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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하고 말하기 싫어하는 분들' 만나본 회원분 계신가요?
게시물ID : gomin_13766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sasi
추천 : 4
조회수 : 112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3/07 23:28:34
밑도 끝도 없이 '사람하고 말하기 싫어하는 분들' 이라고 하니 어떤 분들을 지칭하는 건지 감이 잘 안오실 거에요.
제 경험담을 몇 가지 들려드려볼게요.




1.
비 오는 날 집에 가려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던 버스가 왔고, 줄을 서서 버스에 승차하던 중이었는데
20대 초반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분이 줄을 서지 않고 제 옆으로 난입해서 승차 시도를 하더라고요.
줄을 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지만
버스 입구가 사실 사람 2명 정도 동시에 들어갈 공간은 되기 때문에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했어요.
( 지금부터 그 남자분을 '난입남' 이라고 부를게요. )

근데 비가 오고 있다해도 웬만한 분들은 모두 버스 승차 전에는 우산을 오므리잖아요.
특히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버스 입구로 이동할 경우,
그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에는 귀찮아서라도 굳이 우산을 펴지 않죠.
난입남은 정류장에서 버스 입구로 이동하며 우산을 펼쳤고,
저와 나란히 승차를 하려는 동시에 우산을 접었습니다.
근데 제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텐데도
(제가 입구 중앙에, 난입남이 제 왼쪽에 위치했었습니다.)
우산을 사람이 없는 왼쪽이나 아래로 향하게 하고 접은게 아니라, 제가 있는 오른쪽으로 향하게 해서 접더군요.
거침없이 우산을 오른쪽으로 홱하고 돌리는 바람에 저는 우산에 퍽하고 맞았고요,
장우산이라 그런지 접촉면적도 넓어 제 왼쪽 머리랑 얼굴, 상의가 약간 젖었습니다.
저는 순간 황당해서 난입남을 쳐다봤는데, 난입남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저보다 먼저 승차했어요.

젖은 거야 물벼락 뒤집어 쓴 것도 아니고 비 오는 날이니 조금 젖는 것 정도 감수를 할 수 있었지만,
장우산으로 맞은 게 기분이 나빠서 뭐라고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난입남이 좌석에 앉아버리면 또 말 걸기가 곤란했을 수도 있는데
마침 버스는 만석이었고 난입남이 버스 출구 옆에 서더라고요.
난입남에게 다가가서 얘기를 했어요.
"저기... 일부러 그러신 게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사과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그러자 난입남은 저를 쳐다보지 않고 짧게 대답했습니다.
"예~~~~" ( 글로 적는지라 얼마나 전달이 잘 될지는 모르겠는데, 말끝을 길게 빼면서 끝 억양을 내리는 말투에요. )
짧은 대답 후 난입남은 제가 서있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대화 자체만 놓고 보면 사과를 요구하는 제 질문에 난입남이 동의하는 답변을 한 형태죠.
근데 난입남은 대답만 예라고 하고선 사과를 한 것도 아니었어요.
더군다나 난입남의 대답 후 태도가 몹시 기분 나빴던 저는, 한번 더 난입남에게 얘기를 했습니다.
"저기요! 그쪽이 우산으로 저 친 거 모르셨어요?"
제 말이 끝나자 난입남은 고개를 제 쪽으로 돌리고 대답을 하더군요, 그러나 저와 눈은 마주치지 않았어요.
"아, 예~~~~" ( 마찬가지로 길게 빼면서 끝 억양 내리는 말투였어요. )
역시 짧은 대답 후 난입남은 제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어요.
더 이상 얘기해봤자 소용 없겠다 싶어 말 거는 건 포기하고 제가 내릴 정류장에서 하차해 귀가했습니다.

난입남의 줄을 서서 승차하는 승객들을 무시한 난입 행위, 우산으로 저를 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사과없이 승차한 점, 사과를 요구해도 저를 무시했던 태도 때문에
그날 저녁 내내 기분이 나쁘더군요.





2.
공교롭게 난입남을 만난 바로 다음 날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평소와 동일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 집에 가고 있었어요.

버스가 달리다가 벨이 한 번 울렸고, 당연히 기사 아저씨가 정류장에 버스를 세운 후 출구를 열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안 내리는 거에요.
기사 아저씨가
"벨 누가 누르셨어요?"
라고 큰 소리로 얘기하셨는데, 승객 중 그 누구도 대답이 없었고 기사 아저씨는 한 번더 외치셨어요.
"벨 잘못 누른 분 계세요?"
이 번에도 버스 안은 조용했고, 기사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승객들에게 물어보셨습니다.
"벨 분명히 울렸잖아요, 잘못 누르신 분 있으면 얘기를 하세요. 빨리 출발하게요."
역시나 기사 아저씨의 질문에 대답하는 승객은 없었고, 버스는 운행을 재개했어요.

그런데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20대 초반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분이 좌석에서 일어나더니 버스 출구 앞에 서는 거에요.
( 지금부터 그 여자분을 '무답녀' 라고 부를게요. )
기사 아저씨가 무답녀에게 물어봤어요.
"학생이 아까 벨 눌렀어?" ( 분명히 반말이었지만 그리 화난 말투 아니고 온화하게 물어보셨어요. ) 
무답녀는 아무 대답 없이 창 밖만 바라봤어요.
"학생, 이 번에 내릴 거야?" ( 두 번째 질문까지도 정중하게 물어보셨어요. )
무답녀는 아무 대답 없이 창 밖만 바라봤어요.
"내릴 거면 벨을 누르든가 대답을 하든가." ( 세 번째 질문까지 오니까 목소리 볼륨을 다소 키우셨어요. )
무답녀는 아무 대답 없이 창 밖만 바라봤어요.
"학생, 대답을 하라고! 말을 해줘야 다음 정류장에 세우든가 말든가 하지!" ( 이 때는 확실히 빡치신 것 같았습니다. )
무답녀는 아무 대답 없이 창 밖만 바라봤어요.

