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끝났나요?
퇴근 후 회사동료들과 2차까지 달리고 귀가하던 지현은 골목 끝자락에서 입간판만 서있는 한산한 가게에 이끌려 들어갔다.
[덜컹덜컹]
- 아직 영업합니다.
주방 안쪽에서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걸어나오며 말했다. 지현은 가게를 찬찬히 둘러보며 카운터석에 자리를 잡았다.
가게는 엔티크한 일식 라멘집 그 자체였다.
= 이런분위기에 빨간 고무앞치마가 왠말이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돌아보는 지현의 앞에 찻잔이 하나 놓여졌다.
- 하나 먹을거지?
- 에? 아니...저...메뉴판좀 주세요.
그냥 툭 던지는 질문에 당황한 지현은 메뉴를 찾았고, 남자는 묵묵히 자신의 등 뒤에 있는 글귀를 가르켰다.
* 메뉴는 된장라멘 단 하나!!! *
굉장히 불친절한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택권이 딱히 없던 지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남자는 발길을 돌려 주방 안쪽으로 들어가버렸다.
[덜컹덜컹]
매일같이 지나다니던 골목길이지만 오늘따라 조용한것이 바람마저 발소리를 죽이고 지나가는것같다.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주방에서 나는 요리하는 소리뿐만이 울려퍼질뿐이였다.
그리 길지 않은 침묵이 끝나고 송송썰린 파가 떠있는 탁한 된장국물 중앙에 다진고기가 듬뿍담긴 된장라멘이 나왔다.
이렇다 할 포인트는 없었지만 먹어본 적 없는 신비한 맛이였다.
- 그러고 보니까 가게 이름이 뭐에요? 간판에는 한자로 적혀있어서 못 읽겠던데..
주방정리를 하고 나오는 남자를 본 지현이 다음번엔 회사동료들과 함께 올 생각으로 물었다.
- 취락. 먹는 즐거움 이라는 뜻이지.
이 정도의 라멘이라면 확실히 먹는 즐거움이 있겠다 라고 생각하는 지현에게 남자가 입을 열었다.
- 옆에 있는 조미료를 쳐서 먹으면 더 맛있어.
남자의 말을 듣고서야 테이블 한쪽에 있는 하얗고 검은 알갱이들이 섞여있는 양념통을 보았고, 반쯤 남은 라멘에 적당히 쳐서 먹기 시작했다.
- 우와 이거 진짜 맛있어! 약간 씁쓸한 맛때문에 된장의 고소하고 단맛이 더 부각되네? 그리고 이 다진고기 이거 너무 맛있어
감탄을 쏘아낸 지현의 젓가락질이 점점 느려지더니 풀려버린 눈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 그응뒈 웨 갑자긔 졸리쥐이...?
서늘하다기엔 약간 추운 기운에 지현은 눈을 스르르 떴다.
눈앞의 풍경이 뭔가 이상하다는건 머리에 쏠리는 피로 인해서 자신이 거꾸로 메달려 있는것을 인식했을 때였다.
내려오기 위해서 발버둥도 쳐봤지만 얻은거라곤 자신이 털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에 묶여있는 손,
게다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구멍 두개에 막대기 같은게 박혀있다는것 뿐이였다.
- 여자들은 말이지 절정에 오르면 온몸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그래서 숙성기간이 짧아도 육질이 굉장히 쫄깃쫄깃해져..
자신의 처지에 정신이 팔린 지현의 앞에 남자가 나타나 느릿한 말투로 말했다.
- 그리고 숙성이 끝나면 거꾸로 메단채로 목이랑 발목의 동맥을 끊어주면 공기와 중력의 힘으로 죽기도 전에 피가 전부 빠져나가 고기에서 비린내가 안나지
[덜컹덜컹]
겁에 질려있는 지현의 옆에서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돌아보니 드럼통 위로 삐죽 삐져나와 천장에 묶여있는 가느다란 다리가 보였다.
도망갈수도 없고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공포..그 공포에서 지현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었다.
- 이제부터 이게 10분간 작동하고 5분 멈출거야
푸욱
앞뒤로 파고드는 막대기에 비명소리조차 참고있던 지현은 그만 입을 벌려 소리를 내뱉었다.
- 하아아앙~
남자는 아랑곳 않고 속옷처럼 생긴 가죽끈으로 기구들은 지현의 깊숙히 고정시키며 말했다.
- 그래..그렇게 즐기면 되는거야
- 사..살려주세요 ㅈ..저는 삐쩍 말라서 먹을것도 없단말이에요
지현은 마지막 용기를 쥐어짜내 살려달라고 애원해봤지만 남자는 그저 감정이 없는듯한 눈으로 지현을 내려다보며 지현을 소름돋게 만들었다.
- 괜찮아 원래 뼈에 붙은 고기가 더 맛있어.
남자는 마치 요리교실에서 조리법을 말하듯 무덤덤하게 말했고,
이에 경악하던 지현의 입에는 숙성기간동안 지현에게 식사를 제공할 영양튜브가 물려 고정되었고,
거꾸로 메달린채 들어올려져 신체의 절반 이상이 드럼통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지현은 드럼통 안에 거꾸로 메달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평범했던 하루, 평범했던 술자리, 그리고 평범했던 퇴근길..무엇이 잘못되었을까
하지만 이미 지현은 눈물을 흘리는것 이외의 어떠한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아랫배에서 떨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으읍흐으으응~
[덜컹덜컹덜컹]
- 이런곳에 라멘가게가 있었네...계세요?
[덜컹덜컹]
- 어서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