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연재>[투더코아의 詐欺 列傳]62.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
게시물ID : history_197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투더코아
추천 : 4
조회수 : 18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2/27 21:40:50

투더코아의 詐欺 列傳.

http://www.podbbang.com/ch/6526  <ㅡㅡ 팟캐스트를 들으시려면 이곳을 클릭하세요~ ^^

blog.daum.net/carilla


*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

 

장수도 아니며 정책을 결정한 대신도 아니었는데 오직 화려한 부 하나로 천하에 이름을 날렸다.

벼슬을 원하지 않았으나 황제의 사랑을 받았고

서남이의 땅에서 공을 세웠다.

또 사마상여는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는 사랑이야기의 주인공 이기도 하다.

 

사마상여가 지은 자허부와 대인부의 내용은 비록 과장된 표현은 있으나

그 언사는 지극히 미려하다.

 

무엇보다 그의 의도는 천자의 행위를 풍자해 무위의 철학으로 돌아가게 하려는데 있었다.

이제부터 사마상여의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짐독부득여차인동시재(朕獨不得與此人同時哉)

 

사마상여(司馬相如)는 촉군 성도 사람이다.

자는 장경이며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검술을 배우길 즐겼다.

그래서 그의 부친은 견자(犬子)라는 아명을 붙여 주었다.

그는 학문을 닦으면서 인상여의 인품에 반해 이름을 상여 라고 고쳤다.

 

재물을 헌납하고 낭관이 되었다가 무기상시로서 효경제를 섬겼으나 그는 이런벼슬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사 와 부 를 좋아하는데 효경제는 문학을 좋아하지 않아서

무기상시라는 자리가 그에게는 무척 괴로웠다.

 

그즈음 양효왕이 입조했다.

그런데 양효왕은 유세객인 제나라사람 추양와 회음사람매승.오나라 사람 장기부자 등을 거느리고 왔다.

 

그들을 만나본 사마상여는 단숨에 그들에게 반해 버렸다.

그래서 병이라 핑계대고 벼슬자리를 사임한 뒤에 몰래 양나라로 따라 붙었다.

 

양효왕은 사마상여를 여러 학자들과 같은집에 머물게 했다.

거기서 그는 여러 유생들과 몇해를 함께 보낼수가 있었다.

그때 사마상여는 <자허부>를 지었다.

그러다가 양효왕이 죽었으므로 사마상여는 별수없이 고향인 성도로 되돌아 갔다.

 

그는 수년간 하는일 없이 떠돌아 다녔기 때문에 몹시 가난했다.

생계를 이을만한 직업을 찾아보았으나 별다른 일거리를 찾지 못했다.

 

평소에 그는 임공현의 현령 왕길과 절친한 사이였는데

왕길은 평소에 사마상여를 좋아하여 이런 말을 하곤 했었다.

"장경.

사정이 여의치 않거든 나를 찾아주시오."

 

다급하게 된 사마상여는 왕길을 찾아갔다.

그래서 그는 임공현의 관사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현령 왕길은 매일같이 사마상여를 찾아와 문안하고 짐짓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사마상여는 처음에는 왕길의 인사를 받았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쑥스러워 왕길의 문안을 사절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왕길의 태도는 더욱 공손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임공현은 큰 고을이고 부자가 많이 살고 있었다.

그 중에도 탁왕손과 정정은 거부였다.

집에는 8백여명의 노복을 거느리고 살 정도였다.

 

현령에 관한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그래서 탁왕손과 정정은 이렇게 의논했다.

"현령에게 귀한 손님이 와 계시는듯 한데 현령이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드리고 있다 하오.

그렇다면 매우 특별한 귀인인듯 하니 우리가 그를 초대하여 인사를 하는것이 어떻겠소?"

 

그리하여 탁왕손의 집에서 주연이 열렸다.

백여명의 빈객들이 초청되었고

임공의 현령과 사마상여도 초대 되었다.

 

그런데 현령이 탁왕손의 집에 도착해보니 사마상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나의 귀빈은 초청되지 않았소?"

 

탁왕손이 대답 하였다.

"아닙니다.

주빈으로 초청 했지만 신병이라 참석할수 앖다는 전갈을 보내 오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왕길은 그럴리가 없다 하며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직접 마차를 몰아 사마상여를 찾아갔다.

주빈인 현령이 그리 하니 좌중의 여러 손님들 또한 음식을 들 수가 없었다.

 

정오쯤 되어 사마상여는 현령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탁왕손의 집으로 왔다.

손님들의 이목이 모두 그에게 쏠렸고 손님들은 사마상여의 훌륭한 풍채에 경탄해 마지 않았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현령 왕길이 사마상여에게 짐짓 권했다.

"내가 들으니 장경의 거문고 타는 솜씨가 일품이라 하더이다.

부디 한곡조 들려주시기를 청합니다."

 

사마상여는 마지못해 거문고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탁왕손에게는 문군 이라는 딸이 있었다.

탁문군은 나이 열 일곱에 시집 가자마자 남편과 사별하고 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음악을 매우 좋아했는데 잔칫자리에서 들려오는 거문고 소릴 듣고 깜짝 놀랐다.

그 탄주솜씨가 매우 절묘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문군은 저도모르게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거문고 소리가 나느 쪽을 바라보았다.

문군은 사마상여의 풍모와 옥같은 얼굴을 보고는 다시한번 크게 놀랐다.

 

그때 사마상여도 거문고를 연주하는 중에 우연히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다가 문군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사마상여 역시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고 혼백이 달아나는듯 함을 느꼈다.

 

짧은 순간이지만 두사람은 눈빛 만으로 마음이 서로 통하였다.

사마상여는 연주하던 곡을 마치고 다른 곡으로 바꾸어 혼신을 다해 연주하였다.

그 곡은 문군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고 문군의 감정을 유혹하는 음률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마천의 사기열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때 사마상여가 불렀다는

바로 그 노래 봉구황을 옮겨 보겠다.

 

 

봉구황.

                           사마상여

봉이 고향에 돌아왔음이여 황을 찾아 날아다녔구나

때를 만나지 못했음이여 오늘밤 여기에 올줄을 어찌 알았으랴

 

아름다운 여인이 규방에 있으니

방은 가깝고 사람은 멀어 애간장태우고

어떤 인연이면 그대와 한쌍의 원앙이 되어

함께 저 높은 하늘을 날수 있을까

 

황이여 황이여 나를 따라 둥지를 틀어다오

꼬리를 비비며 영원한 짝이 되리니

정 나누고 몸이 통하고 마음이 하나되니

깊은밤 서로 좋게 지낸들 뉘라서 알리요

 

두날개 활짝 펴고 높이 날아 올라서

더는 나를 슬프게 마오.

 

 

 

주연이 끝나고 사마상여는 문군의 시종에게 후한 선물을 주어 가만히 자신의 마음을 문군에게 전했다.

문군은 그날 밤으로 집을 뛰쳐나와 사마상여에게로 달려왔다.

사마상여는 그녀와 함께 수레를 몰아 바삐 성도로 도망 쳤다.

 

사마상여는 극도로 가난했다.

문군이 성도에 도착 했을때 사마상여의 집에는 그저 네 면의 바람벽만이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딸이 도망친것을 안 탁왕손은 크게 노하여 소리쳤다.

"한심한 딸년이로다.

그렇다고 죽일수도 없고..

그러나 한푼의 재산도 나누어주지 않을것이다."

 

몇몇 사람이 그러지 말라고 타일렀으나 탁왕손은 결코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문군은 얼마간의 이런 생활이 계속 되자 견디지 못하고 사마상여에게 사정했다.

"여보 우리 임공현으로 돌아갑시다.

오라버니에게 돈을 빌리면 입에 풀칠은 할수 있을것입니다."

그리하여 두사람은 임공현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탁왕손의 엄명으로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는 못했다.

 

두사람은 하는수 없이 타고온 말과 수레를 팔아 작은 술집을 열었다.

문군은 목로에 앉아 술을 팔아 생계를 꾸려갔고

상여는  누추한 옷을 입고 저잣거리에 나 앉아 인부들 틈에 끼어 그릇을 닦는 일을 했다.

 

탁왕손은 그 소문을 듣고는 부끄러워서 아예 대문을 걸어 닫고 출입을 하지 않았다.

친척들과 고을 유지들이 탁왕손을 타일렀다.

"어찌그러시는게요?

당신에게 자식이라고 아들 하나에 딸 둘이 전부 아니오?

문군은 기왕에 사마상여에게 몸을 맡겼고 장경은 비록 지금은 가난하지만

그 인물과 재능은 볼만한데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현령의 빈객이 아니오?

지금이야 벼슬을 찾아다니다 지쳐있을 뿐인데 이토록 사람을 오래 욕보이는법은 없소이다."

 

탁왕손도 결국 마음을 바꿀수 밖에 없었다.

하는수 없이 문군에게 노복1백명과 돈 백만전과

시집갈때 주려고 마련했던 의상과 재물을 모조리 보내 버렸다.

 

문군은 사마상여와 함께 다시 성도로 돌아갔다.

밭과 저택을 마련하고 부유하게 살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세월이 흘렀다.

촉사람 양득의가 구감이 되어 효무제를 모시고 있었다.

 

어느날 무제가 한가히 <자허부>를 읽고나서 갑자기 탄식 하였다.

"아깝도다.

짐은 어찌하여 이토록 훌륭한 작가와 동시대에 살수 없단 말이냐?"

 

양득의가 듣고 깜짝노라 고했다.

"폐하 그자는 저의 고향 친구입니다.

그자의 이름은 사마상여라 하옵는데 그 자허부는 바로 사마상여가 지은 것입니다."

