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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역감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게시물ID : sisa_5803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날만세
추천 : 6/2
조회수 : 87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3/08 02:52:44
다음 글은 모 사이트에서 지역감정 가지고 대 키배가 벌어져서 그런 이야기들을 보다 적었던 글입니다.
베오베 보다가 대구 분이 광주 가서 느꼈던 감정을 적은 글을 보고 이 글을 오유에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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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어릴 때만 해도 순진해서 지역 감정이란 걸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서울에서 컸고(역삼동) 8학군에서 학교를 나왔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두 분 다 전라도 출신입니다만, 제법 성공하셔서 풍족하게 살았습니다. 가난도 잘 몰랐지요.
어릴 적 할머니에게 배운 전라도 사투리가 지금도 제 말투에 섞여 나오니... 국민학교(당시는 국민학교 였죠) 다니고 할때
가끔 누군가 너희 부모님 전라도 사람이냐? 이런 거 물어도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걸 물었던 사람들은 참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다만 내가 어리고 순진하니 그걸 몰랐던 거죠. 그 묘한 시선의 의미를...

그러다 대학교 들어가면서 지역감정이란 것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학교 공부에 큰 취미가 없어 천안에 있는 대학을 갔는데, 말 그대로 전국 여기저기서 온 동기들이었고, 지역도 다양했으며
무슨 지역감정이 티 나게 행동하는 것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당시도 미묘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내가 눈치가 없어서 못 봤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다 지역감정을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은 군대에 가서 입니다.
저는 몰랐는데 제 말투에 전라도 사투리와 충청도 사투리가 조금씩 섞여 나오나 봅니다.
어떤 놈은 전라도 놈이냐며 처음부터 찍고 갈궈댄 놈이 있었고(대구 사람입니다), 어떤 놈은 충청도 놈이라 그리 느릿느릿하냐고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습니다.
뭐 둘다 지역차별이라고 할지 지역편견이라고 할지... 그런 거 였습니다.

재미 있는 건, 이런 과정을 거치고 시간을 지나면서 저에게도 편견이 생기더란 겁니다.

본문에 적었듯이 지역감정이란 게 저에게도 생겨버렸습니다.

경상도와 대구에 대한 혐오나 증오 같은 감정이 생겨버리더라고요.
이것도 일종의 역 지역 감정이죠. 이 증상이 심해지니까 경상도 사투리만 들어도 짜증이 나지 뭡니까.

웃기는 건 경상도 사람을 싫어한다기 보다... 어떤 관념화된 경상도라고 해야 하나요?

지역차별을 시작한 중심이면서 오히려 역으로 큰 소리치고 피해자 노릇한다, 우리가 남이가로 개판의 근원이 되는 이들.
무식한 마초적인 걸 자랑인양 내세우는 놈들 등등... 편협하고 관념화된 그런 관념으로 혐오랄지 증오랄지 이런 게 생기더란 말입니다.

진짜로 경상도 사투리만 들어도 짜증이 나던 시기까지 있었어요.

재밌는 건 그러면서도 전 그게 잘못 된거라는 걸 알고, 스스로가 편협하다고 생각하면서 뭔가 마음 한 구석에 그런 편견이 있었습니다.

더 하이라이트는 제가 대구나 부산엔 가본 적도 없다는 거죠 ㅋ

즉, 내가 만난 경상도 남자 몇명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이나, 호남을 차별하는 지역감정의 주체라는 생각으로 가지는 역감정.
뭐 이런 여러 가지가 뒤섞여서 제대로 한번 가보지도 않은 경상도에 대한 혐오감 내지는 증오심이 생겨나더라는 겁니다.

아마도 전라도에 차별적 시선을 드러내는 이들도 대부분이 이런 매카니즘일거라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몇몇 사례를 전체로 확대시키거나, 막연한 이미지에서 시작해 일종의 관념화된 어떤 대상으로 재인식하는 거죠.
경상도를 제대로 가본 적도 없는 제가 그렇게 막연한 꼴1통들만 가득한 경상도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 듯, 전라도를 제대로 가본 적도 없는 놈들이 막연한 이미지로 전라도를 공격하듯 말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지역 감정 관련으로 가장 충격 받았던 건, 제 가장 친한 친구가 저랑 같이 고기를 먹다가 전라도 놈들은 통수를 쳐대서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했을 때였습니다.
심지어 제가 그 발언에 화내자, 아 맞아 너네 집 전라도였지... 라고 했죠 ㅡㅡㅋ
이 녀석이 이런 편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전 직장에서 일하다가 전라도 사람 한 명이 자기 통수를 쳤다라는 개인 경험에 근거 한거 였습니다.
그래서 그건 지나친 일반화라고 했지만, 그 놈만 그런 게 아니었다며 두 어명 더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경험해본 건데 넌 왜 헛소리 하냐 라는 식이라 미칠 노릇이었지만, 어쩌겠습니까.
웃긴 건 이놈은 부모님이 강원도 출신입니다. 자라긴 서울서 자랐고요.

일베하는 놈도 아니고, 평범한 대학민국 직장인이자 가장인데 교육도 잘 받아서 이번에 박사 논문 통과된 놈인데 그 입에서 전라도 놈들은 운운하는 말이 꺼리낌없이 나와서 절 충격 받게 했지요.

전라도 차별이든, 그 역차별이든 한국에 그것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것을 요즘 그런 게 어딨냐 내지는 피해의식이 심하다 등등으로 말하는 건 매우 잘못된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 경상도 혐오(?) 정서랄까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며, 그게 잘못 되었다는 것도 알고 평시에 내색도 하지 않습니다.
편견에서 시작된 거란 걸 아니까요.

그러나, 그걸 머리로 알면서도 그게 완전히 사라지진 않습니다. 편견이란 게 무섭더군요.

한국 지역차별, 지역혐오의 실상이 이렇습니다.

그런데도 전라도인이니 라도니 해대며 누군가를 차별하고 비웃는 걸 자신들 스트레스 푸는 놀이나 재미 정도로 아는 놈들은 정말이지 형용할 수 없는 증오와 분노를 느낍니다.

지역감정 관련으로 물타기 하는 몇몇 소리를 보고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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