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대학생시절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통학문제로 혼자서 학교근처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사실 혼자 사는것에 나는 별로 문제가 없었지만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은 걱정을 많이 하셨다.
나는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이라며 혼자 잘살수있다고 말하였고, 한동안은 자신한대로 혼자 자취를 잘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나에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도때도 없이 목 뒤켠에서 누군가 날카로운 무엇인가로 찌르는듯한 느낌을 받았고, 이상하게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서늘한걸 넘어 추위를 느낄정도로 오한이 들렸다.
처음에는 내가 대학생활을 하느라 피곤하고, 집 떠나 낯선곳에서 생활하여 그런것인가 하고 넘어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기는 커녕 점점 심해지기만 하였다. 목 뒤켠의 이상한 느낌은 갈수록 심해져 실제 통증까지 느껴졌고, 예전에는 자고 일어났을때만 오한이 들렸는데 이제 집밖에서도 추위를 느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처음으로 집에 내려갔을때 어머니가 나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 자신은 느끼지 못했지만 당시 어머니의 말로는 피골이 상접했다고, 내가 무슨 막노동이라도 하고온줄 알았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걱정하실까봐 내 신상의 이상한 일들은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고, 하루하루 스트레스만 늘어갔다. 게다가 몸에 이상이 있나싶어 병원에 들려 진료를 받아봐도 딱히 별다른 증상이 없고, 새로운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신경안정제만 처방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문제의 그 꿈이 시작되었다. 어느날부터인가 꾸게 된 꿈인데 너무나도 무서운 꿈이었다. 난생처음보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짚더미와 나무위에 올려놓고, 그 주위를 둘러서 나를 산채로 태워죽이는 꿈이었다. 꿈속의 나는 미친듯이 비명을 질렀지만 주위의 사람들은 해맑게 웃고있었고, 나는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며 저 사람들을 반드시 죽이겠다 어떻게해서든 죽이겠다는 복수심마저 들었다.
꿈은 점점 진행이되 단순히 불타죽는것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칼로 내 생살을 도려내는 장면까지 꾸게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그 감촉이 익숙하였다. 칼이 내 생살을 파고들때 그 날붙이 특유의 서늘한 느낌과 찌릿한걸 넘어 온몸의 근육이 긴장되게 하는 감촉. 내가 자취하게 된 이후로 가끔씩 느껴졌던 그 감촉이었다. 나는 그뒤 그 꿈을 간과할수없게 되었다. 상황이 이쯤되자 나는 내게서 벌어진 일이 과학이나 현대의 상식으로 해결할수있는 일이 아니란걸 느꼈다.
그때부터 인터넷과 주변사람들을 통해 정말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갔다. 그 무당은 강원도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난 정말 당시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먼길을 찾아갔다. 정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그리고 무당의 집에 들어가자 나는 정말 놀랍게도 내 온몸에 씌여있던 오한이 싹 가시는걸 느꼈다. 그리고 나를 본 무당은 보자마자 한다는 말이
"어째 용케 살아서 버텼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이 무당은 내게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 알고있고, 나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분명 나의 목숨이 위험했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정말 죽을것 같습니다" 나는 난생 처음본 사람한테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하며 살려달라고 빌었다.
무당은 그런 나의 태도가 이상할만도 했지만 다 이해한다는듯이 나를 진정시키며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상황을 이야기 해보라고 하였다. 나는 나에게 있었던 이상한 일들을 빠짐없이 이야기 하였고, 내 얘기를 듣던 무당의 표정은 심각해져만 갔다.
"그건 저주에 가까워 저주란게 원래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데 지금 니 상황을 들어보면 이건 보통 예사 저주가 아닌것 같아"
"저주요?" "지금 니 꿈속의 상황 그게 뭔줄 알아?" 액막이술이야 액막이술. 무당의 말을 나는 넋을 놓고 들을수밖에 없었다. 원래 옛날부터 사람의 질병 불행 이런 안좋은것들을 역신의 액이라고 사람들은 말했어 그래서 그런 역신의 액을 막아줄 부적같은것들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질이 제일 안좋은게 액막이 인형이야. 액막이 인형은 보통 짚으로 만든 나무를 쓰거나 아니면 짐승의 털을 갖고 만드는데 그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액막이 인형이 바로 사람을 갖고 만드는거야.
사람의 가죽을 벗기고 피를 뽑고 머리카락을 도려내 인형을 만드는거지 그렇게 만든 인형에 강력한 주술이 있어서 금지된 행위지만 옛날에는 마을에서 희생자를 정해 몰래 만들었다는 말이 있어 실제로도 있었고 니 칼로 생살을 도려내는 꿈을 꿨다고 했지?
그게 바로 액막이 인형 만드는 과정이야 살아있을때 해야 액막이 인형에 힘이 실리거든 그리고 인형을 만들고 난뒤에는 산채로 사람을 불태워버려 안그러면 저주받는다고 생각했거든
무당의 설명에 나는 무서워서 몸이 덜덜 떨렸다. 무당의 말 그대로를 나는 악몽으로 매일 꿨었는데 그게 모두 액막이 인형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아니 다시 온몸에 한기를 느꼈다. 그리고 무당은 내게 집에 인형 비슷한게 있냐 물었고 나는 문득 외할머니가 내게 이게 혼자 살때 집에 액을 막아준다며 줬던 이상한 낡은 인형이 떠올랐다.
이상한 가죽으로 되어있고, 눈코입도 없이 사람모양인지도 의심스러웠던 그 인형 외할머니가 집을 이사할때 발견했다는 거라는데 할머니가 주시는거니 받기는 하였지만 워낙 꺼림칙한 물건이라 그냥 쳐박아두고있었던게 떠올랐다.
무당은 당장 그 인형을 태워 없애버리라고 하였고, 나는 무당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박아두었던 인형을 찾아내 밖으로 나가 라이터로 불을 붙혀 태워버렸다. 라이터로는 불이 잘 안붙어 그냥 표면이 타기만 하였는데 인형의 탄 부분에서 마치 오징어를 굽는듯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무당이 그 액막이 인형 사람을 소재로 만들어졌을수도 있다는 말이 떠오르자 구역질이 나 인형을 바닥에 내팽개쳐버리고, 신문지를 잔뜩 구해와 그 안에 인형을 집어넣고 불을 붙여 완전히 태워버렸다.
그뒤로는 신기하게 더이상 오한이 들거나 목 뒤켠의 서늘한 느낌 악몽은 꿈이었다는듯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귀신이나 미신같은것을 믿지않았던 사람이지만 그뒤로는 과학으로는 설명할수없는 무엇인가가 있을수있다고 생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