황제 역시 크게 놀라 급히 사마상여를 부르도록 했다.

 

사마상여는 황제 앞으로 불려와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제가 지은것이 맞습니다만 그 부의 내용은 제후들의 일을 노래한것으로 볼만한것이 못됩니다.

청컨대 시간을 주시어 폐하께서 수렵하시는 유렵부를 짓게 해주시면 완성되는 대로 바치겠나이다."

 

황제는 허락 했다.

그리고 문서를 취급하는 상서에게 명하여 붓과 목찰을 그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사마상여는 허구 라는 뜻의 '자허' 라는 인물을 만들어 초나라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게 하였고

어찌 그런일이 있을수 있는가 라는 뜻의 '오유선생'을 내세워

제나라의 편에 서서 자허를 힐난하게 하였다.

또 '세상에 이런 사람은 없다'라는 뜻의 '무시공'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천자의 입장을 밝히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래서 이 세사람의 가공인물을 빌어 문장으로 엮어서

천자와 제후의 원유를 논하게 하고 마지막 1절에서는 절약과 검소의 필요성을 논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러한 귀결을 이용하여 천자에 대한 풍자와 충고의 의도를 달성하도록 했다.

 

부가 완성되어 황제에게 바치니 황제는 크게 기뻐 하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 사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초나라가 자허를 제나라에 사자로 보냈다.

제왕이 제나라의 사대부들을 모두 불러 거마를 준비하여 사자로 온 자허와 함께 사냥을 나갔다.

이윽고 사냥이 끝나자 자허는 오유선생 찾아가 성대한 사냥을 자랑했다.

마침 그때 무시공도 함께 있었다.

세 사람이 좌정하자 오유선생이 자허에게 물었다. 

"오늘 사냥은 즐거웠습니까?" 

"예 즐거웠습니다."
"많이 잡았습니까?" 
"그다지 많이 잡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즐거웠다고 하십니까?"

"수많은 사람들과 거마들을 동원하여 행한 사냥으로

제나라의 위세를 저에게 자랑하는 제왕에게

제가 초나라의 운몽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이야기한 것이 즐거웠다고 한 것입니다."

"제가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가능합니다.

제왕은 천승의 수레와 만 명의 기병을 이끌고 해변가로 사냥을 나갔습니다.

늘어선 군졸들은 늪을 메웠고 그물은 온 산을 덮었습니다.

토끼는 그물로 덮쳐서 잡고 사슴은 수레바퀴에 깔아 잡았습니다.

또한 고라니는 활로 쏘고 기린은 발을 걸어 넘어뜨렸습니다.

갯벌을 어지럽게 달린 수레의 바퀴는 찢긴 짐승의 피로 물들었고

활로 쏘아 맞춘 사냥감이 실로 많았음으로 제왕이 스스로 으스대며 나를 돌아보고

 ㅡ초나라 역시 평원과 넓은 늪지가 있어 이와 같이 풍요로운 사냥을 즐길 수 있소?

 또한 초왕의 사냥하는 것은 과인과 비교해서 어떻소?ㅡ

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ㅡ신은 초나라의 비루한 사람입니다만

다행히 은총을 입어 초나라 궁궐에서 10여 년을 숙위하면서

때로는 왕을 모시고 후원에 나아가 사냥했습니다.

어떤 것은 보았고 어떤 것은 보지 못해 모두 두루 보지는 못했습니다.

어찌 궁궐 밖의 사냥터인 택 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겠습니까?ㅡ

그러자 제왕이

ㅡ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대가 듣고 본 것을 간단하게나마 말해보시오ㅡ

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습니다."

 

ㅡ신은 초나라에 일곱 개의 택 이 있다고 했습니다.

옛날 제가 그 중 한 곳을 가보았을 뿐 나머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신이 가본 그 택은 그 중에서 가장 적은 곳으로 이름을 운몽이라고 합니다.

운몽은 사방이 9백 리이고 그 가운데에 산이 있습니다.

그 산세는 돌고 돌아 구불구불하고 숲은 빽빽하고 울창합니다.

하늘높이 치솟은 험한 봉우리와 바위는 들쑥날쑥하여 해와 달을 가리고 이지러지게 합니다.

서로 교차하여 어지러이 뒤섞여 위로는 푸른 구름이 솟구치고

밑으로는 완만하게 경사진 구릉이 면면히 강과 바다로 이어집니다.

그곳에서 나는 흙은 단청.자악.자황.백부.석벽.금은 등으로

여러 가지 색깔로 광채가 나서 용의 비늘처럼 빛났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돌로써는 적옥.매괴.임미.곤오.감륵.현려.연석.무부 등이 있습니다.

그 동쪽으로는 혜포 가 있어 형란.지약.사간.궁궁.창포.강리.미무.제자.박차 등의 향초나 약초가 납니다.

택의 남쪽에는 드넓은 평원과 큰 택 이 있는데

오르고 내리는데 구불구불하고 길며 어떤 곳은 움푹 파여 들어가고

어떤 곳은 편편하여 넓게 펼쳐지기도 하면서 장강에 이어져 무산 에서 끝이 납니다.

높고 건조한 곳에서는 짐.골.포.려.설.사.청번 이 나고

낮고 습한 곳에서는 장량.겸가.동장.조호.연우.고로.암려.헌우 가 나는데

온갖 것이 모여 있어서 그것들을 모두 설명할 수 없습니다.

택의 서쪽에는 샘물이 솟아나 생긴 청지 가 있어 급류가 되어 떠밀려 흘러갑니다.

바깥 쪽에는 부용 과 릉화 가 만발해 있고 안쪽으로는 거석과 백사를 품고 있습니다.

연못의 물속에는 신령스러운 거북이.교룡.악어.대모.별원. 등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 북쪽에는 울창한 밀림 깊은 곳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있고

그 사이에 편분.예장.계초.목란.벽리.주양.사리.영률.귤유.분방 등의 향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그 나무들 위에는적원.구유.원추.공란.등원.사간 등이 살고 있고

나무 밑에는 백호.현표.만유.추.한.시상.야서.궁기.만연 등의 맹수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전제 와 같은 용사들을 시켜 맹수들을 맨손으로 때려잡게 합니다.

초왕은 길들여진 말 네 마리가 끄는 옥으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물고기 수염으로 만든 가느다란 깃대의 명윌주 깃발을 바람에 날립니다.

간장이 만든 예리한 극을 높이 들고 아름답게 조각한 오호 라는 활을 왼쪽에 두고

하나라 때의 화살통에 모진 화살을 담아 오른쪽에 두었습니다.

양자를 참승으로 태우고 섬아를 어자로 삼아 수레를 서서히 달리기 시작하여

전력을 다해 짓치기도 전에 사나운 짐승을 따라잡습니다.

공공을 깔아 죽이고 거허를 바퀴로 깔아 죽이고 야생마를 들이받고

도도를 수레의 축으로 들이받아 죽입니다.

천리마 유풍을 타고 내달아 기를 활로 쏘아 죽입니다.

수레와 말은 우레처럼 날쌔게 움직이고

질풍처럼 빠르고 유성처럼 흐르며 벼락처럼 내리칩니다.

활은 헛되이 발사되는 일 없이 명중시켜

반드시 짐승의 눈꼬리를 찢거나 가슴을 꿰뚫어 겨드랑이를 지나 심장의 힘줄을 끊습니다.

이렇게 잡은 짐승은 마치 비가 쏟아지듯 풀을 덮고 땅을 가립니다.

그때 초나라 왕은 말고삐를 잡고 여유 있게 배회하고

새가 날개를 펴고 나는 듯이 부드러운 모습으로 소요하며

그늘이 질만한 무성한 숲을 살펴보고 장수들의 성난 모습과 맹수들의 두려워하는 모양을 둘러봅니다.

앞을 가로막은 짐승들 중 힘이 다해 지친 것들을 사로잡아 여러 생물들의 다양한 자태를 골고루 살핍니다. 

그러면 정나라의 아름다운 여인들은 부드러운 비단을 몸에 두르고

가는 삼베와 비단으로 만든 치마자락을 끌고 각양각색의 채색비단을 몸에 걸치고

안개처럼 엷은 비단을 늘어뜨립니다.

 

그녀들의 주름 잡힌 옷은 마치 나무가 우거진 깊은 골짜기처럼 겹처져 구불구불하지만

긴 소맷자락은 정연하여 가지런하고

섬을 날리고 소를 드리웠습니다.

수레를 붙들고 공손히 따라갈 때마다 옷에서는 사각사각 하는 소리를 냅니다.

옷자락 아래로는 난초와 혜초를 스치고

위로는 깃털로 장식한 수레 위의 비단 덮개를 쓸고

비취와 새의 털로 만든 목걸이에 구슬로 장식한 수레의 끈이 걸리며

가볍게 솟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지는 모습이 선녀를 방불케 합니다. 

그리하여 모두 함께 혜포로 나아가 밤에 하는 사냥을 합니다.

살금살금 천천히 걸어서 견고한 제방 위로 올라가 그물로 물총새를 잡고

화살을 쏘아 준의를 죽이고 짧은 활에 가는 실을 매어 하늘 높이 날고 있는 흰 고니를 맞추고

잇달아 오리를 쏘고 학 두 마리를 쏘아 떨어뜨리니 검은 학이 소리에 맞춰 땅으로 떨어집니다.

 

사냥놀이에 지치면 청지에 나가 놉니다.

물새의 문양을 그린 배를 띄우고 계수나무 삿대를 올리고

새털로 장식한 휘장을 치고 날개로 장식한 덮개를 씌우며

대모를 그물질하고 자패를 낚습니다.

