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주의 파괴 사건에 면죄부 준 검찰·국민의당
[중앙일보]입력 2017.08.01 01:07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은 한국 정치사의 치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어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국민의당의 대국민 사과가 있었는데 민주주의 파괴 사건에 대한 두 기관의 안이한 자세가 유감스럽다. 검찰은 거짓 제보를 조작한 혐의로 이유미·이준서씨를 구속하고 이를 기자회견으로 폭로한 김성호·김인호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정작 당시 선거 조직의 상층부인 이용주 공명선거추진단장,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 안철수 후보는 무혐의 처리했다.
제보 조작은 지난 5월 대선에서 시종 지지율 1위를 놓치지 않은 가장 유력한 후보를 상대로 아들의 취업특혜 의혹에 대해 완전히 거짓으로 지어낸 카톡 대화와 음성 위조로 치명상을 입히려 한 음모 사건이었다. 실제 선거 막판 닷새 동안 최대 이슈로 부상해 문재인 후보가 바짝 긴장하고 안철수 후보가 기세를 올리는 효과가 나타났다. 2002년 대선때 ‘김대업 거짓 폭로’에 못지않은 대형 사건이다.
이런 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이 실무자들만 이 잡듯 뒤져 재판에 넘기고 이용주·박지원·안철수같이 정치적으로 비중이 큰 인물들은 건성건성 조사하거나 대면 조사조차 생략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검찰은 범죄를 구성할 물증이 없다고 변명하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된 수사 의지가 있었느냐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당은 검찰의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 결과는 당 진상조사단이 발표한 것을 재확인한 것” “당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말끔히 씻어냈다”고 셀프 면죄부를 줬으니 이 당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알고 있는가. 이래 가지곤 정의당보다 못한 5% 지지율을 벗어나거나 내년 지방선거를 기약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검찰과 국민의당은 후진국형 선거범죄인 ‘네거티브 증거 조작’ 사건에 경종을 울리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민주주의 파괴 사건에 면죄부 준 검찰·국민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