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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갔었던 썰
게시물ID : gomin_13866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밥먹고_오유
추천 : 6
조회수 : 36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3/19 16:44:37

 어제인가 엊그제에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이라는 프로가 검색어에 떴었는데요. 오늘 그 프로그램을 유튜브에서 보다가 혹시라도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제가 직접 겪었던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때는 2013년, 제가 대학교 1학년 다닐때입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갈때 즈음이었는데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학교 교수님의 추천으로 진로 상담을 무료로 해주는 프로그램이라면서 하시겠냐고 물으시더라구요. 그때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중이라 깊게 생각 안하고 알겠다고는 했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내 진로는 이미 확실히 정한것을 교수님도 아시는데 왜 그런걸 추천해줬나 싶더라구요. 뭐.. 그랬는데 성격 검사도 해준다니까 가벼운 생각으로 상담 받으러 갔습니다.

 처음 그 선생님을 뵜었던 곳은 카페였습니다. 첫 전화는 남자분이셨는데 와있는 분은 여자분이셔서 약간 놀라긴 했지만, 무슨 단체여서 그런가보다 했네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대학교 교수님의 추천이라고는 했는데 명확한 증거도 없었네요.. ㅎㅎ 그 분이 하시던 말씀은 우리 학교와 무슨 계약을 맺은 상담 회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여러 비싼 상담과 검사들을 학교의 지원으로 공짜로 해주는거다' 라고 하셨었습니다. 했던 검사들은 애니어그램을 비롯해 적성검사와 기타 성격검사, 그림으로 알아보는 심리검사 등등을 했었습니다. 막상 심리검사를 한번도 해본적 없고 티비로만 접했던지라 직접 해보니 재미있기도 했고, 커피랑 빵도 사주시니까 그 때 당시에는 기분 좋게 갔었던것 같습니다.

 첫날은 혼자였는데 둘째 날부터 어떤 형과 같이 총 세명이서 만나게 됬는데요. 그 형도 저랑 같은 학교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그 선생님분이 신뢰가 갔었던것 같아요. 초반 당시에는 계속 심리 검사 및 잡담만 했거든요. 공강시간을 이용해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꼭 봤던 것 같습니다. 밥도 몇번씩 같이 먹구요. 부모님과 친구들한테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중 하나라고 말해줬었습니다. 이 때 들었던 생각이 전화로는 어떤 교수님이 날 추천했는지는 한번도 언급 안하셨었길래 저랑 친했었던 교수님이 추천해줬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때라도 미리 그 교수님께 물어볼걸 그랬네요.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강한 후에도 그 모임은 계속 됬습니다. 저 딴에는 갈곳이랑 만날 사람도 생긴게 좋기만 했었는데, 좀 편해지고 난 후부터 뭔가 수상하더군요. 위에서 말했듯이 성격과 적성검사등등을 했는데, 자신을 발전 시키려면 '영성지능' 이라는 'SQ' 라는것을 발전 시켜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것과 관련해서 영상들을 보여줬는데 KBS 영상이라 그때 당시엔 진짜 의심 하나 안했습니다. 그런데 영성지능을 알려주면서 사람이 보지 못하는 영역? 이런 이야기도 해주더군요. 예를들어 2차원의 생물은 3차원을 못보는것 처럼 사람들도 우리보다 더 높은 차원에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종교쪽으로 흘러갔죠.. 영성지능을 높이려면 획일화된 믿음이 필요한데 그 믿음을 기르기 위해서는 신앙활동이 가장 좋다고 하더라구요. 저를 비롯한 저희 가족은 모두 기독교신자라서 저는 그냥 '호옹이..그렇군영..' 하고 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종교 영상 몇개 틀어주기도 하면서, 여러 종교들이 있는데 그 종교들 책중에 현재까지 가장 보존이 잘되온 책이 성경이라고 다음 시간부터는 성경책을 들고 오라고 하더라구요. 이 때부터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항상 만나는곳은 카페였는데 성경책들고 오라고 할때부터는 장소를 바꾸더군요. 학교와 가까운곳에 있는 큰 도로변에 어떤 건물이 있는데(학교와 대략 걸어서 5분거리), 그 건물 3층에 '행복한 동행' 이라는 이름으로 된 곳이 있더라구요. 그 선생님이 말하기를 이 강의실을 자신이 빌렸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책상과 의자도 많고 칠판도 있는데다가 방도 많아서 처음에는 돈주고 몇시간씩 대여하는 스터디룸 인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교육을 하게 되면서, 같이 만나던 형 한분이 휴학때리는 바람에 집으로 가셔서 그 뒤로는 못보고, 그 후에 20대 후반? 이신 어떤 형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또 저보다 한살 많으신 어떤 누나도 꼈는데 이 누나도 같은 학교시더라구요.. 그래서 총 4명이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만나면, 주기도문을 말하고 기도를 하며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하는 이유는 그 종교에 대한 예의? 라나.. 지금 생각하면 저도 참 얼척이 없는데 그때 당시에는 분위기에 휩쓸려 했던 것 같네요. 쨋튼 기도를 한후 성경공부 비슷한 것을 했습니다. 성경이 복음서, 예언서 등등으로 나뉘어져 있는거라던가, 성경 구절을 일일히 짚어가면서 성경을 논리로 접하는 듯한 공부를 했습니다.

 제가 소름돋았던 기억중 하나가 위에서 같이 모임하던 누나가 밥을 사주신대서 좋다고 먹자 했는데, 메뉴는 누나보고 고르라고 했었거든요. 그랬더니 누나가 순대국밥 어떠냐고 하시더라구요. 그때 저는 순대국밥 한번도 안먹어봐서 좀 그러긴 했는데, 그래서 누나보고 어디 갈건지 장소를 정해달라고 했습니다. 어쨋튼 만나서 밥을 먹으러 가서 먹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어떤 아주머니 2분이 앉아계시는데 갑자기 저를 보고 영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복받았네~ 이러시는거에요. 그러시면서 시키신 머리고기도 반절 넘게 주시고, 누나랑 제 밥값도 다 내주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이것저것 말하시는데 누나네 부모님 직업이랑 우리부모님 직업을 맞추시고 이것저것 제 관련된것도 맞추시더군요. 제가 해외여행 가는거? 까지..자네 곧 비행기 타겠구만? 이러면서.. 약간 좀 소름 돋을 정도?로 맞추셨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뭐 하느님이 자기한테 말해준다고, 그래서 이런게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쨋튼 그러고 헤어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 만나는것까지 신천지로 꾀하려는 계략이었으면..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네요.

 모임 하다보니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교수님? 이라는 분을 데리고 오셨습니다. 자신보다 더 잘 알려주실 거라면서 그러더군요. 그렇게 5인 팟이 되버렸는데 그대로 모임은 계속 가졌습니다. 하면서 이런 교육 받는것을 부모님한테나 밖에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이거는 영성 지능 시험이라서 우리3명이 딱 교육 받기에 적합한 소양을 가지고 있다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이것저것 계속 교육을 듣는데 아무래도 수상해서,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신천지 관련 자료들이 뜨더라구요. 그래서 아 이건 아니다 싶어서 2013년 겨울방학 시작될때 아무래도 제가 집이 학교랑 멀어서 방학때는 못올거 같다고.. 이제 이거 못할거 같다고 그러니까 복학하고 하자고 하더라구요ㅎㅎ 그래서 전 걍 군대 핑계 대면서 차단하고 연락처 삭제하고 나왔는데 이번에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영상보니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맴돌더군요..

중간중간에 이야기도 더 있긴한데 너무 많아서ㅋㅋ.. 중요한 일들만 썼습니다. 여러분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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