황금 북을 치고 세구멍퉁소를 불면 뱃사공들은 화창합니다.

노랫소리의 여운은 물속의 생물들을 놀라게 하여 파도를 일으켜

분수가 내뿜는 것처럼 솟아올랐다가 한데로 모여 소용돌이치게 합니다.

물속의 돌들이 서로 부딪쳐서 울리는 소리는 수백 리 밖에까지 들리는 천둥이나 벼락소리 같습니다. 

장차 사냥꾼들에게 휴식을 시키려고 영고를 쳐 둥둥 울리게 하고

횃불을 들게 하면 수레는 서서히 출발하고

기병은 대열을 짓기 시작하여 기다랗고 면면히 줄을 지어 무리를 이룹니다.

초왕이 양운대에 올라 편안한 마음으로 좌정하면 작약으로 조미하여 맛을 낸 요리를 먹습니다.

그것은 대왕께서 종일 말을 달려 수레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수레바퀴 사이에서 피로 물들인 산고기를 잘라 모닥불을 피워 구워 먹으며

스스로 즐거워하는 모습과 같지 않습니다.

신이 가만히 살펴보건대 제나라는 아마도 초나라보다는 못한 것 같습니다.ㅡ

 

 

그러자 제왕은 입을 다물고 저에게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오유선생이 자허의 이야기를 다 듣고 말했다. 

 

"선생의 말씀은 너무 지나치십니다.

천리 길을 멀다하지 않고 제나라를 찾아온 선생을

제왕이 나라의 안의 모든 사대부들과 거마를 동원하여 함께 사냥을 하여

많은 짐승을 사냥하여 선생을 기쁘게 하려고 한 일을 어찌하여 선생은 제왕이 떠벌려 자랑한다고 하십니까? 초나라에 그러한 곳이 있는지의 여부를 물은 이유는

원컨대 초나라 같은 대국의 아름다운 풍속과 빛나는 공업을 듣기 위해서

선생의 아름답고 훌륭한 이야기를 듣고자 해서였습니다.

오늘 선생께서 초왕의 두터운 덕을 칭송하지 않고

오히려 운몽의 광대한 모습만을 추켜세워 호사스러운 말로 음탕한 놀이와 사치스러운 것만을 드러냈습니다. 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대의 그러한 언사는 취할 바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에 그대의 말이 틀림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본래의 아름다운 초나라의 모습이 아닙니다.

만일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그것은 초왕의 악행을 폭로하는 일이며

그렇지 않고 꾸며낸 이야기라면 선생의 믿음을 해치는 일이 됩니다.

초왕의 악행을 드러내고 자신의 신의를 해치는 행위 중 한 가지도 취할 바가 못 됩니다.

그런데 선생이 굳이 그런 일을 행한 것은

필시 제나라를 가볍게 보고 초나라의 명성에 누를 끼치게 하는 행동입니다.

 

ㅡ제나라의 동쪽은 큰 바다가 있고 남쪽으로 낭야산이 있습니다.

성산에서 유람하고 지부산에서 활을 쏘며 발해에서 배를 띄우며 맹저에서 노니며

옆으로는 숙신국과 이웃하고 오른 쪽에는 탕곡을 경계로 삼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청구산에서 사냥하고 자유롭게 바다 밖으로 나가 항해를 즐기는데

운몽과 같은 사냥터는 8-9개를 삼켜도 그 가슴 속에는 겨자씨만큼도 걸릴 것이 없습니다.

비범하고 탁월한 인물들이나 다른 나라의 특이하고 진기한 조류나 짐승들을

물고기의 비늘처럼 한 곳에 모아 충만하게 그 가운데를 채우는데 모두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것들은 비록 우임금일지라도 모두 이름 붙일 수 없고 설일지라도 모두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 제왕은 제후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감히 유회의 즐거움이라든지 원유의 광대함을 말하지 않은 것 뿐입니다.

그리고 선생은 또 귀빈으로 접대해야 할 손님이었기 때문에

 제왕이 선생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것이지 어찌 응대할 수 없어서이겠습니까?ㅡ

 

무시공이 오유선생이 하는 말을 듣고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초나라의 이야기는 옳지 않고 제나라 이야기 역시 맞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무릇 제후들로 하여금 바치게 하는 공물은 재물이나 금전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천자에 대해 제후로써 해야 할 직무의 정황을 진술하기 위해서이고

흙을 쌓아 경계를 만드는 것은 땅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수를 넘는 행동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제나라는 천자를 위한 동쪽의 번국이 되어

밖으로 숙신과 사사로이 왕래하여 나라를 떠나 국경을 건너고

바다를 넘어 사냥을 즐기는 행위는 제후로써 해야 할 도리가 아닙니다.

또 두 선생의 논쟁은 군신의 도리를 밝혀서 제후로써의 예의를 바로잡는데 힘쓰지 않고

헛되이 유렵의 즐거움이나 원유의 광대함과 같은 것으로 다투며

사치스러움으로 서로 이기려하고 황음함으로 서로 상대방을 뛰어넘으려고 하니

이것은 이름을 높여 영예를 얻는 행위가 아니라

군주의 명성을 폄하하고 자신의 이름을 훼손하는 일에 적합할 뿐입니다.

또한 초나라와 제나라 같은 조그만 나라에 어찌 이야기할만한 일이 있겠습니까?

선생들은 아직 저 거대하고 화려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유독 천자의 상림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단 말입니까?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곳부터 상림부(上林賦)이다.

 

ㅡ상림원의 동쪽에는 창오와 오른 쪽에는 서극이 있고

단수는 그 남쪽을

자연은 그 북쪽을 통과합니다.

패수와 산수의 수원과 강줄기는 모두 원내에 있고

위수와 경수는 원 밖에서 들어와 흐르다가 원 밖으로 나갑니다.

풍수.호수.요수.휼수등의 네 강은 뱀처럼 구불구불 상림원을 안을 돌다가

탕탕하게 8개의 지류로 나뉘어 흐릅니다.

서로 등지고 형태를 각기 달리하며 동서남북 종횡으로 내달리다가

산초나무가 자라는 언덕 사이의 계곡을 나와 모래섬의 물기슭을 흐르다가

계수나무 숲을 가로질러 이윽고 끝이 안 보이는 망망한 평원을 유유히 흐릅니다.

다시 강물은 세차게 흐르는 급류로 변하여 높은 구릉을 따라 밑으로 흘러 좁은 산구사이를 뚫고 나옵니다.

물결은 거석을 세차게 때리며 모래섬의 구불구불한 언덕을 거세게 휘돌아

성난 듯 끓어올라 힘차게 용솟음쳐 일렁이며 거대하고 세찬 물결이 되어 서로 부딪쳐 펑펑 소리를 냅니다.

옆으로 흘렀다가 거꾸로 선회하고 공중으로 솟구쳐 요란한 소리를 질러댑니다.

부풀어 오른 물결은 울퉁불퉁한 강언덕을 내리치며 굉음을 토해내어 대지를 진동시키고

높이 솟구친 파도는 방향을 바꾸어 구름처럼 말아 구불구불 맴돕니다.

그러다가 뒤에서 일어난 파도는 앞선 파도를 부수고 깊은 곳으로 흘러

세찬 급류가 되어 모래섬의 여울을 돌아갑니다.

바위를 세차게 부딪치고 제방을 때리다가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는데

그 앞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망망한 물결은 작은 섬을 휘돌아 좁은 산곡으로 들어가

물살은 점점 완만해지고 가늘어졌다가 갑자기 밑으로 떨어져 깊은 연못에 모여 큰물이 되어

쾅쾅 요란한 소리로 포효합니다.

다시 물살은 거대한 몸체를 뒤집으며 공중으로 뛰어올라 가마솥의 끓는 물처럼 끓어오르고

포말을 일으키면서 급하게 방향을 바꾸어 쏜살같이 치달아 그 멀고도 먼 곳을 길게 흘러

마침내 대호에 들어가서 형체도 없고 소리도 없이 영겁의 세계로 편안히 돌아갑니다.

그런 다음에는 끝도 없이 망망한 바다와 같은 호수를 서서히 선회하며 흐르면서

은빛의 섬광을 내뿜고 동쪽으로 치달아 태호로 들어가

다시 넘친 물은 흘러 작은 못이나 호수를 채웁니다.

이곳에는 교룡.적리.긍몽.점리.옹.용.건탁.우우.허.납.등의 수중 동물들이

지느러미를 흔들고 꼬리를 움직이며 비늘과 날개를 힘껏 떨쳐 일어나고

깊은 심연 속의 바위 아래에서는 물고기와 자라가 즐겁게 떠들며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명월과 주자는 강기슭에서 반짝이고

촉석.황연.수정.이 산처럼 쌓여 찬란하게 빛나고 다투듯이 광채를 뿜어내 물 가운데 쌓여 있습니다.

홍곡.숙보.가아.촉옥.교청.환목.번목.용거.침자.교.로 등 온갖 물새들이

물위로 떼지어 떠서 물결 따라 떠가고 바람 따라 떠돕니다.

파도와 함께 흔들리기도 하고 풀이 우거진 물가로 몰려가서는 물풀을 쪼아 먹고 연과 마름을 씹습니다. 

여기에 높이 치솟은 산이 있는데 산세가 험준하고 우람합니다.

깊고 깊은 밀림 속에는 거대한 나무가 자라고

험준하고 높은 산봉오리들은 들쑥날쑥하여 가지런하지 않습니다.

구종산과 절벽산은 높고 험준하며 종남산은 깎아지른 듯 가파릅니다.

