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검색 엔진을 기본 탑재해주는 대가로 구글에서 돈을 받기로 했다. 구글의 광고 매출에 따라 금액은 수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15일 익명을 요구한 정보통신(IT)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스마트폰에 구글 검색 엔진을 기본으로 깔아주는 대가로 광고 수익을 공유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인정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무료로 탑재하고 있다.
“구글, 애플에 수수료 지불” 보도에
삼성전자 수뇌부가 직접 나서
광고 수익 공유 계약 체결 이끌어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인정 받은것”
삼성전자가 구글로부터 대가를 받게 된 계기는 다소 엉뚱하다. 지난해 1월 자바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놓고 구글과 소송을 벌이던 오라클 측이 미국 연방법원 재판 중 “구글이 아이폰ㆍ아이패드에 검색 엔진을 기본 탑재하는 대가로 2014년에만 애플에 10억 달러(1조1400억원)를 줬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이 보도를 접한 삼성전자 최고위 관계자가 “삼성 스마트폰도 구글의 검색 엔진을 기본 탑재하는데 우리도 광고 수익을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검토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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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email protected]]
구글과의 협상에선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사장이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 사장은 구글 콘텐트파트너십 총괄 부사장 출신으로, 구글의 광고 수익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협상이 삼성전자의 의도대로 진행된 배경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위상이 한몫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억2480만대(시장 점유율 22.7%)의 스마트폰을 판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 타이젠이 있다는 것도 협상 과정에서 삼성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애플이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플랫폼으로 삼아 디지털 음원 사업에서 큰 이익을 낸 것처럼,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하드웨어는 그 자체로 훌륭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연간 3억 대를 파는 삼성 스마트폰 역시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활용해 다양하게 사업이 확장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이 본격 적용되면 삼성전자가 구글로부터 받는 금액은 연간 최대 3조~4조원이 될 수도 있을 거란 게 IT 업계의 전망이다. 실제로 애플이 구글로부터 받는 탑재 수수료는 2014년 10억 달러에서 올해는 30억 달러(3조4000억원) 수준으로 늘 걸로 추정된다. 시장 분석기관 번스타인의 코니 사토나기 애널리스트가 지난 3년 간 두 회사의 매출 증가 등을 종합해 추정한 수치다. 애플의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3150만 대로 삼성전자보다 1억 대 가까이 적다. 구글은 2분기에만 227억 달러(25조8700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사토나기 애널리스트의 계산이 맞다면 애플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 중 5%가 구글의 검색엔진 라이선스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의 사업 구조에도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을 활용해 거둔 ‘서비스’ 매출이 거의 없었다. 애플이 구글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포함해 아이튠스나 앱스토어 등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올 2분기(애플 기준 3 회계분기)에만 72억7000만 달러(8조3000억원)의 서비스 부문 매출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뼈아픈 부분이다. 애플의 서비스 부문은 총마진률이 6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알짜 사업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팔아 4조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삼성페이 등 삼성전자의 서비스 사업은 그 자체로 수익을 올리는 모델이 아니라 스마트폰 판매량을 늘리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이었다”며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활용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