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가 없어요 고1 여름날 교실로 올라가던 저를 붙잡고 "선생님들 사이에서 네 성적에 대해 걱정하는 얘기가 들려 너 그 성적으론 지잡대도 못가" 뱉고 가신 그 한마디 이 한마디가 지워지질 않아요
아직도 당신을 볼 때마다 당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 가슴을 후비고 지나 간 그 날이 떠올라요 내가 늘 가슴 속에 담아왔던 당신인데 ..
당신의 말이 나를 위한 걱정일꺼라 애써 나 자신을 타일렀지만 이젠 아닌걸 알아요 당신이 운영하는 동아리의 회장인 내가 동아리의 망신이라고 생각해서 화를 낸거잖아요 나를 위한 마음은 조금도 없던거죠? 선생님들 사이에서 공부 못하는 동아리 회장으로 소문나서 잘나가는 동아리 먹칠한다고 아니꼽게 여기신거죠? ...동아리 회장으로 했던 활동들을 생기부에 올려주지 않으신거 보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선생님 저 1년동안 열심히 했는데 기록이 빠져있어요' 하지만 당신께 그깟 생기부 몇 줄로 발악하는걸로 보일까봐 그만뒀어요 활동 챙길게 아니라 성적이나 올리라고 하실까봐 또 상처받기 싫어서 못본척 했어요
...엄마께선 먼저 잊고 털어버리는 사람이 이기는거라 하셨어요 아니잖아요 뭐가 이겨요 당신은 기억조차 못하는데 나 혼자 '용서했다'고 위로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선생님 저 수시 안갈거예요 공부 못해서 모의고사 성적이 더 낮지만 아쉬워서 당신께 추천서 부탁하며 속썩이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께선 내 성적으로 넣는 대학 추천서 창피해서 못써주잖아요 정시로 가서, 잘난 동아리 회장이 지잡대도 못갈거라고 전전긍긍하시는 선생님께 인서울 가는 모습 꼭 보여드리고 싶네요
...진로에 대한 걱정도 많고, 공부를 잘하는것도 아닌데 정시로 가서 두렵고 공부도 잘 안되지만 지금 공부 안하면 7월달에 당신한테 빌빌거려야 하니까 정신차리고 열심히 할 거예요 난 당신이 준 상처를 당신 눈 앞에서 보란듯이 이겨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