위아래는 크고 가운데는 작은 시루솥처럼 생긴 모양과

세 발 달린 솥 모양을 닮은 암벽은 높고 가파르며 험준합니다.

냇물은 계곡으로 쏟아져 내렸다가 다시 골짜기를 지나 굽이굽이 흘러 시내를 이룹니다.

큰 입을 공허하게 벌리고 있는 크고 작은 언덕과

강 가운데에 떨어져 있는 섬들은 높고 험준하고 울퉁불퉁하여 평탄하지 않습니다.

경사가 진 산세는 밑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평평해집니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은 사방으로 흩어져 천천히 흘러 내려가다가 아주 넓고 평탄한 평야에 이릅니다. 

천리에 달하는 망망한 평원은 그 어느 곳도 평평하게 다듬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향기 좋은 초록색 혜초나 강리로 뒤덮여 있고

미무와 유이가 섞여 있으며

결루가 심어져 있고

여사도 모여 있으며

게거.형란.고본.사간.자강.양하.침등.약손.선지.황력.장모.청번 은

큰 못에 두루 자라거나 넓은 들에 가득합니다.

서로 이어져 넓게 퍼져 있으면서 바람 따라 쓰러져 흔들리며

여러 가지 향기가 피어나 사람의 마음속까지 스며들면서 이따금 풍겨 나옵니다.  

여기서 그 풍물의 사방을 널리 둘러보면 픙경은 끝이 없어 분별할 수 없고

망망하고 아득하여 눈이 부실뿐입니다.

어디가 시작인지 알 수 없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해는 동쪽 못에서 나와 서쪽 언덕으로 사라집니다.

그 남쪽에는 날씨가 따뜻하여 아주 추운 겨울에도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고 살아있는 물결은 일렁입니다.

짐승은 용.모.맥.리.침우.주미.적수.환제.궁기.상서 등이 살고 있습니다.

그 북쪽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얼고 땅이 갈라지므로 옷자락을 걷어들고 빙판 위를 걸어서 내를 건넙니다.

그곳의 짐승으로는 기린.각단.도도.낙타.공공.탄해.결제.여마.라마 등이 있습니다.

 

이궁과 별관이 산에 가득하고 골짜기에 걸쳐 있습니다.

회랑은 길게 사방으로 이어져 있고

2층으로 된 낭하는 굽이굽이 서로 이어져 있고

단청한 대들보와 옥으로 꾸민 서까래 끝 밑으로 임금의 수레가 다닐 수 있는 큰 길이 즐비하게 나 있습니다.

 

궁궐 주위로 길게 둘러져 있는 주랑은 아득하게 멀어 끝까지 가려면 반드시 하룻밤을 묵어야 합니다.

높은 산을 편편하게 깎아 집을 짓고 누대를 겹쳐 쌓아올려서 바위틈의 깊숙한 곳에 방을 꾸몄습니다.

그곳에서 아래쪽을 굽어보면 아득히 멀어서 보이는 것이 없고

우러러보면 대들보가 높아 하늘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유성은 궁궐의 작은 문을 지나가고 무지개가 난간에 길게 걸려 있습니다.

그 사이에 청룡은 동상으로 돌아나가고 상여는 서상에 서립니다.

영어는 고요한 집에서 쉬고 악전의 무리는 남쪽 처마 끝의 햇볕 속에 몸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감미로운 샘물은 깨끗한 방에서 솟구쳐 흐르고 밖에서 흘러들어온 물은 정원을 지납니다.

반석은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고 가지런하지 않은 작은 산을 닦고

높고 험준한 산봉우리를 정리하여 조각한 듯 기이한 모습의 암석을 보존시킵니다.

매괴와 벽림의 구슬들과 산호가 떨기를 이루어 수북하게 나 있고

민옥과 문석에는 무늬와 줄이 있으며

적옥은 아롱진 무늬를 띠고 그 사이에 섞여 있습니다.

수수.완염.화씨벽 이 이곳에서 나옵니다. 

여름에는 노귤이 익고 황감.등주.비파.소조.산리.후박.영조.양매.앵도.포도.은부.울체.답몽.여지 등

온갖 과일들이 후궁에 가득 열려 북쪽 동산에까지 이어져 있고 언덕에 뻗혀 넓은 들로 내려갑니다.

푸른 나뭇잎과 붉은 줄기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고

성난 듯 피어난 붉은 꽃의 꽃봉오리는 광활한 들녘을 밝게 비춥니다.

사당.역저.화범.엄로.유락.서여.인빈.병려.참단.목란.예장.여정 과 같은 진기한나무들은

키가 큰 것은 천 길이나 되고 굵은 것은 아름드리입니다.

가지는 곧게 뻗어 시원스러우며 열매와 잎은 크고 무성합니다.

나무들은 한곳에 모여 있거나 서로 어우러져 의지하고 있고

구불구불 서리고 뒤섞여서 헝클어져 있습니다.

혹은 꼿꼿하게 혹은 비스듬하게 혹은 축축하게 휘어진 가지 사이로 꽃잎이 떨어져 나부끼고

무성한 나무는 바람을 따라 산들산들 흔들립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를 흔들 때 내는 빠른 소리는 종경의 소리나 피리 소리를 듣는 듯합니다.

빽빽이 들어선 수많은 나무들은 일정하지 않은 크기로 후궁을 빙 둘러싸고 자라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뒤섞여 겹쳐 있는가 하면 산을 뒤덮고 골짜기를 수놓으며 언덕을 따라 내려가

습한 지역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것을 보려면 끝이 없고 자세하게 관찰하려 해도 끝이 없습니다.

 

현원.소자.유.획.비류.질.조.구유.점호.각.궤 들은 모두 그 사이에서 살면서

길게 울부짖기도 하고 애달프게 울기도 하며

민첩한 행동으로 서로 오가기도 하고 나뭇가지에서 놀거나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서 살고 있습니다.

짐승들은 끊어진 다리를 뛰어넘어 숲을 달려 지나가

늘어진 가지를 붙잡고 나뭇가지 드문 곳으로 훌쩍 건너뛰고 어지럽게 흩어져 먼 데로 이동합니다.

이러한 곳이 수천 수백 군데나 됩니다.

즐거이 유람하고 오가면서 궁궐에서 자고 별관에서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요리사를 먼 곳에서 데려올 필요가 없고 후궁을 찾아 데려올 일도 없으며

문무백관까지 다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로 접어들면 천자는 목책을 만들어 놓고 사냥을 합니다.

상아로 꾸민 수레를 타고 구슬로 장식한 준마 여섯 마리를 세우고

오색찬란한 무지개 같은 깃발을 날리고 용과 호랑이로 운기를 상징한 깃발을 나부낍니다.

혁거는 앞에서 끌고 도거와 유거는 뒤를 따릅니다.

손숙이 고삐를 잡고 위공을 참승으로 삼아

좌우 종횡으로 호위하며 병사들이 사방의 목책으로 나아갑니다.

북을 울려 행차를 엄중히 하고 사냥꾼을 내보냅니다.

장강과 황하를 막아서 짐승을 가두고 태산을 망루로 삼고

수레와 말은 우레처럼 일어나서 하늘을 흔들고 땅을 움직이며 흩어져 쫓아갑니다.

사냥하는 사람들이 길게 이어져 언덕을 타고 못까지 흘러내려가는 것은

마치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비가 땅으로 쏟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어서 비와 표를 산채로 잡고 승냥이와 이리를 두들겨 잡으며

곰과 큰 곰을 손으로 잡으며 산양을 발로 차서 죽입니다.

갈새의 꼬리로 장식한 모자를 쓰고 백호의 가죽으로 만든 바지를 입고

야생마에 올라타 가파른 언덕 위를 올랐다가 경사진 언덕을 짓쳐 내려가

험준한 지름길을 달려서 골짜기를 넘고 물을 건넙니다.

비렴을 방망이로 치고 해치를 사로잡아 희롱합니다.

하합을 두들겨 죽이며 맹씨를 창으로 찌르고 요뇨를 줄로 매어 붙들어 둔 후에

봉시를 활로 쏘아 맞춥니다.

화살을 헛되이 쏘지 않아 시위소리가 났는가 하면 어느새 짐승이 거꾸로 넘어져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천자의 수레는 깃대를 멈추고 배회합니다.

나는 듯이 오가면서 각 부대의 나아가고 물러남을 곁눈으로 바라보고 장수들이 지휘하는 모습을 살핍니다. 그런 다음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가 질풍같은 속도로 아득히 먼 곳까지 내달려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하늘 위를 날고 있던 새들은 놀라 흩어지고

교활한 짐승도 짓밟으며  흰 사슴을 깔아뭉개 죽이고 토끼를 잡는데

그 빠르기는 붉은 섬광을 앞질러 그 빛이 뒤에 남는 것 같습니다.

신기한 것을 쫓아 우주 밖으로 나가고 번약에 흰 깃이 달린 화살을 가득히 메워

효를 쏘고 비거를 치며 살찐 놈을 골라 화살을 겨누어 쏘는데

먼저 맞히기 전에 명중할 위치를 정하고 화살을 쏩니다.

화살이 활을 벗어나는 순간 짐승은 벌써 쓰러져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깃발을 달아 하늘로 나부끼게 하여 거센 바람을 견디고

허무를 타고 천상에 올라서 신선과 함께 노니는 기분으로

현학을 짓밟고 곤계의 행렬을 어지럽히며 공작과 란새를 쫓고 준의를 재촉하며

예조를 덮치고 봉황을 잡으며 원추를 잡고 초명를 덮칩니다. 

이윽고 더 나갈 길이 없는 곳까지 이르면 수레를 돌려 돌아옵니다.

