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에서 둘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잖아요. 근데 회복과정이 완전히 달라요. 이별과 끔찍한 과거를 떠올리고 괴로워하던 리진은 심장이 아파 우는 아빠, 딸이 힘낼 수 있도록 하루종일 음식을 하는 엄마, 강해질 수 있도록 북돋는 오빠(인듯 오빠 아닌 오빠같은)가 있잖아요. 근데 도현은 아무도 없죠. 이유는 있지만 친할머니, 심지어 친엄마조차 자신을 도구로만 생각할 뿐이니까요. 자신을 아픔을 보듬어 줄 사람이 없는 도현은 혼자 감당해야 하죠. 자신을 조각조각 낼 정도로 강한 죄책감까지도. 그게 제일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그렇잖아요. 리진은 도현을 만나기 전까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없었다고 이야기했었잖아요. 가족이 있었기에 그냥 그대로 행복했으니까. 근데 도현은 21년동안 과거에 그대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살았죠. 아무도 자신의 아픔을 보듬어 줄 사람이 없었죠.(안실장이 있긴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친족은 아니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상담사다 보니 내담자를 만나다 보면 상담 자체나 내담자 내면의 자원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자원이 마음을 치유하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종종 목격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심리적인 장애를 얻을 수 있어요. 근데 그걸 알고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잘 보듬어 주는 경우 대개 잘 상처를 극복합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장기간의 상담에도 참 극복이 쉽지 않아요. 요즘 드라마에 조현병이나 해리성 정체장애, 강박증, 대인기피장애 등등 많은 심리장애나 정신질환들이 소재로 등장하고 또 어떤 부분은 부족하지만 나름 잘 그려지기도 해서 유심히 보고 있어요. 근데 드라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병의 원인이 아닌 그것을 치유하기 위한 사랑이라는 좋은 마음의 약. 그거잖아요. 사실 주변의 애정없이는 극복하기 힘든게 심리장애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도현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장애를 극복해 나갈지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또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젠 자신을 사랑하는 리진이 있으니까요. 곧 둘은 다시 만나고 리진의 부모와 리온이 그러했든 리진은 도현의 상처를 치유하는 좋은 약이 될 것이라 믿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