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머님은 장기 투병중이십니다. 요즘 사람들이 갑갑한 상황에 주로 얘기하는 그놈의 암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발암 유발이니, 암 걸리겠단 얘긴 하지 못합니다.
저를 낳아주신 당신이 그 암 때문에 일상을 포기하고 계시니까요. 두 차례의 수술이 있었고, 재발로 인한 휴우증으로 신체 오른쪽은 불편하십니다. 언어 및 인지 능력은 어린 아이 수준이시고, 현재 대상포진까지 겹친 상태입니다.
병원 생활에 지치시고, 하루 하루 수척해지시는 게 눈에 보입니다. 못난 자식 놈은 병수발을 드는 것도 힘겨운데 온전히 버티시기 힘든 몸으로 병마와 싸우십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이 상황이 꿈이길 기도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대신 아프게 해댈라 빌어봅니다. 그저 남에게 터럭만큼 해 끼치지 않고, 자식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하신 분입니다.
이제 조금 자식 놈이 사람처럼 살아보겠다고 용쓰려고 할 때 병마는 찾아왔습니다. 원망스러운 감정은 사치입니다. 그냥 모든 것이 텅 비어버린 기분입니다.
수술 전에 한마디라도 더 나누지 못한 게 마음을 후벼팝니다. 조금 더 먹고 살만해지면 챙겨드리겠다고 했던 게 후회됩니다.
무엇보다 누구보다 단정하신, 그리고 따뜻하신 당신과 온전한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제 이름도 부르지 못하시지만 그저 아들 놈이 힘들까봐 집으로 가라고 하시는 당신입니다.
당신이었습니다. 지금은 기력이 없어 저를 보고 웃어주시기도 힘드신 게 마음이 아픕니다.
맑은 날, 당신과 함께 못난 아들이 실없는 소릴 던지며 동네를 거닐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그 잔소리마져 그립다 못해 사무칩니다. 이제는 울리지 않고. 당신이 확인도 하지 못하는 휴대폰을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환하게 웃고 계신 모습, 못난 아들에게 힘내란 문자 메시지가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늦어서야, 이제 제 목소리와 마음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지금에서야 후회하고 후회합니다.
제발 더 늦기 전에 효도하세요. 그저 당신과 시간을 조금 더 보내시고, 조금 더 웃어주세요. 답답하다고, 화가 난다고 해서 감정을 쏟아내지 마시고 잠시만 묻어두세요. 순간의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그 순간일 넘기면 참 다행이었네 하실 겁니다.
그렇게 당신의 부모님을 아끼시고, 사랑하세요.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그게 효도에요. 별 것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조건 없이 온전히 당신의 편인 분들입니다.
저처럼 늦지 말고, 후회의 양을 줄이세요. 가슴 절절한 심정으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지금부터 행하세요. 그리고 마음 한자락 여유가 되신다면 제 어머님의 쾌유도 빌어주시길 부탁드려 봅니다.
삶에서 한번쯤 겪어야만 하는 일일지라도 이런 장면은 미처 그리질 못했었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