마음 가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멀리 북쪽 끝으로 내려와 모입니다.

곧바로 가다가 다시 돌기도 하면서 석궐관.봉만관.모작관.노한관 을 차례로 지납니다.

계속해서 당리궁으로 내려와 의춘궁에서 쉬고

다시 서쪽의 의곡궁으로 달려가 우수의 못에 배를 띄워 노를 젓고

용대관으로 올라가 세류관에서 쉽니다.

사대부의 근면함과 지략을 관찰하고 사냥한 포획물이 얼마 만큼인지 살펴봅니다.

보졸과 수레가 유린하여 잡은 것과 기병이 갈아 부쳐 잡은 것

노역들이 발로 짓밟아 잡은 것들 및 그밖에 짐승이 기진맥진하여

놀라 엎드려 칼에 찔리지도 않고 죽은 것들 등이 뒤섞여

무수히 많아 구덩이는 넘쳐나고 골짜기는 가득하며 평지를 덮고 못을 메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사냥놀이에 싫증이 나면 호천대에 술상을 차려 놓고 넓은 방에 악기를 설치하게 합니다.

천 섬 무게의 큰 종을 치고 만 섬의 기둥을 세우며 비취 깃털로 꾸민 기를 꽂고

악어가죽으로 만든 북을 세우고 도당씨의 무악을 연주하고 갈천씨의 노래를 듣습니다.

천 사람이 노래하면 만 사람이 화답하니

산과 언덕이 그 소리에 진동하고 냇물과 골짜기는 그 때문에 일렁입니다.

파유의 춤과 송.채.회남 등의 가무와 우차곡.문성현 과 전현의 민가를

한꺼번에 연주하기도 하고 바꿔가며 연주하기도 합니다.

종과 고는 교대로 치는데

금석의 소리와 태고의 소리는 마음을 시원하게 확 뚫어주고 귀를 놀라게 합니다.

형.오.정.위 의 노랫소리와 소.호.무.상 의 음악과

주색에 빠지게 하는 음악인 속악과 언.영 의 음악이 어지럽게 뒤섞여 일어나며

격초와 결풍을 연주합니다.

배우와 난쟁이 그리고 적제의 명창이 있어서 귀와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기쁘게 해줍니다.

앞에는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뒤에는 아리따운 미녀들이 있습니다.  

저 청금.복비 와 같은 여인들은 절세미인으로 세속을 초월하여 아름답고 우아하며 정숙합니다.

짙은 화장과 곱게 꾸민 모습은 경쾌하고 곱고 가냘프고 부드러우며 섬세하고 나긋나긋합니다.

비단 치마 자락을 끌고 서 있는 모습은 아리땁고

기다란 옷매무새는 마치 그림 속의 선녀와 같으며

걸을 때마다 물결이 이는 아름다운 옷은 세속의 보통 옷과는 다릅니다.

짙고 좋은 향기를 풍기며 가지런하고 빛나는 흰 이는 웃으면 더욱 선명합니다.

가늘고 긴 눈썹은 그린 것 같고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결은 곁눈질을 하는 듯합니다.

여자의 미색이 오고 남자의 혼백이 가서 서로 만나니 마음이 기울어 즐깁니다.

술자리는 무르익고 풍악이 한창 흥을 돋우면

천자는 갑자기 생각에 잠겨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듯 이렇게 말합니다. 

ㅡ아 ..이것은 지나친 사치로구나!

짐은 정치적인 일이 없고 한가로울 때 가을에는 사냥을 즐기면서 때때로 이곳에서 쉰다.

그렇지만 후세의 자손들이 사치와 화려함 속에 빠져들어

처음의 근검하고 순박한 데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될까 두렵다.

이것은 선조가 후손들을 위하여 업을 일으켜 전통으로 남긴 본래의 뜻이 아니다.ㅡ

그런 다음 천자는 드디어 술자리를 끝내고 사냥을 멈춘 뒤 유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ㅡ개간할 수 있는 땅은 모두 갈아 밭을 만들어 백성들을 돕도록 하시오.

담을 헐고 도랑을 메워서 산골의 백성들이 이곳으로 올수 있도록 하고

저수지에서 물고기를 기르되 백성들이 그것을 잡을 수 있게 하시오.

이궁과 별관을 비워 백성들을 궁궐의 하인으로 채우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창고의 곡식을 풀어 가난한 자를 구제하고 모자라는 것을 보충해 주시오.

과부와 홀아비를 돌봐주고 고아와 의지할 곳 없는 늙은이를 위로해 주시오.

황제의 은덕이 되는 명령을 내리고 형벌을 덜어 주고 제도를 고치고 옷 색깔을 바꾸고 역법을 고쳐

천하 백성들과 함께 다시 시작하도록 하시오.ㅡ

 

그런 다음 황제는 길일을 가려서 재계한 뒤 예복을 입고

육두 마차를 타고 비취 깃발을 세우고 방울을 울리면서 육예의 동산에서 놀면서

인의 의 길로 달리며<춘추>의 숲을 돌아봅니다.

이어서 이수를 쏘고 추우를 아우르고 현학을 쏘고 간척을 세우고 운한을 꾸미게 하고

대아와 소아를 망라하고 벌단을 불러 슬퍼합니다.

악서의 시를 즐기고 예기의 동산에서 위엄 있는 태도를 닦고

상서의 밭에서 배회하면서 역경의 도를 서술합니다.

원 안의 기이한 짐승을 풀어주고 명당에 올라 태묘에 앉아서

신하들에게 정치의 득실을 마음껏 말하게 합니다.

마침내 사해 안에서 천자의 은혜를 입지 않는 자가 없게 됩니다.

이때에 천하의 백성들은 매우 기뻐하여 바람에 귀 기울이고 물의 흐름에 따라 교화되었으며

급히 도를 제창하면 의로 가까이 옮겨갔고 형벌은 있었지만 쓰이지 않습니다.

덕은 삼황보다 높고 공은 오제보다 많아졌습니다.

이와 같았기 때문에 사냥도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온종일 비바람에 몸을 맡기고 말을 달려서 몸과 마음을 수고롭게 하여 지치고

거마를 혹사시키며 정예 병사들의 사기를 손상시키고

창고의 재물을 말리며 은택과 은혜를 많이 베풀지 않으면서 일신의 향락만을 힘쓰고

백성들을 돌보지 않고 국가의 정사를 잊은 채 꿩과 토끼 등의 사냥만을 탐내는 행위는

어진 사람이 할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보면 제나라와 초나라의 일이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땅은 사방 천 리도 못되는데 원유가 900리나 됩니다.

이곳에서는 초목을 개간할 수도 없고 백성들은 농사를 지어 먹을 수도 없습니다.

한낱 작은 나라의 제후로서 만승의 천자조차도 사치로 여기는 것을 즐긴다면

나는 백성들이 그 해를 입을까 두렵습니다.ㅡ

 

그러자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안색을 바꾸고 멍하니 정신을 잃고 있다가 주춤주춤 자리를 물러나며 말했다.

 

"시골출신이라 고루해서 사양하고 겸손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가르침을 받았으니 삼가 명을 따르겠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와같은 <상림부>가 바쳐지자 황제는 몹시 기뻐하며 사마상여를 불러 즉시에 낭관으로 임명했다.

 

사마상여가 낭이 된지 여러해가 지났을때쯤 당몽이 야랑과 북 지방을 공략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파촉의 관리와 사졸 천여명을 징발했고

나중에 파.촉 두개의 군에서 당몽은 추가로 만여명을 군수물자의 조달에 충원했다.

 

그런데 당몽은 이 과정에서 군흥법을 적용하는 한편 그 지방의 수령을 죽인일이 있었기 때문에

파촉의 백성들은 크게 놀라고 두려워 하여 민심이 흔들렸다.

 

황제가 이 소식을 듣고 사마상여를 사자로 파견하여 당몽을 꾸짖는 한편

파촉의 백성들에게는 당몽의 소행이 천자의 뜻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렸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파와 촉의 태수들에게 고한다.

만이가 제 멋대로 발호한지 오래 되었으나 아직 토벌하지 못하고 있다.

수시로 한나라의 변경을 침범하여 사대부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에 새로이 즉위하신 폐하께서는 천하를 위무하여 보존하시고 중국을 안정시키셨다.

이어서 군사를 일으켜 북쪽으로는 흉노를 정벌하자 선우가 놀라 공포에 떨며 두 손을 공손히 마주잡고

신하가 되기를 자처하며 무릎을 꿇고 화친을 청했다.

강거와 서역의 여러 나라들은 통역을 바꿔가며 조현을 자청하여 들어와 머리를 조아리며 공물을 바쳤다.

이어서 군사를 곧바로 동쪽으로 이동시켰더니

동월을 침략했던 민월의 군주는 자신의 동생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계속해서 군사를 남월의 도성 파우로 진군시키자 남월왕은 태자를 입조시켰다.

남이의 군주들과 서북의 군장들은 언제나 공물 바치기를 감히 게을리하지 못하고

목을 길게 빼고 발꿈치를 들어서 물고기가 입을 위로 향하듯

모두 다투어 인의의 자리로 돌아와 한나라의 신하가 되기를 원했지만

요원하게 먼 길에 산천으로 가로막혀서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는 한나라에 들어올 수 없었다.

지금은 복종하지 않았던 자들은 모두 주살되었으나

선행을 행한 자들에게는 아직 상을 주어 포상하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중랑장 당몽을 보내 그들을 빈객으로써 대우하고

상을 주려고 파와 촉의 사졸과 백성 각각 500명을 징발하여 폐백을 받들게 하고

다른 한편 가는 도중 사자가 불의의 변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호위하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원래 병사들을 동원했다고는 하나 전쟁을 벌려 재난을 일으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들으니 당몽은 군법을 발동시켜 자제들을 놀라게 하고 두려움에 떨게 했으며

장로들을 근심하게 만들었다.

