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바쁘기도 하고 의욕이 생기질 않아 한동안 그냥 있었네요.
그래도 기록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추억도 되새길 겸 다시 올려봅니다.
2014년 2월에 그리스에 도착해 두달여를 독수공방하다가 4월 부활절 휴가에 맞추어 아내가 그리스로 왔습니다.
그 기념으로다가 제가 사는 요아니나에서 멀지 않은 코르푸 섬으로 3박 4일의 짦은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벌써 일년이 다 되어가네요. 부지런히 정리해서 따라잡아야겠습니다.
그리스의 바다는 크게 에게해와 이오니아해로 나뉩니다.
코르푸는 그 중 이오니아해의 그리스령 중 최북단에 위치한 꽤 큰 섬입니다.
에게해의 섬들과 달리 이오니아해의 섬들은 대체로 푸르르고, 특히 그 중 북단인 코르푸는 봄에 여행하기에 최적인 곳이지요.
한시간 정도 배를 타고 '이구메니챠'라는 항구도시에서 배를 타고 코르푸에 위치한 항구도시 '케르키라'로 향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세월호 사고로 한국이 매우 뒤숭숭했던 시절이고, 태어나서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을 배여행에 들뜨기만은 힘들었습니다.
배위에서 느끼는 풍경과 바람을 만끽하다가도 불현듯 세월호 생각이 나서 울적해지기를 여러번 반복하다보니
저 멀리 코르푸의 '구 성채(old fortress)'가 보입니다.
코르푸는 중세 이후로 베네치아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던 섬으로, 발칸반도와 그리스 및 오스만의 세력구도에 따라 여러차례 섬의 주인이 바뀐 곳이라고 합니다.
항구 근처에 아주 오래된 요새가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저 멀리 이오니아해를 유유자적 떠도는 요트 한대가 보입니다.
저걸 보고 아내와 전 나중에 돈벌면 요트 하나 꼭 사자며 쓸데없는 다짐을 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케르키라 시내로 나와 돌아다니다보니 한 박물관 앞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릴 반깁니다.
참 사람 손도 잘 타고 애교도 많던 고양이였습니다.
코르푸에 머무는 동안 매일 찾아가서 먹을걸 줬었는데, 지금은 어찌 잘 사는지 모르겠네요.
케르키라의 한 광장 끄트머리에서 찍은 요트 선착장과 그 옆 바다 사진입니다.
이오니아해, 특히 그 중에서도 북쪽으로 갈 수록 바다의 색깔은 탁해지는데요. 아마도 그리스 남부와 북부의 지질을 이루는 광석의 종류가 달라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스 남부는 석회질이 많은 밝은 변성암이 주이기에 에게해와 이오니아해의 남부 바다는 밝은 파란색입니다만,
보시는 것 처럼 이오니아북부의 바다는 어두운 변성암과 퇴적암이 바닥에 깔려 제법 진한 에메랄드색을 띄고 있습니다.
여하튼, 바다는 볼때마다 언제나 예쁩니다.
예쁜 바닷가를 뒤로하고 좀 더 내륙에 위치한 '신성채 (new fortress)'로 향했습니다.
봄이 한창인 코르푸의 들판은 하얗고 노란 꽃의 향연입니다.
구성채에 비해 신성채는 더 삭막한 느낌이지만 훨씬 웅장한 위용을 자랑합니다.
거대한 성벽의 중간중간에 저렇게 큰 구멍이 뚤려있습니다.
아마도 대포를 배치했던 곳이라고 추측합니다만, 특별히 안내가 되어있지 않아 진실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성채 내부는 수많은 통로와 공터의 연속이었습니다.
공터와 공터를 잇는 통로는 빛이 거의 들지 않아 매우 어두워서 아이폰 카메라로는 사진이 잘 나오지 않더군요.
통로내부의 좁고 긴 돌틈으로 바라보는 바깥이 꽤 멋졌는데 아쉬웠습니다.
성채는 높고 으리으리하기만 해서 얼핏 좀 삭막해보였습니다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 와중에도 소소하게 장식을 해두었더군요.
뭔가 그리스다운 것을 발견한 것만같아 반가웠습니다.
한편 저 높은 곳에 있는 장식이 아직까지도 떨어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걸 보니 어지간히 튼튼히 지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성채 내부에 커피숍이 하나 있다고 하길래 찾아가봅니다.
워낙 거기가 거기같아 보여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던 찰나,
커피숍에 사는 걸로 보이는 개 한마리가 통로 입구까지 나와 손님을 맞이합니다.
개를 따라가니 정말로 멋진 경치와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숍이 나오더군요. 개가 참 영특합니다.
커피숍 안뜰에서 바라보는 코르푸의 전경이 멋져서 파노라마로 한번 담아봤습니다. (아마 만지면 커질걸요?)
저기 멀리 구 성채가 보입니다.
배타고 올 때도 그래 보였지만 구성채가 진짜 멋져보입니다. 어서 가봐야겠습니다.
구 성채의 아래쪽에 위치한 정교회 교회입니다.
얼핏 보기에 파르테논 신전 같이 생긴 것이 아 여기도 그리스구나 하는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줍니다.
개인적으로 교회 내부 사진을 찍는 것을 꺼리는지라 사진은 없습니다.
의자가 줄지어 가운데에 놓여 신자들이 앉도록 되어있는 카톨릭 교회와 달리 정교회의 교회는 의자들이 벽에 붙어서 죽 늘어서 있습니다.
그림과 사진을 보아하니 신자들은 그 의자에 앉지 않고 중간의 홀에 서서 행사에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교회를 뒤로하고 성채로 올라가는 도중 아내가 화장실에 가고싶다고 하는 통에 화장실을 찾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뷰포인트입니다.
저기 보이는게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멋집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이후로 3일 내내 비가 왔죠.
구성채의 성벽으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는 막혀있습니다.
죽 둘러본 결과 성벽위로는 못올라가게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벽 위로 올라가 한바퀴 죽 돌고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
쓰다보니 사진이 어디있는지 사라지고 없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