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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그 장롱...
저도 집에 합류하고 나서 정말 궁금했습니다.
정말 밤만 되면 장롱에서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나는지 말이지요.
그날 밤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낮에는 주로 엄마와 동생이랑 안방에 있었습니다.
셋이서 그냥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전기장판에 누워 낮잠을 자곤 했지요.
문제는 화장실에 갈 일이 생기면
사방에 형광등을 켜거나 안방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재빨리 다녀왔습니다.
아직까지 몸이 좋지 않을 때라,
한 동안 누워있었는데 안방에서 가족들과 잘 때에는
전혀 무서운 것이 나타나거나, 악몽 따위도 꾸지 않았습니다.
약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몸이 많이 풀렸습니다.
눈을 떠 보니, 안방에 저 혼자 있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안방을 나오니... 아무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아뿔싸...
제가 자고 있을 때, 아버지가 엄마와 동생을 데리고
외식을 나간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혼자 집에 남아 있었습니다.
혼자 집에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공포감이 엄습해왔습니다.
시간은 밤 9시 45분...
배가 상당히 고팠기 때문에 컵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가스레인지를 켜고 물을 끓였습니다.
그런데...
거실에서 우는 소리인지, 웃는 소리인지 뭔가가 들렸습니다.
“으흐흐흐흐... 어이흐흐흐흐...”
저는 누군가가 제 심장을 쥔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소리가 점점 커져왔기 때문입니다.
그 울음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라면을 먹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저는
당장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천천히 거실로 나왔습니다.
사방에 울려 퍼지는 요란한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졌습니다.
그리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로 했습니다.
혹시라도 먼가가 튀어나올 까봐, 식칼을 들고 조심조심
1층을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화장실을 열어보았고, 창고로 쓰던 방을 열었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무서운 곳이었지만 소리가 들리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두 곳에 들어가니, 오히려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문이 잠겨 있는 방이 하나 있었는데,
공사가 아직 덜 된 방이라 굳이 열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습니다.
계속 거실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는
점점 커졌다가, 작아졌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중 동생의 방에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동생 방으로 다가갈수록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추위와 불안함이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울음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습니다.
조심스레 동생 방으로 들어가서 불을 켜는 순간,
울음소리가 멈췄습니다.
“아이.. 씨.. 뭐지? 진짜 어이없네..”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저의 눈에 장롱이 들어왔습니다.
순간, 아.. 동생이 말하던 장롱이 저것이구나? 라고 알아챘지요.
그 장롱은 우리가족이 가지고 있던 장롱이 아니었습니다.
새로 샀다고 하기에는 너무 오래되어 보였고,
주웠다고 하기에는 원목으로 된 느낌에 고급스러워 보였습니다.
어쩌면 동생이 말한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진짜 저곳에서 난 걸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너무 심취한 제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습니다.
“크흐흐흐.. 지금 이게 뭐하는기고? 라면이나 먹으러 가야지..”
동생의 방에 불을 끄려고 하는데...
장롱에서 뭔가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안에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덜커덕 덜커덕 소리도 났습니다.
다시 동생의 말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자주 땡중이나, 노숙자들이 밥을 달라며 문을 두드린다던지
문 앞에서 안을 지켜본다던지 한다는 이야기를 말이지요.
왠지 그들이 장롱 안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더욱 강하게 잡고 장롱에 가까이 갔습니다.
그런데,
“툭, 툭, 툭...”
안에서 장롱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위험하고 무섭다는 생각에 뒷걸음질을 치며 장롱을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툭, 툭, 툭...”
다시 안에서 장롱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롱 안에서 사람 소리가 났습니다.
“중얼.. 중얼...”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었지만
너무 궁금해서 장롱 가까이로 다시 다가갔습니다.
“저기... 중얼중얼... 저기.. 중얼중얼...”
분명 우리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장롱에 귀를 가까이 댔습니다.
“저기..애기야.. 문 돔 열어 두라...”
웬 할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혹시나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장롱 속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기요.. 안에.. 혹시 사람 있어요?”
갑자기 장롱 안은 잠잠해졌습니다.
이제는 무서움보다는 걱정이 되는 마음에 다시 물었습니다.
안에서 못 들을 수가 있으니까요.
“저기.. 안에.. 혹시 사람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장롱이 마구 흔들리며 요동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문 돔 열어달라고, 문 돔 열어달라고, 문 돔 열어달라고!!!!
이히히히히.. 어이히히히히...”
장롱 안 속에 있던 노인은 문을 마구 열어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울음소리인지, 웃음소리인지 모를 요란한 굉음을 다시 내면서 말이지요.
어찌나 놀랬던지 심장이 아팠습니다.
움직일 수가 없어서 칼만 쥐고 벌벌 떨었습니다.
장롱 속 의문의 인물은 미친것처럼 울었다가, 웃었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장롱 문을 마구 두드렸습니다.
“문 열어라! 으흐흐흐흐이히히히.. 문 열어라! 이히히히히흑흑흑... ”
장롱 문을 ‘쾅... 쾅..’ 두드리는데
당장 장롱에서 귀신같은 것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설상가상 ‘지잉’하는 소리가 나더니, 집 안에 모든 불이 꺼졌습니다.
순식간에 장롱에서 뭔가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 집을 나가기로 했습니다.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자 기어서라도 동생 방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장롱에 있는 이가 아닌,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제 발목을 강하게 잡았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잡아당기는데 힘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욕을 하며 칼을 들고 허공에 휘둘렀습니다.
하지만 장롱은 더욱 요란스러웠고 할머니의 굉음은 멈출 줄 몰랐습니다.
저도 무서워서 고함을 찔렀습니다.
“아이, 씨XXXXXXXXXX....."
순간, 집 안에 전기가 들어오면서 모든 불이 켜졌습니다.
요란했던 장롱도 흔들리지 않고, 발목도 멀쩡했습니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철커덕...”
“간만에 밥다운 밥 먹었네...”
아버지, 엄마, 동생이 밝은 모습으로 들어왔습니다.
어찌나 그 상황에 가족들이 미운지... 마음속에서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제가 무서운 일을 겪었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마, 니 뭐하노, 새끼야? 칼은 와 들고 있어?”
아버지가 황당해 하며 물었습니다.
저는 차마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할 수가 없어서, 울먹이며...
“배고파서... 과일이라도 깎아 무글라고요...
근데.. 어디 뭐.. 뭐.. 먹었어요?”
그날 가족들은 저를 빼고 ‘부산 사하구’에서 매우 유명한 돼지갈비를 먹었고,
저는 말없이... 다시 안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다음 날, 저는 동생에게 장롱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니 저번에 장롱에서 이상한 소리 들린다고 했제? 혹시 장롱 열어봤나?”
동생은 한참 동안 딴 짓을 하는 척하다가,
엄마가 빨래를 하는 것을 보고 입을 땠습니다...
그걸 들은 저는 당장 이 집을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