또한 사사로이 파와 촉 두 군에서도 마음대로 식량을 운송시켰다고 했다.

이러한 일들은 모두 폐하의 뜻이 아니다.

징발된 자들 중에는 도망친 자도 있고 자살한 자도 있다고 하니

이것 또한 남의 신하된 자의 도리가 아니다. 

저 변방과 접하고 있는 군의 군사들은 봉수가 올랐다는 소식을 들으면

모두 활을 잡고 짓쳐 달려가 병장기를 어께에 메고 뛰어다니며

땀에 뒤범벅이 되어 서로 부대에 속해 다른 사람보다 뒤지게 되는 일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예리하게 빛나는 칼날과 날아오는 화살을 무릅쓰는 일을 의로 여겨

자신을 돌보지 않고 몸을 돌려 달아나려는 생각조차 않으며

그들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노여움은 마치 자신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과 같다.

그들이라고 해서 어찌 호적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백성들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파와 촉의 백성들과 달리 다른 군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들은 계책이 깊고 멀리 내다보고 국가의 어려움을 가장 급한 일로 여기며

신하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일만을 기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부절을 쪼개어 봉읍을 주고

규 를 나눠 작위를 주어 오르게 한 지위는 통후에 이르게 되어

사는 집은 성의 동쪽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저택을 갖게 되고

마침내 빛나는 이름을 후세에 남기고 토지를 자손에게 전하게 된다.

하는 일은 매우 충성스럽고 공경스러우며 맡은 관직은 매우 편하고 한가로우며

명성은 끝없이 전해지고 공업은 드러나 사라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인과 군자는 간과 뇌를 중원의 땅에 바르고

기름과 피로 들풀을 적신다 해도 결코 물러나지 않는다.

그럼으로 지금 폐백을 등에 지고 가는 관리가 남이에 이르러서

즉시 자살하거나 달아나다가 목이 베인다면

자신이 죽은 뒤에 이름을 남길 수도 없으니 이런 경우를 일컬어ㅡ지극히 어리석다ㅡ라고 할 것이며

그 치욕은 부모에게까지 미쳐 천하의 웃음거리가 된다.

사람의 도량이 서로 다름이 어찌 이렇듯 크단 말인가?

그러나 이것은 그 혼자만의 죄는 아니다.

앞서 아버지와 형이 가르치지 않아 자제들의 행위가 신중하지 못했으며

백성들은 염치가 없고 스스로의 행동에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적어 풍속이 돈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형벌을 받아 주살되는 일은 또한 당연하지 않은가?

 

폐하께서는 사자와 관리가 저 당몽과 같지 않을까 걱정하고

또한 불초하고 어리석은 백성들이 그와 같이 행함을 슬퍼하신다.

그래서 사자에게 일러 군사들을 징발한 이유를 백성들에게 알려주고

나라에 충성을 바치기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고 도망간 죄를 꾸짖고

삼로나 효제에게는 백성들을 인도하여 깨우치지 못한 잘못을 책망하는 바다.

지금은 바야흐로 농사철이기는 하나 백성들을 다시 번거롭게 해야 겠다.

가까운 현의 백성들은 직접 볼 수 있으나

멀리 떨어져 계곡이나 산택에 있는 백성들에게는 널리 알릴 수 없을까 걱정되어서다.

이 격문이 당도하면 그 즉시 현내의 이족부락에 전하여 

모든 사람이 폐하의 뜻을 알게 하라.

결코 소흘함이 있으면 알 될 것이다.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마상여는 귀환하여 황제에게 경과를 소상히 보고했다.

 

한편 당몽은 이미 야랑을 공략해 교통을 열고 계속해서 서남이의 통로를 열기위해 파.촉.광한군의 사졸들을 징발했다.

수만명이 노역에 종사해 도로공사에 힘썼으나 2년이 지나도 도로는 개통되지 못했다.

사졸들은 수없이 죽거나 다쳤고 비용은 억만금을 헤아릴 지경이었다.

촉군의 백성이나 한실의 위정자들 중에서는 이 사업의 폐해를 거론하는자가 많았다.

 

당시에 공.작.염.방 등의 군장들은 남이가 한나라와 국교를 맺어 막대한 상을 받은것을 알고

한에 귀속되어 남이와 같은 대우를 받고자 하는 나라가 많았다.

황제가 이 문제에 대하여 사마상여에게 하문하자 그가 대답 하였다.

"공.작.염.방 은 촉군과 근접하여 있으며

그 길을 열기가 쉽습니다.

진나라때에도 이들과 교통하여 군.현으로 삼았습니다만

한 제국이 일어나면서 다시 교통이 두절 되었습니다.

다시 그들과 교통하여 군.현을 설치한다면 그 이익은 남이보다는 클 것입니다."

 

상여의 말을 옳게 여긴 황제는 그를 중랑장으로 임명하고 천자 사절의 증명인 신절을 주어

그들 나라로 사신가게 했다.

부사로는 왕연우.호충국.여월인 등이 따라갔다.

그들은 4두마차를 타고 파군.촉군의 관리의 힘을 빌어 뇌물을 서이에게 보냈다.

 

사마상여가 촉군에 당도하자 태수 이하 모두가 교외까지 출영나왔으며

현령이 쇠뇌를 등에지고 선도 했다.

이처럼 촉땅의 사람들은 사마상여를 맞이하는 일을 영광으로 생각했다.

 

탁왕손이나 임공의 유지들은 모두 사마상여의 문하들을 통해 쇠고기와 술을 바치며 그와 사귀려 했다.

탁왕손은 자기 딸을 너무 늦게 사마장경에게 시집보낸것을 후회하며

더욱 많은 재산을 나누어 주어 아들과 조금도 다름없이 대하였다.

 

사마상여는 즉시로 서이를 공략.평정했다.

공.작.염.방.사유 의 군장들은 모두 한의 신하가 되기를 청원했다.

그렇게 되자 변새의 모든 관문이 제거되고 새로운 곳에 다시 관문을 설치하여

한나라의 지배영역이 크게 확장 되었다.

서쪽으로는 매수와 약수에 이르렀고 남쪽으로는 장가강을 경계로 삼았으며

영관으로 통하는 길을 개척하고 손수에 다리를 놓아 공 의 수도로 통하게 하였다.

사마상여가 돌아와 황제에게 보고하니 황제가 몹시 기뻐 하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마상여가 촉땅에 있을때 대부분의 군장들은 서남이와 국교를 터봐야 별 이익이 없을것이라 주장했으며

한나라 조정의 대신들도 역시 부정적인 주장을 폈다.

 

사마상여는 황제에게 직접 간언하려다가

이 일들이 애초에 자신이 건의하여 벌어진 일이어서

직접 나서서 간하지는 못하고 글을 지어 올렸다.

 

그것은 촉군의 부로들이 의견을 진술하게 한후 자신이 그것을 힐난함으로서

황제를 풍간함과 동시에 사자로서의 의견을 말하고

황제의 뜻을 백성들에게 알리는 방식 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나라가 일어난 지 78년.

천자의 은덕은 6대에 걸쳐 흥성했고 위무는 성대하고 은혜는 깊었다.

모든 백성들을 촉촉이 적셔준 천자의 은덕은 단비처럼 차고 넘쳐

먼 이방의 나라에까지 양양하게 흘러 들어갔다.

그래서 황제가 바야흐로 명을 내려 사자를 보내 서쪽 변경을 정벌하게 하니

물이 흐르는 듯한 형세가 되어 순응하지 않는 자들을 물리쳐 마치 바람에 쓸려 쓰러지는 초목처럼 되었다.

그리하여 염을 조정에 귀의시키고 방을 복종시켰으며

작을 평정하고 공의 백성들을 어루만지며

사유를 공략하고 포만을 점령했다.

그리고 나서 사자는 수레를 동쪽으로 돌려 돌아와 천자에게 보고하려고 했다.

사자의 일행이 이윽고 촉도에 이르렀을 때 기로.대부 및

그 지역의 유력 인사 27명이 엄숙한 태도로 찾아와 인사를 올리고 말했다.  

"대체로 듣건대

천자가 이적을 통제하는 목적은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했습니다.

이제 삼군의 군사를 피로하게 하면서 야랑으로 가는 길을 열려고 한지 3년이 되었습니다만

사업은 완성되지 않았고 사졸들은 지치고 백성들은 견딜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서이와 교통하려고 하니

백성들은 지쳐 일을 마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사자와 관련된 일이라서 우리들은 남몰래 당신을 위하여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저 공.작.북 등의 이족들은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해 온 세월이 오래라

그 기록들조차 모두 명확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어진이도 덕으로써 그들을 교화하여 부르지 못했고

강한 자들은 무력으로써도 그들을 능히 병탄하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시면 그들을 설복하거나 병탄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아실 것입니다.

지금 조정은 양민들의 재물을 빼앗아 이적의 재산에 보태주면서

오히려 한나라에 의지하여 살고 있는 백성들의 생활을 피폐시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이적들을 받들려고 하니

비루한 시골뜨기의 천박하고 짧은 식견으로 어떻게 말씀드려야할지 알 수 없습니다." 

사자가 말했다. 

 

"어찌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여러분의 말과 틀림없다면

촉 땅의 백성들은 원래 자신들이 입고 있었던 만이의 옷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며

파 땅의 백성들 풍속도 중국의 풍속으로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사람도 여려분들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싫습니다.

