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중3 겨울 초저녁쯤이었다. 학교 마치고 돌아가던중 어미한테 버려진 새끼 고양이 3마리를 발견했다.
한마리는 주황색 털을 가진 아이였고, 나머지는 검은색 아이였다.
그런데 주황색 털을 가진 아이는 철판에 다리가 깔려 다리에 피가 나고 구더기가 많이 있는 상태였다.
친구랑 나는 처음 보는 상황이라 발을 동동 거리며 철판을 들어 올렸다.
맙소사.
철판을 들어올리자 구더기는 더욱 많았고 다리는 처참했다.
검은색 아가들은 미약하지만 그래도 힘있게 울고있었는데 그아이는 곧 죽을것처럼 숨도 겨우 쉬고 있는상태였다.
허둥지둥 근처에 있던 과수원 할머니한테 사과박스를 구하고 내가 아끼던 담요를 밑에 깔고 아이들을 상자에 올렸다.
그땐, 그냥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택시를 부르고 기달렸다. 기다리던중 한 친구가 와서 고양이를 발견하고
헐, 완전 귀엽네. 야 근데 얜 곧 죽을거 같다. 얘는 그냥 버리지.
그말에 나랑 친구는 화를 내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어짜피 죽을거 버리라니. 할말이 없어져 그냥 친구를 바라보았고 친구는 다친 아이까지 챙긴 우리를 이해못하는 표정을 짓고있었다. 마침 택시가 와서 우리는 친구를 무시하고 택시를 타고 동물병원에 갔다.
동물병원에가면 그 고양이는 살수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맙소사.
어짜피 죽을거 그대로 내버려두란다. 그리고 치료해봤자 치료비는 학생들이 부담하기엔 큰 돈일거라고.
엄연한 치료 거부였다. 그 수의사는 빨리 가라는 눈빛을 내보였고, 여기서 갈수 없었던 나는,
그럼, 구더기라도 떼어주시면 안되요?
그말에 수의사가 어쩔수 없단 한숨을 내쉬며 그 새끼 고양이를 수건 같은것에 싸더라.
그리고는
죽으면 이대로 묻어주시면 되요.
그말에 진짜 울고 싶었다. 동물농장에서만 보던 길고양이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던 수의사는 그냥 티비용이구나, 싶었다.
학원시간이 다가와 친구는 갔고 나랑 고양이 세마리만 남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일단 세마리를 집에 데리고 갔다.
지금은 그 고양이를 씻기는게 안좋은것을 알지만 그 당시에는 구더기 때문에 애가 더 죽을 거 같아 얼른 씻기고 싶었다.
씻기는것보다는 구더기를 떼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따뜻한 물에 그 아이를 담구고 구더기를 살살 떼어냈다.
그때 정말로 눈물이 났다. 얼른 그 아이를 새 수건으로 칭칭 감고 안으며
죽지마, 숨쉬어.
그 말만 했다. 그리고 10분도 되지 않고 그 고양이는 죽었다.
사람이던, 동물이던 죽음으로 헤어진적이 없었던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고양이가 나때문에 죽은 거 같았다. 내가 어설프게 구더기를 떼어야겠다고 씻기지만 않았다면 그 고양이는 살지 않았을까. 뒤뜰에 얼었던 땅을 삽으로 파내, 그 고양이를 묻을때 까지 그 생각은 떠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새끼 길냥이구조 관련 글만 보면 죄책감이 난다.
이 이야기를 하면 어짜핀 걘 너 안만났어도 죽었을 거야 라고 주위에서 말하지만,
어찌되었든 난 내가 그 아이를 죽인거 같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