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가족들과 놀러가서 고갯마루 전망대에 차 세워놓고 경치 구경하다 내려오면, 시내 진입하는 도로한가운데서 차가 퍼진다는 이야기.
‘오늘의 유머’ 아이디 ‘유목민’님께서 현재 프리우스 이슈를 압축표현해주셨다. 주행불능에 대한 자세한 것은 지난 글에서 얘기했으니 이번엔 토요타본사와 토요타코리아의 대응을 훑어본다.
“진단기에 특이사항 나온 게 없습니다.” 첫 증상으로 인해 방문했던 부산연제센터, 그냥 가란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대로 한복판에서 멈춰서는 결함이 발생했는데 그냥 가라니, 토요타는 목숨 내놓고 타는 차인가보다.
영구아빠님은 동일증상이 발생한 대구의 회원에게 연락처를 전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대구센터는 이를 외면했다. 설마 주행불능의 결함문제를 깜빡하셨겠는가.
첫 증상의 악몽에 시달리던 ‘영구아빠’님은 또다시 발생한 증상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크락션을 울리며 피해가는 차량들 속에 파묻혀, 움직이지 않는 프리우스의 악셀을 내리 밟으며 동영상 촬영에 가까스로 성공한다. 동영상 증거를 확인한 센터는 영구아빠님께 ‘평소운전습관으로 상황재연’해줄 것을 요구한다. 또다시 차들이 쌩쌩 달리는 대로 한복판에서 차량이 멈춘 상황, 하지만 동승한 엔지니어는 진단기만을 바라볼 뿐 안전대책은 1도 마련하지 않았다. 유난히 대형차량에 후미를 받혀 사망사고가 줄을 잇는 2017년의 잔인한 여름. 차량진단을 위해 센터에 입고시키고도 대차서비스가 없었던 것은 작은 에피소드로 넘어갈 지경이다.
차량을 일본으로 인도한 것도 아닌, 토요타코리아 엔지니어로부터 얻은 진단기 데이터 하나만으로 토요타 본사는 처방전을 하사한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어떠한 상황에서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특정연식의 문제인지 4세대 전반의 문제인지에 대한 설명도, 전 세계에서 왜 오직 한국에서만 발생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설명을 요구했으나 절대 밝힐 수 없단다. 현재까지 총 네 대에서 동일증상이 발생했고, 또 얼마나 많은 차량이 결함을 지녔는지 고객들은 알 도리가 없다. 토요타는 단호하다. “이상증상이 발생하면 센터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믿고 타란다. 왜냐고 묻지 마란다. 그냥 무조건 믿고 타란다. 쌍팔년도 내무반인가? “네 알겠습니다!”하면서 질문도 불가한 이 상황은? 믿고 타다가 결함이 발생하면 업데이트 해주고, 또 믿고 타다가 동일증상이 재발하면 ‘중고가로 토요타코리아가 매입’하겠단다. 토요타의 기술력을 믿으라는 분들께서 ‘중고가 매입’을 입에 담는 것도 우습지만, 믿고 탔다가 결함으로 인사사고라도 발생하면 어찌할 것인가? 이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다수의 오너들은 어쩌란 말인가? 동호회를 통해 결함의 가능성을 알고 상황대처 방법을 정확히 숙지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대로 한복판에서 주행불능 상황에 빠지면 대형사고의 가능성이 있다는 건 초딩의 지적수준으로도 예상할 수 있는 것. 토요타는 지금 제정신인가?
나 어렸을 적만 해도 국산품 애용은 애국이었고, 값비싼 외제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고, 일제는 친일매국의 딱지가 붙곤 했다. 하지만 세계화의 이름으로 신자유주의시대가 펼쳐지자 자본에는 국경이 사라졌다. 친일매국의 단세포적 시각에도 파열이 온다. 토요타는 위안부 단체를 지원했고 박근혜정부는 위안부 역사를 봉인하고자 협력했다. 이제 소비자의 선택지엔 국기 위에 가성비의 만족도가 들어섰다.
헬조선의 현기가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많은 이유 중 몇 가지로, 사고를 통해 드러나는 안전성 문제와 뒤떨어진 내구성과 수천만 원짜리 뽑기운 따위를 바탕으로 내수차별과 고객을 호갱으로 대하는 저열한 정신자세를 들 수 있다. 그러기에 현기에서 벗어나고자 ‘탈현기’의 발버둥을 쳐보지만, 대부분의 외국회사는 헬적화되어 진입한다. 헬적화, 헬조선에 최적화 되었다는 뜻이다.
주행불능의 사례를 통해 안전성과 내구성엔 금이 갔고, 어떤 차량이 어떤 상황에서 이상증상에 빠져드는지 설명해줄 수 없다는 토요타의 무례함으로 인해 프리우스 오너들의 목숨은 뽑기운에 맡겨진다. 뿐만 아니다. 캐나다에서 탔던 토요타차량과는 달리 브레이크 소음이 심하다는 영구아빠님의 호소에 돌아온 답변. “북미와 코리아의 차량은 부품이 다릅니다.” 현기의 내수차별에 해당하는 완벽한 헬적화.
고객을 호갱으로 대하는 토요타코리아의 자세에 반전이 없었던 건 아니다. 동호회 회원의 노력으로 대차서비스를 받았고, 두 차례에 걸쳐 높은 직급의 임원이 정중한 사과를 했으며, 소프트 업데이트 후 동일증상 재발 시엔 ‘중고가 매입’이 아닌 ‘차량교환’을 약속했다. 그렇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와중에 YMCA리콜센터로부터 영구아빠님이 받은 연락. ‘토요타코리아측으로부터 차량멈춤현상은 잘 해결 되었고 고객께서 만족했다는 회신이 왔다’고. 하지만 영구아빠님은 만족을 언급하신일이 없다. 대단히 불만족인바 “불만족으로 수정해 달라”고 토요타코리아에 요청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삭제는 가능하나 ‘불만족’을 넣을 수는 없단다. 반전의 하이라이트다.
수많은 이들이 탈현기를 위해 수입자동차를 선택지에 올려보지만 ‘코리아’가 붙는 순간 헬조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뼈저리게 체감한다. 하지만 토요타는 다르다. 이번 이슈를 통해 토요타‘코리아’뿐만 아니라 ‘토요타’본사의 저열한 태도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탈현기의 대안으로 내구성 좋은 토요타와 혼다를 추천받았고, 나는 토요타 프리우스를 선택했다. 이제 프리우스 오너로서 나는 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토요타가 탈현기로서의 대안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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