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저녁, 이세돌 9단은 오랜만에 술을 한잔 했다. 지난 1일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후 입도 되지 않던 고량주를 거푸 마셨다. 제17회 농심신라면배 결승전에서 커제 9단에게 당한 패배가 너무 아파서 속을 후벼파는 독주가 아니고서는 마음을 진정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은 “내가 정말 화나는 일은 패배라는 결과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상대가 치명적 실수를 했는데 자신은 더욱 치명적인 실수로 범했다는 사실을 곱씹으며 자신에게 화를 냈다. 평소 “나 자신에게 만족하는 바둑을 두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오던 그로서는 이날 대국에서 범한 몇 가지 실수가 무척 뼈아픈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