기사 아저씨는 고개를 갸우뚱하시더니 다음 정류장에 버스를 세우고 출구를 열어주셨습니다.
저는 '무답녀가 벨을 누른 것도 아니고 세워달라고 말한 것도 아닌데 왜 버스를 세우시지?
내릴 정류장이 아니니까 그랬을텐데...' 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무답녀가 내리더군요......
저는 진짜 설마 내리겠냐 싶었거든요.
정황상 벨을 잘못 누른 승객도 무답녀였을 것 같은데,
그냥 '벨을 잘못 눌렀다, 다음 정거장에 세워달라' 는 말조차 필요없이
기사 아저씨의 '학생이 아까 벨 눌렀어?' 란 질문에 '네', '학생 이 번에 내릴 거야?' 란 질문에 또 한 번 '네'
단 두 마디였으면 깔끔하게 끝났을 상황이었죠.
그런데 무답녀는 도대체 왜 아무 대답 없이 창 밖만 바라보면서 기사 아저씨를 빡치게 했을까요.




3.
제 대학 후배 중에도 사람하고 말하기를 싫어하는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채팅은 잘 하는데 기본적으로 사람하고 말하기를 싫어한다고나 할까요.
( 이 번에는 제 여자 후배를 채팅녀라고 불러볼까요. )
말수가 적거나 말을 아끼는 타입이 아니라,
난입남이나 무답녀가 했던 행동처럼 자기가 분명 대답을 해야되는 상황인데 대답을 안 해서 선배들을 답답하게 하는 타입이었죠.
인사도 말로 하는 거다 보니 학과 건물 돌아다니나가 마주치면, 뻔히 아는 선배인데도 인사를 아예 안 하는 친구였죠.

하루는 과 사람들끼리 삼겹살 구워먹으면서 소주 한잔 하고 있었는데,
채팅녀가 여느 때처럼 자기가 답변을 해야될 상황에 뭔가 대답을 안 했어요.
( 그 때 총 5명이 있었는데, 제가 제일 선배였고 채팅녀가 제일 후배였어요.
나머지 3명이 저보다는 후배고 채팅녀보다는 선배란 얘기죠. )
그러자 저와 채팅녀를 제외한 3명의 표정이... 빡친 것 까지는 아니고 답답해졌달까... 야튼 표정이 안좋아졌어요.
그러더니 제 각기
"허허허......"
"거......"
"허허, 참......"
하고 헛웃음을 짓더니, 채팅녀에게 사람 말 좀 씹지 마라고 조언을 시작하더군요.
채팅녀 입장에선 선배가 훈계하는 걸 수도 있었겠지만,
조언하던 제 후배 3명 모두 웃빵잡고 그런 거 아니고 웃으면서 좋게좋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채팅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굉장히 황당하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저...... 착하지 않아요?"
조언을 하던 후배들 중 2명이 귀를 의심하며 한 마디씩 감탄사를 뱉었어요.
"엑?"
"뭐?"
채팅녀가 계속 말을 이어갔어요.
"설날이나 추석 때 저 아무 말 안하고 얌전히 있다고 친척 어른들이 다 저 착하다 그러던데......
저...... 착하지 않아요?"
선배들이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 하는 채팅녀의 모습에 조언을 하던 세 사람은
"허허허......"
"거......"
"허허, 참......"
하는 헛웃음과 함께 화제를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명절에 일가친척들 다 모였을 때 
어르신들이 조카나 손주가 말썽 안 피우고 조용히 놀고 있으면 얌전하고 착하다고 말씀하시잖아요.
채팅녀는 아마 그 '착하다'를 '절대적 의미의 착하다' 로 인식하고,
과생활을 할 때 '자기만의 착한 행동' 을 하던 여학생이었나 봅니다.




이상 제가 경험한 난입남, 무답녀, 채팅녀의 얘기였는데요,
열심히 긴 글 적었는데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이 잘 표현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세 인물 외에도 이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인물들을 여럿 만나봤고요,
제 친구들에게 난입남, 무답녀, 채팅녀 얘기를 해줬더니
이런 인물들을 지칭해 '이상한 사람', '싸가지 없는 X' 등 제각각의 표현을 쓰더군요.
근데 '이상한 사람' 이란 표현만으로는 이런 인물들의 성향이 정확히 표현이 안 되는 것 같고,
싸가지 없는 거 하고도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하고 말하기를 싫어하는 사람' 이라고 표현했어요.

여차저차해서 제가 고민게시판에 글을 올려가면서 까지 회원분들에게 의견을 듣고싶은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1. 난입남, 무답녀, 채팅녀 같은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칭하여 '사람하고 말하기를 싫어하는 사람' 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요?
이 표현 말고 더 명쾌하고 한 번에 와닿는 표현있으면 좀 가르쳐주세요.

2. 저만 느끼는 건지 모르겠는데, 우리 사회에 갈 수록 '사람하고 말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이유가 뭘까요?

3. 회원분들도 제가 표현한 '사람하고 말하기를 싫어하는 사람' 들을 만나보신 적이 있나요?
이런 사람들을 만났을 때 제일 좋은 대처 방법이 무엇일까요? ( 특히 직장동료라든지 계속 만나야 할 사람일 경우에요. )

4. 혹시 난입남, 무답녀, 채팅녀가 아니라 제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회원분들이 계신가요?
혹시 계시다면 제가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논리적 근거와 함께 지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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