념은 국가의 유지에 상당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 국가의 성립은 일반적으로 사회 계약설에 기초합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내가 국가에 소속됨으로써 일부 의무를 가지지만, 국가가 내 권리를 보장해 줌으로써 내 자유가 극대화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지요.
홉스까지는 국가는 절대 권력을 가졌지만, 근대 칸트 이후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만약 개인은 국가가 자신의 기본적 자유를 침해할 경우 그에 대한 저항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자유주의의 일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개고기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현재 개고기가 문제되고 있는 점은 1. 비위생적 사육 및 도축 현장, 2. 비위생적 유통과정, 3. 관련 법안 없어 관리 및 처벌 불가 4. 국제적 위상과 이미지 등을 우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 표창원 의원의 페이북입니다.
일단 법안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37조를 보면 개인의 자유는 국가의 안정,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통해서만 법률로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 될 수 없다고 쓰여있습니다.
다음은 개고기 식용 금지법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비위생적 사육, 도축, 유통이 사라진다면, 국민의 건강에 이익이 될 것입니다. 즉, 공공복리를 증진하고자 하는 것이 헌법 37조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개고기 식용금지법안이 사라진다고 해서, 개고기에 대한 개인의 선호가 사라질까요? 오히려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위생조차 사라지고 암행적으로 개고기 식용이 이루어지면서 탈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여 사실 상 공공복리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즉 이를 통해 공공복리에 현저한 이득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4. 국제 위상은 정말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서 넘어가겠습니다.)
솔직히 헌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전공이 사회철학, 사회정의론이기 때문에... 그래서 사회철학, 즉 자유주의와 관련하여 이 내용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자유주의, 그 중에서도 사회정의와 관련해서는 크게 2가지 노선이 있다고 전 봅니다.
우선은 Nozick(1974), Hayek(1976) 등으로 대표되는 자유지상주의(소극적 자유)이며, 또 다른 하나는 Hobson(1922), Dewey(1929), Keynes (1936)와 Marshall (1950), 그리고 Galbraith (1998)와 Dworkin (2000, 2004) 등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적극저 자유)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이 내용은 Berlin(1969)에 의한 분류이며, Reisch(2014) 중 내용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자유지상주의 학자들, 즉 소극적 자유를 지지하는 학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입니다. 이들은 세금 조차 국가의 도둑질이라고 보는 사람들입니다. 소극적 자유는 개인의 소유 및 소유물에 대한 행위에 대한 외부의 통제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입니다. 이 입장에서는 당연히 개고기 식용 금지 법안에 반대 할 것이기에 더 이상 논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적극적 자유를 지지하는 학자들의 입장입니다. 소극적 자유가 침해받지 않을 자유라면, 적극적 자유는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이 논의는 아주 복잡한 논의이므로,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롤스는 이것을 공정으로써의 정의라고 표현하였으며, Sen(2009)와 Nussbaum(2011)는 이를 역량이라고 칭했습니다. 아주 쉽게 개고기를 먹든지 말든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개고기를 통해 유통을 금지하는 것은 내 선택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반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상적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논의된 담배를 봅시다. 담배가 끼치는 피해는 개고기가 가져오는 혐오감이라는 모호한 기준보다 훨씬 명백합니다. 그리고 이를 금지 시킴으로써 가져오는 국민의 공공복리는 상당하며, 금지시킴으로써 감소하는 공공복리를 현저히 압도합니다. 실제로 국민의 건강권(혐연권)이 흡연권에 앞선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담배 유통을 금지시키지 않습니다. 물론 담배 판매 규격을 확실히 하고, 금연 구역를 넓힘으로써 "아 더러워서 내가 담배 끊는다"라는 이야기가 나올지라도 담배 유통을 금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담배를 피지 않을 것인가, 혹은 법을 준수하면서 담배를 피울 것인가를 내가 선택하게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표창원 의원께서는 정의감이 넘치고, 법의 집행에 있어서 아주 똑똑한 분이시지만, 사회 철학에 대한 교양은 좀 부족한 게 아닌가 합니다.
소프트 파워(우리나라 말로 뭐라표현해야할지)를 가진 NGO나 협회에서 주장하는 것은 모르겠으나, 하드파워를 가진, 동시에국민 통합, 사회적 안정을 생각해야하는 국회의원이 이런 말도 안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등, 인터뷰를 하는 것이 참 보기 그렇습니다.
또한, 페이스 북에 "개고기 식육이 고유문화라며 옹호하시는 분들, 이 문제 해결 위해 개고기 합법화 입법할 의원 찾아서 추진하고 상임위와 법사위 거쳐 통과시킬 자신 있으십니까?" 이렇게 쓰셨던데, 솔직히 말씀 드려서 실망 많이 했습니다. 꼬우면 너도 국회의원되서 합법화 하던지 라는 말씀이신가요?
만약 이 법안이 발의된다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어떤 정당과도 불사하여 여러 방식으로 노력해서 발의취소 혹은 개고기 합법화를 노력하겠습니다.
이 법안은 자유주의국가의 기반 자체를 무시한 법안이며 생각입니다. 법을 통해 문화를 통제하겠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없어질 문화는 없어집니다. 굳이 분란을 만들고, 국가의 기반을 흔들려고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퇴고가 어렵습니다. 할일이 너무 많거든요. 믿고 지지했던 의원에게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라 억울하기도 하고 그냥 글을 싸지르고 갑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더 정제된 글로 다양한 루트를 통해 뵙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본삭금인지라, 오타는 못 고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