더욱이 이 일은 중대하여 원래 밖에 있는 자가 볼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나는 급히 돌아가 보고해야 되므로 상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이제 대부들을 위하여 그 대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체로 세상에는 반드시 비범한 인물이 있은 뒤라야 비범한 일이 있고

비범한 일이 있은 뒤에라야 비범한 공이 있는 법입니다.

비범함이란 본래부터 평범한 것과는 다릅니다.

때문에 보통사람들은 비범한 일의 시초를 알기 어렵고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성공하면 천하가 비로소 편안해집니다.

 

옛날 홍수로 인하여 온 땅이 범람하자 백성들은 짐을 꾸려서 높은 곳과 낮은 곳을 오르내리면서

이사를 다니며 험난하게 살아 편안할 수 없었습니다.

하후씨가 이것을 걱정하여 마침내 홍수를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강을 트고 물길을 소통시켜 물이 차는 곳을 분산시킴으로써 재해를 줄였으며

하수의 물길을 동쪽으로 돌려 바다로 모이게 하니 천하가 영원히 편안해졌습니다.

그 당시 어찌 백성만 수고로웠겠습니까?

하후씨는 속으로는 번민하고 걱정했지만

몸소 노동을 하였으므로 몸이 말라 살집이 없어졌고 피부에는 털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의 아름다운 공적은 끝없이 드러나고 그 명성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어진 군주가 즉위하면 어찌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하며

문자에 얽매이고 습속에 매이고 구습을 따라 하며 그 시대의 의견을 듣는 것만을 좋아하겠습니까?

숭고하고 원대한 일을 생각하고 사업을 열어 법통을 세워 만세의 모범이 되려고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모든 나라를 포용하고 사방의 이적을 끌어안는 일에 힘써

대업을 천지와 나란히 하려고 합니다.

하물며〈시경〉에서

'넓은 하늘 아래 왕의 땅 아닌 곳 없고 온 땅 위에 왕의 신하 아닌 자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육합의 안과 팔방의 밖에까지 적신 후에 다시 넘쳐흘러

살아있는 생명체 중에서 하나라도 왕화의 은택을 받지 못한다면

현능한 군주는 그것을 부끄럽게 여깁니다.

그래서 지금은 나라의 경계 안의 땅에서 의관을 갖추고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아름다운 복을 받아 한 사람도 빠진 자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적은 풍속을 달리하는 나라인 데다가 멀리 떨어져 있으며

이민족의 땅이라서 배와 수레도 통하지 않고 인적도 드물며

정치와 교화가 아직 미치지 않았고 천자의 덕화(德化)도 미미합니다.

이들은 변경을 침입하여 의를 범하고 예를 침범하며

밖으로 나가서는 제멋대로 간사한 짓을 저질러 그들의 군주를 내쫓고 죽였습니다.

군주와 신하의 위치를 바꿔 놓고 높은 자와 낮은 자가 차례를 잃게 하고

아버지와 형은 죄 없이 형벌을 받고 어린이와 고아는 종이 되어 매여진 채 울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원을 원망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ㅡ대체로 들으니 중국에는 지극히 어진 분이 있어서

덕이 성대하고 은택은 널리 덮어 만물 가운데 제자리를 얻지 못한 것이 없다고 하는데

이제 어찌 우리만 버려두었는가?ㅡ

 

그들은 가문 날에 비를 기다리듯 발뒤꿈치를 치켜들어 중국을 사모하고 있습니다.

포악한 자도 여기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는데

하물며 성스러운 천자가 어찌 그대로 둘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북쪽으로 군대를 출동시켜 강한 오랑캐를 치고

남쪽으로 사자를 보내 굳센 월나라를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사방이 덕에 감화되었고

물고기가 물의 흐름을 따르듯 우러러보며

작호 받기를 원하는 서이와 남이의 군주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까닭에 말수와 약수에 관소를 두고 장가강을 경계로 삼았으며

영산을 뚫어서 길을 열고 손수의 원천에 다리를 놓았습니다.

도덕의 길을 세우고 인의의 전통을 드리워 은혜를 널리 베풀고

먼 곳의 백성들을 어루만져 소원한 자로 하여금 막히지 않게 하며

미개한 자들에게 광명의 빛을 얻게 함으로써

한편으로 군사들을 움직이지 않을 수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토벌을 그치게 하여 먼 곳과 가까운 곳이 하나가 되며

안과 밖을 안락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대체로 백성들을 어려움 속에서 구제하고

고상한 미덕을 받들어 말세의 쇠미한 형세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놓고

주나라의 끊어진 사업을 잇는 일이야말로 천자가 서둘러 해야 될 의무입니다.

설령 백성들을 수고롭게 할지라도 또 어찌 그칠 수 있겠습니까?

 

또 대체로 제왕의 일은 진실로 근심하고 부지런한 데서 시작하고

편안하고 즐거워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천자의 명을 받은 사자로써의 사명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천자께서는 태산에서 봉제를 올리고 양보산에서 선제를 올리며

수레의 방울을 울리고 음악과 송을 연주하여

위로는 오제와 같고 아래로는 삼왕과 같아지려 합니다.

곁에서 보는 자가 가르침을 보지 못하고 듣는 자가 소리를 듣지 못하는데

이것은 초명이 이미 하늘을 날고 있음에도 새그물을 치는 자와 같이

숲과 못을 들여다보고 있는 어리석은 행위와 같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이렇게 설파하자 촉의 여러 대부들은 망연자실하여 원래 생각하고 있던 바를 잊고

진언할 말도 모두 잊어 버려서 아무말도 못하고 길게 한숨만 쉴 뿐이었다.

 

그러다가 간신히 탄식하듯 말했다.

"참으로 한나라의 덕은 위대합니다.

바로 이것이야 말로 시골출신인 저희들이 듣고자 했던 말입니다.

백성들이 피로해 게을러 진다해도 저희들이 앞장서서 일을 돕겠습니다."

그런후 얼굴빛을 바꾼 촉의 부로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슬금슬금 작별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며 물러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떤자가 고발하기를 사마상여가 사신으로 갔을때 뇌물을 받은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사마상여는 벼슬을 잃었지만 한해 남짓쯤 지나 다시 부름을 받아 낭관으로 복직 되었다.

 

그는 말을 더듬었지만 글은 잘 지었다.

그는 소갈병을 앓고 있었다.

사마상여는 탁문군과 결혼하여 재물이 넉넉하였으므로 굳이 대신이되려하거나 한적은 없었다.

오히려 병을 핑계로 한가히 지내는것을 더 좋아했다.

 

한번은 황제를 수행해 장양궁으로 가서 수렵을 한적이 잇었다.

황제는 신바람이 나서 몸소 말을 달려 곰이나 산돼지 등의 짐승들을 쏘아대며 즐겼다.

그후 사마상여가 간언했다.

 

"신이 듣건대 만물에는 동류라 할지라도 그 능력은 달리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러므로 힘은 오획을 일컫고 날래게 질주하며 활을 잘 다루는데는 경기를 숭상하고

용감한 장사로는 맹분과 하육을 기대한다고 합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와 같은 정황은 사람뿐만 아니라 짐승에게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험준하고 가파른 곳에 올라 맹수 사냥을 즐겨하시고 계십니다.

그러다 아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폐하의 어가와 뒤따르는 수레를

날래고 사나운 맹수가 갑자기 난폭하게 범하기라도 한다면

수레의 끌채를 돌릴 틈도 없이 주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기예와 무술을 사용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변을 당할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흉노가 월인들의 수레바퀴 밑에서 나타나고

강인과 이족이 수레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경우와 같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오획과 봉몽과 같은 힘과 기예를 갖추고 있다 한들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며

마른 나무나 썩은 나무그루터기도 모두 화로 변하여 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만전을 기하여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렇게 위험한 곳은 천자가 마땅히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하물며 길을 깨끗이 소제하고 기준에 맞게 정비한 후에

불의의 사고를 대비히기 위해 수레를 길 한가운데로 몰고간다 해도

때때로 말의 재갈이 벗겨져 날뛰는 변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무성한 숲속을 지나 구릉을 달리면서

눈앞의 짐승을 쫓아가는 즐거움에 팔린 나머지 생각하지 못했던 변고에 대해 경계하는 마음이 없으니

그것이 바로 화로 변하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만승의 존귀하고 소중한 신분의 천자가 몸을 가볍게 여기시는 행동을 행하심은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만의 하나 위험한 길로 나가는 일을 즐거움으로 삼으신다면

신은 폐하를 위해 이런 일은 취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개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자는 일이 싹도 트기 전에 미리 알고

지혜가 있는 자는 위험이 나타나기 전에 피합니다.

재앙이란 본래 대부분 드러나지 않고 미묘한 곳에 숨어 있다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곳에서 나타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속담에도

ㅡ집에 천금을 쌓아 놓으면 그 집의 자식들은 마루 끝에 앉지 않는다.ㅡ라고 한 것입니다.

이 말은 하찮은 듯하나 큰일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이 점에 유의하시어 신의 마음을 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황제는 사마상여의 진언을 가상히 여기고 곧 받아들였다.

황제가 사냥을 중지하고 의춘궁을 지나갈때 사마상여는 황제에게 부 를 지어 바쳤다.

이는 진나라 이세황제의 과실을 슬퍼한 내용 이었다.

 

가파른 긴 언덕을 올라

층층이 높게 솟아 줄 지어 있는 궁전으로 들어서서

굽이진 강의 물가를 굽어보며

험준하고 들쑥날쑥한 남산을 바라본다.

