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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일부러 져줬느냐라는 것에 대한 생각
게시물ID : sports_977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rondor
추천 : 2
조회수 : 54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3/13 21:15:15

1. 알파고는 최고 정답을 찾는 알고리즘이 아닙니다.
알파고의 인공지능은 과거의 방식과 달리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뒤지는 게 아닙니다. 
[최적 답안에 가까운 선택을 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지요.
알파고의 학습이 최적 답안을 찾았는지 아닌지는 아직 확인할 방안이 없습니다. 6-_-;
즉 인간이 됐든 베타고가 됐든, 아니면 FaceBook에서 자기네들도 바둑 인공지능을 내놓든간에
알파고를 이길 확률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알파고가 최고 정답을 찾았는지 정말 확인하려면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다 뒤져봐야 하므로.)
 
2. 알파고가 "져주기"를 할 수 있는가?
알파고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짜 놓은 알고리즘이 아닙니다.
사람이 구조만 만들어놓은 후 실제 동작은 학습을 통해 자기 스스로 구조를 바꿔나가는 식이지요.
이런 과정에서 생겨나는 구조는 알파고 개발자라고 해도 정체를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사람이 알파고에서 "져 줘"라고 지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구글은 일부려 져주는 승부조작(?)을 할 수 있습니다.
알파고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수의 승률이 제일 높은지 파악된다고 하더라도
그 경우에 반드시 그 수만을 선택하지는 않습니다.(안 그러면 똑같은 수가 반복되므로)
확률적으로 가장 최적수를 선택하는 확률이 높도록 할 텐데..
이것에 대한 확률을 확 낮춰버리면 알파고는 술취해서 음주상태로 바둑두는 거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3. 구글이 일부러 져주기를 할 이유가 있느냐?
알파고의 3연승 이후 여론에서 구글은 사이버다임이나 엄브렐라 같은 이미지가 달라붙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동물 복제연구의 경우, 윤리 논쟁이 일어나면서 복제연구는 매장되다시피 했죠.
그런데 이번 인공지능에 관련된 토론들은, 직업의 40%가 없어질 것이라는 등
인류운명 자체에 관련된 어두운 예상들이 일어난 상태입니다.
게다가 (약)인공지능의 부흥으로 인해 밥그릇이 위협받을 대상은 힘없는 저소득 계층보다 현재 전문가군에 속한 계층입니다.
즉 힘들게 공부해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비교적)고소득이 되는데 성공했으며, 대중여론을 리드할 수 있는 계층에서...
구글 기술에 대한 경계하고 견제하는 정서가 폭증한다면 구글은 아예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4. 구글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한 말이지만 구글은 최고의 바둑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그냥 자신들의 인공지능 기술력 수준에 대한 확인을 한 것 뿐입니다.
구굴이 이세돌의 바둑기술을 11억에 훔쳐가려고 한다...? 
걔네들이 겨우 바둑게임이나 만들어 돈 벌 궁리할 만큼 더듬이 짧은 곤충이 아니죠.

사람이 태어나서 30년간 바둑만 훈련한다고 해도 이세돌만큼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불과 1~2년 정도의 훈련으로 그만큼 성장하는 데 성공했고, 
아마 인공지능 전용 하드웨어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그런 훈련과 학습 속도는 수직상승 할 것입니다.
대기업의 미래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지금 제가 생각되는 예상 중 하나로는... 
구글은 전문가 시스템을 일반인에게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1차 질병진단 서비스 같은 거요. 
IoT기술과 통합하여 환자의 증세를 측정한 후 어떤 질병인지 대략적인 추정을 제공하는 겁니다.
질병에 대한 구글 시스템의 추정이 맞는지 아닌지는 실제 병원에 가서 확인해보라는 친절한 멘트와 함께 말입니다.
맞으면 좋고, 틀리면 전문가 시스템에게 다시 피드백되면서 
전문가 시스템의 인공지능은 성장하겠죠.

5. 구글의 전문가 시스템은 인간 전문가를 넘을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뛰어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장점은,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방대한 데이터를 참고하여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방금 앞에서 말한 질병진단 서비스로 말하면, [단순한 감기인가? 다른 질병의 초기단계인가?]라는 판단을 내리기 위해 구글은 병원의사가 갖추기 어려운 정보... 예를 들면 그 근처 지역에서 신종 독감이 퍼져나가는 속도에 대한 통계적 자료까지도 포함해서 진단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질병 전파 상황에 대해 구글이 CDC보다도 먼저 정확히 감지했던 사례는 워낙 유명하죠.

아마 구글의 전문가 시스템의 발전 초기에는 성능이 높질 않을테니,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 진단의 1차 필터링이나 보완해주는 정도의 존재일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 시스템의 성능이 점차 높아진다면(예측 오류가 계속 시스템에게 피드백될테니) 
한 껀, 두 껀... 점차 의사는 실수했지만 구글은 정확했던 사례들이 늘어날 겁니다. 
예를 들어 "의사는 암이 아니랬는데... 암이었더라."라는 사례는 지금도 엄청 많잖아요? 
그런데 의사와 달리 구글 전문가 시스템에서는 암이라고 진단했었다면..?
"인간 의사보다 구글 의사 시스템이 실수를 적게하더라.."라는 인식이 점차적으로 대중에게 심어질 것입니다.

6. 기술 발전은 일반인들보다 인간 전문가들에게 먼저 제공될 거 아닌가?
우리나라 기업들이라면 아마... 
[전문가 시스템의 완성도가 그럭저럭 높아져서 상품으로 팔릴만하다.]고 팀장 보고가 올라간 순간~!!!
당장 영업사원들 총 출동시키고, 사장단에선 지금까지 개발비를 회수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 겁니다.
그리고 "막상 써보니 영업사원들이 썰 풀어댄 거 보다 형편없네.."하는 고객불만이 폭발하면서
개발자들은 유지보수하러 뛰어다니느라 밤샘하다가 하나 둘씩 다른 직장으로 빠져나가겠죠. 
시스템은 잊혀지고.... 이게 어디 하루 이틀 겪었던 일입니까? T..T

그런데 구글은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는 권력이란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아는 회사입니다.
지금당장 운동장에서 공을 넣느라 애쓰기보다, 
아예 운동장 자체를 기울여버리면 돈은 자연스레 구글에게 흘러들어온다는 걸 잘 아는 회사입니다.

즉... 구글은 (인간 전문가들로부터)소비자들 자체를 가로채는 전략을 택할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서비스 분야에 있어서 대중이 구글 전문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매우 커지는 순간이 온다면
아마 의사들은 구글과 경쟁하기 보다 구글 직원이 되고 싶어하는 상황이 올 겁니다.
마치 서울대 병원, 서울대 어린이병원, 서울대 암병원, 분당 서울대 병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등등이 있는 것처럼
구글병원 강남지점, 구글병원 보라매 지점, 구글병원 분당지점 등등이 생기고, 의대생들은 구글 병원이 꿈의 직장이 되겠죠.
그리고 지금 삼성이 병원 관련해서 직간접적으로 쓸어담는 무더기돈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생각해봅시다.

이런식의 대형병원 프랜차이즈는 병원 자체 수입뿐만 아니라 제약이나 보험업계 등 의료산업 전반에 관한 권력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구글이 이런 식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분야는 의료업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란 걸 생각해보면...
구글은 우리나라 재벌 그룹이 상상도 못해 본 절대권력을 갖게 됩니다.

음... 걍 쓰다가 지금보니 이상한데까지 흘러왔네요.
여기서 그만해야 할 듯. 쩝... 암튼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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