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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금/스압] 국토를 달리는 소년 - 5일
게시물ID : bicycle2_311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조자륭
추천 : 13
조회수 : 621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5/03/20 07: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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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2d5z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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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훈훈해서 더 자고 싶었다. 여유롭게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일어나 출발할 채비를 했다. 옷은 덜 말라있었다. 

인사를 하고 떠나려하자 보살님이 아침을 먹고 가라고 하셨다. 아직 일곱시. 그러겠다고 했다. 시래기국과 건강한 나물반찬으로 발우를 비웠다.

감사인사를 드리고 무소의 뿔처럼 다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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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산 냄새가 좋았다. 

여기서 스트레칭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버스를 예약했다. 오후 10시 20분 차. 여유로웠다. 충분했다. 오늘만큼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달리기로 했다. 

마지막의 시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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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창녕보에 도착했다. 사실상의 출발지였다. 앞으로 약 15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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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통은 진화했다. 욱신거리는 통증에 따가운 통증이 더해졌다. 땀띠가 난 것 같았다. 안개가 머리속으로 들어오는 듯 어지럽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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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포교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갔다. 이정표가 없으니 거리 개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잘 찾아가고 있는지 불안했다. 멈추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며 헤맸다. 이 사진이 없었다면 훨씬 헤맸을 것 같다. 5km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었다. 다행히 남지대교를 찾았고, 다시 종주이정표가 눈에 보였다.

날씨가 좋았고 길도 좋았다. 빨리 도착해 여유롭게 터미널에서 쉬고 싶었다. 친구들과 전화하며 즐겁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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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로를 타느라 100km 이정표를 놓쳤다. 이제 100km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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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함안보에 도착했다. 

근처에 식당이 없었다. 편의점에서 찰바와 맥주한캔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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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 도착했다. 부산에 있다는 게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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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해가 진해지고 바람이 많아졌다. 길도 좋고 날도 좋았다. 

무릎통증이 서서히 일어났다. 앉아 쉬면서 통증을 달랬다. 시간은 아직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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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이 점점 강해졌다. 앞으로 나아가기가 벅찼다. 들인 힘에 비해 내가 간 거리는 너무도 적었다. 바다 근처에 왔다는 신호겠지.
날이 더워졌다. 옷을 벗으면 춥고 입으면 더웠다. 무릎통 때문에 자주 안장 높이를 손 봤다. 

사소한 것들이 야금야금 시간을 갉아먹고 있었다. 

어느새 시간은 네시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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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시원찮게 먹어서 금방 힘이 빠졌다. 초점이 어지럽게 흐릿해졌다. 눈을 감을 때 깊게 피곤이 느껴졌다.

네시가 조금 넘었을 때, 횟집이 하나 보였다.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 들어가 붕어매운탕을 시켰다. 밥은 원래 안주길래 밥도 주문했다. 배가 터지게 먹었다. 푸짐한 살과 커다란 알과 시원한 국물까지 싹. 밑반찬 빼고 다 먹었다. 고구마를 가방에 따로 챙겼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았다.

다시 출발했다. 거의 다섯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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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서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었다.
시간은 촉박촉박 지나갔지만, 예쁜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무릎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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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km 앞에 있었다. 0.5km 를 줄이는 게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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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바깥무릎의 시린 통증과 오른쪽 안쪽무릎의 아린 통증이 동시에 심해졌다. 무릎통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게다가 길을 잘못들었다. 진입금지 비포장도로라고 써있었지만, 왠지 그 길로 달리고 있었다. 이십분쯤 달렸을 때 이상함을 느꼈고, 지도를 봤을 때 이미 잘못됐다. 욕이 나왔다. 어느새 시간은 부족해졌고, 헛수고는 너무나 컸다. 화가 났다. 무릎을 손해봤다. 몇 분 전보다 훨씬 어두워졌다.

곧 바른 길을 찾았고, 전력을 다해 밟았다. 아파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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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같은 코스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옆에는 전철과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왼쪽 무릎이 끔찍하게 아팠다. 너덜너덜하게 달려있는 기분이었다. 무릎을 스스로 들 수가 없었다. 섬약한 실로 아슬아슬하게 꿰매져 있는 듯한 느낌. 무릎 안에 사는 난쟁이가 고문을 당하며 소름끼치는 비명을 지르는 듯한 느낌. 조금 더 힘을 주면 툭 끊어져 영영 쓸 수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오른쪽도 마찬가지였다. 아픔의 종류가 달랐다. 타박상이 있는 자리를 열번 더 망치로 때려 뼛 속까지 멍이 든 느낌. 무릎을 들 수는 있었지만 페달을 밟아 힘 줄 때 불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려서 걸으며 생각했다.

콜밴을 부를까. 너무 비쌌다.
앞에가는 사람 자전거에 줄을 매달고 끌어달라고 할까. 간절했다.
하루 더 자고 아침 일찍 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럴 마음이 없었다.

적어도 멈춰있지는 않았다.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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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가장 긴 거리로 남을 것 같다. 걸어서는 두시간정도 되는 거리였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역까지 가야했다. 너무나도 많은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현실적이었다. 

꾸역꾸역 나아갔다. 눈앞에 목적지가 있었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상관없어. 걸어서라도 완주하겠다. 라는 생각은 옛날이야기였다. 오늘 끝낼거다.


4km정도 남았을 때 한계였다. 붕대를 꽉 조여봐도 소용 없었다. 이러다 무릎이 무릎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왼쪽 손으로 왼쪽 다리를 들었다. 오른쪽 팔로만 핸들을 잡고 오른쪽 발로만 페달을 밟았다. 

훨씬 나았다. 앞으로 갈 수 있었다. 희열이 느껴졌다. 가능성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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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ㅈ에게 전화가 왔다. 도착했냐고 물었다. 거의 울먹이면서 웃는 씁쓸한 내 목소리를 듣고 ㅁㅈ은 걱정했다. 나는 걱정말라고 했다. 이따 열시 이십분 차를 타고 집에 갈꺼니까 기다리라고 했다. 술 먹자고. ㅁㅈ은 그러겠다고 했다.

2와 1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2km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1km는 서럽게 느껴졌다. 

이제 진짜 거의 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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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km를 목전에 두고 긴 다리 하나를 건너면 도착이었다. 그래서 이걸 찍을 여유가 잠깐 생겼었나보다. 사자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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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했다. 한팔 한다리로.

인증부스에서 마지막 도장을 찍고, 주소를 쓰고, 수첩함에 수첩을 넣었다. 

끝났다. 


여느 사람들처럼 자전거를 들고 웃는 모습을 찍을 수가 없었다. 대신 환하게 웃는 때 묻은 녀석을 정성스레 찍었다.


아빠에게 전화했다. 완주했다고. 내일 보러 가겠다고. 

아빠는 말하셨다. 고생했다고. 자랑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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