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성입니다.
저의 수많은 아이덴티티 중 하나일 뿐이지만요.
성차별철폐에 관하여 이야기하기에 앞서 화자의 성적 위치를 명확하게 밝히는 편이 객관적인 담론을 이끌어내는데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글의 첫 머리에 밝혀두는 바입니다.
한국사회에 성차별철폐가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인권보장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에게 특히나 여성주의, 페미니즘, 성차별철폐에 관한 입장을 묻는 사람들도 무척 많은 편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 요구되는 인권감수성 측면이 때론 좀 가혹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러나 제가 누군가에게 떠밀리듯 제 입장을 결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여성이니까, 나는 인권활동가니까
당연히 여성주의의 편에 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저 역시도 여성이다 보니 여성의 입장에 보다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긴 하지만
떠밀리듯 가치관을 학습하기보다 명확한 근거와 기준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입장을 유보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평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곳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이끌기 전 제가 가지고 있는 전제에 관하여 밝히고자 합니다.
1. 대한민국은 헌법 제 11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에 의거 차별이 금지된다.
2. 따라서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들로 인하여 차별 받아서는 안 되며(성별, 인종, 고향, 성적 취향 등)
3. 위의 것들로 인하여 사회적 불이익을 얻거나, 공평 동등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다면 이것은 차별이고, 이것이 대부분의 대한민국 구성원이 보기에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이것은 **차별 문화로 정의할 수 있다,
4.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헌법 수호의 의무를 갖고 있으므로 이러한 차별문화에 항거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한민국에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요?
이 주제에 관해 제 입장을 정리하고자 마음먹고
한 달 정도 주변 사람들에게 성차별 경험을 수집하였습니다.
그럼 먼저 여성차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1. 취업 시 남자친구의 유무, 결혼 유무, 결혼 계획 및 자녀 계획을 묻고 이로 인하여 사생활을 침해 받게됨. 결혼 유무 및 임신 계획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거나 직장생활을 위하여 결혼 및 임신 계획을 원치 않게 수정해야 함.
사례 2. 여성들은 타고날때부터 체력이 남자에 비하여 약하기 때문에 쉽사리 범죄의 표적이 되며 이로 인하여 행동의 제약을 갖거나 심리적 두려움을 얻음.
사례 3. 여성들은 가정생활에서 주양육자, 주가사노동자의 지위를 갖게되며 이로 인하여 남성보다 더 많은 가사노동, 양육노동을 하게 되며 이는 맞벌이 가정에도 동일함.
사례 4. 여성의 대상화 현상(조신하고 정숙한 여성, 날씬하고 볼륨감 있는 몸매, 순결한 여성에 대한 가치 부여 및 기준과 다른 여성에 대한 비난과 가치절하 등 사회 문화적 잣대)
남성차별도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1. 대한민국 남성은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군대에 가야하며 대한민국의 군대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위험에 높게 노출되어 있음.
사례 2. 남성들은 여성보다 체력이 높고 힘이 세다는 이유로 고위험, 고강도 노동 필요 직무에 배치되며 실제로 힘이 세지 않아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고강도 노동을 강요 받거나, 업무량이 여성에 비하여 높게 할당됨.
사례 3. 한국 남성은 가정생활에서 주경제생활자의 지위를 갖게 되며 이로 인하여 가정 경제에 대한 높은 책임감을 요구 받고, 개인의 자아실현보다는 가족의 경제생활을 위한 노동에 종사하게 될 확률이 높음.
사례 4. 남성의 대상화 현상(힘세고 대범한 남성,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 데이트비용, 결혼 비용 등 여성보다 지출이 우세하기를 기대하는 심리의 일반화와 이로 인하여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남성에 대한 비난과 가치절하 등 사회문화적 잣대)
위의 사례는 제 주변 여성 13인, 남성 10인의 성차별 경험과 관련한 대화 중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유사 사례를 범주화 하여 요약한 내용입니다.
여성과 남성이 동수가 되면 연구적으로는 더욱 객관성을 가져갈 수 있겠지만, 논문을 쓰려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수준에서의 담론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정도의 사례 수와 성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여성차별, 남성차별 모두 존재한다고 느꼈습니다.
만약 제 느낌이 맞다면 어떠한 식으로 성차별을 철폐해야할지 다음 글에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그러기에 앞서 정말로 성차별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저의 편견인 것인지 보다 명확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차별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으로 인한 차이일 뿐일까요?
대한민국에는 여성차별/남성차별 두가지 중 한가지만 존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둘 다 존재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