높디높은 산은 공허하고 심대하며

확 트인 골짜기는 산간에 있다.

물의 흐름은 가볍고도 급하게 멀리 흘러가

평원의 넓고 평평한 연못으로 쏟아진다

온갖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의 울창한 그늘을 보고

많은 대나무 숲의 무성함을 본다.

동쪽으로는 토산(土山)으로 달려가고

북쪽으로는 옷을 걷고 돌 있는 여울물을 건넌다.

잠시 조용히 걸으면서 진이세의 유적을 살펴 조문한다.

 

몸가짐을 삼가지 않아

나라를 멸망으로 이르게 하고 자신은 권세를 잃었다.

그는 참언을 믿고 깨어 있지 못하여

종묘사직을 끊어 없어지게 하였다

아아 슬프도다 그는 품행이 좋지 못하였기에

무덤에 풀이 수북해도 돌보는 이가 없고

영혼은 돌아갈 곳 없고

제삿밥도 먹지 못한다.

아득히 세월이 멀리 흐를수록

더욱 더 황폐해져 암담해질 것이다.

정령은 의지할 곳 없이 저 높은 하늘로 날아올라

돌아오지 않으니 슬픈일이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마상여는 효문제의 능원을 관리하는 대신인 영 에 임명 되었다.

사마상여는 황제가 이미 자허부 를 크게 칭찬한바 있는데다가 

또 선인의 도 에 대해서도 흥미를 가지고 있는것을 알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상림의 부 가 그토록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더 아름다운것이 있는데 바로 대인의 부 입니다.

아직 끝을 못 맺었기로 환성하면 페하께 올리겠습니다. 

 

신선이란 산과 계곡 사이에 살면서 그 모습이 매우 수척할것이라고 생각하는것이 보통 이겠으나

사마상여는 제왕이 생각하는 신선이란 그렇지 않을것이라 생각하여

드디어 대인의 부 를 완성 했다.

 

ㅡ세상에 대인이 있어 중국에 살았다.

그의 저택은 만 리에 가득 찼건만

일찌기 잠시나마 머무를만 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각박하고 비좁은 세속을 비탄하며 훨휠 가볍게 날아가 머나먼 곳에서 노닐었다.

붉은색 깃발을 날리며 흰 무지개를 드리운 채 구름의 기운을 타고 하늘로 떠올라갔다.

황백의 긴 장대를 세우고 나는 깃발을 매달았으며 깃발 끝은 오색 빛깔을 늘어뜨려 꾸미고

혜성을 끌어당겨 깃발을 장식한 깃털로 삼았다.

깃발은 바람 따라 높이 나부끼고, 아리따운 자태로 흔들린다.

참.창을 베어 깃발을 매달고 깃발의 장대 위에 둥그런 무지개를 길게 엮어 도를 삼는다.

하늘에는 붉은 빛이 아득히 멀리퍼지나 암담하여

빛도 없고 바람처럼 솟아오르고 구름처럼 떠오른다.

날개 달린 응룡이 끄는 수레를 타고 적룡과 청룡을 부마로 삼아

오르내리는 모습이 매우 기운차다.

목을 꼿꼿이 세워 교만한 자세로 달리고 굽혔다가 우뚝 일어나 뛰는가 하면

똬리를 틀어 구불구불 감곤 한다.

머리를 끄덕끄덕 흔들며 목덜미를 길게 하고 앞으로 전진하며

때로는 방자하고 자유롭게 머리를 치켜드는 것이 가지런하지 않으며

재빨리 앞으로 나아갔다가는 뒤로 물러서며 눈을 움직이고 혀를 내민다.

쭉 위로 날아올라 좌우로 서로 따르고

여러 번 머리를 흔들고 달려서 서로 의지하여 뒤엉키고 이끌고 부른다.

땅을 밟고 내려섰는가 하면 훌쩍 날아오르고

날아올라서는 미친 듯이 달리고

나란히 날아가 서로 쫓곤 한다.

번개처럼 빠르고 갑자기 밝아지며 안개처럼 사라지고 구름처럼 흩어진다. 

비스듬히 동극을 건너 북극에 오르니 신선들과 서로 교유한다.

진인이 서로 만나 오른쪽으로 돌았다가 옆의 비천을 건너올라 정동으로 간다.

여러 신선들을 불러 뽑아 정하고 요광에 여러 신선들을 배치한다.

오제를 길잡이로 삼고 태일을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능양을 시종으로 따르게 하고 현명을 왼쪽에 함뢰를 오른쪽에

육리를 앞쪽에 휼황을 뒤따르게 한다.

선인 정백교를 부려 선문에서 일하게 하고

기백에게는 명하여 의방을 맡기고

축융에게 경호를 하도록 하여 나아가는 사람을 멈추게 하고

악기를 맑게 한 뒤에 나아간다.

나는 수레 만 승을 모아 오색구름으로 수레 덮개로 삼고 화려한 깃발을 바로 세운다.

구망에게 시종들을 인솔하게 하여 남쪽으로 가서 즐기려고 한다. 

숭산에서 당요를 찾아보고 우순을 구의로 찾아간다.

수레 행렬이 어지럽게 뒤섞이고 겹치고 서로 교차하여 이어져 나란히 달려가려고 하는데

서로 부딪쳐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차 앞으로 나갈 수 없더니

이제야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행렬이 움직인다.

잇달아 모여드는 모습이 마치 모아놓은 듯하고

넓게 퍼져 흩어지는 모습은 또한 광막하게 섞여 있는 듯하다.

뇌실의 우르르 쾅쾅하는 우레 소리는 들리는 곳으로 곧장 들어가고

귀곡은 울퉁불퉁한 곳을 빠져 나온다.

팔굉을 두루 보고 사황을 본 뒤에 떠나 구강을 건너고

오하를 넘어 염화산을 지나 약수에 배를 띄워 지나가고 작은 주를 건넌다.

사막을 건너 총령산에서 쉬며 물장난을 친다.

여와에게 비파를 타게 하고, 풍이에게 춤추게 한다.

때때로 아득히 어두워지고 그늘이라도 지면 병예를 불러 풍백을 벌주고 우사에게 형벌을 내린다.

서쪽으로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곤륜산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곧장 삼위산으로 달려간다.

창합을 밀어젖히고 천제의 궁궐로 들어가 옥녀를 태워 함께 돌아온다.

낭풍산에 올라 먼 곳에서 멈추니 마치 까마귀가 높이 날아오른 뒤 한 번 멈추어 쉬는 것과 같다.

음산을 낮게 돌아 완곡하게 날아올라 내가 지금 본 서왕모를 만난다.

하얀 머리에 옥장식한 꾸미개를 쓰고 동굴 속에서 살고 있는데

다행히도 세 발 달린 까마귀가 있어서 그녀를 위해 일한다.

반드시 영원히 살아 이와 같이 된다면 만대를 살아도 기뻐하기에는 부족하다. 

수레를 돌려 돌아오는 길에 부주산 옆으로 넘어 유도산에서 회식한다.

북방의 밤기운을 마시고 아침 이슬을 먹고 지초의 꽃잎을 씹고 경수의 꽃잎을 먹는다.

머리를 들어 서서히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천문의 거꾸로 달린 그림자를 뛰어오르듯 꿰뚫고 나가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을 건너

유거와 도거를 달려 길다란 길로 내려가며 안개를 뒤로 남긴 채 멀리 달려간다.

인간 세상을 비좁다고 여겨 깃발을 펼쳐들고 북극으로 나간다.

주둔한 기병은 현궐에 남겨두고 선구에게 한문에서 앞질러 가게 한다.

아래는 깊고 멀어서 땅이 보이지 않고 위는 넓고 넓어 하늘이 없다.

보려고 해도 눈이 아물거려 볼 수 없고 들을려 해도 귀가 황홀하여 들리는 것이 없다.

허무를 타고 올라 앞으로 나아가니 초연히 벗도 없이 홀로 남아 있다.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마상여가 대인의 송 을 바치자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구름위를 표연히 나는듯,천지간을 헤엄치는듯 하다'고 말 했다.

 

그후 사마상여는 병으로 관직에서 물러나 무릉에서 은거 했다.

 

어느날 황제는 문득 무슨 생각을 했는지 소총 이라는 자를 시켜 사마상여의 집으로 급히 가보도록 했다.

"상여의 병이 중태라 한다.

가서 그가 지은 책들을 모조리 가져오도록 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모두 없어지고 말것이다."

 

소총이 도착 해보니 사마상여는 이미 죽은 뒤였고

집에는 책이 남아있지 않았다.

 

소총은 사마상여의 처에게 책이 남아잇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장경께서는 한번도 저작을 보관한 적이 없습니다.

책을 저작 할때마다 사람들이 서로 다투어 와서 재빨리 챙겨 갔으니까요.

그러나 장경께서 사거 하시기 전에 꼭 한권의 저서를 남긴것이 있습니다.

장경께서 말씀 하시기를

'필시 황제의 사자가 올것이다.

와서 만일 저서를 달라고 하거든 이것을 드려라.'

라고 하셨습니다.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이것을 가져 가십시오."

 

사마상여의 유고는 봉선에 관한 것이었다.

소총이 가지고 가서 황제에게 바친 서책의 내용은 이러했다.

 

ㅡ상고 시대에 천지가 처음 열려 하늘이 백성을 낳은 이래

역대의 군주를 거쳐서 곧 진나라에 이르렀습니다.

가까운 시대의 군주들이 남긴 족적을 더듬어 살피고 먼 옛날의 유풍을 들어보면

예로부터 군주가 된 자는 많지만 이름이 묻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자는 이루 다 셀 수 없습니다.

순임금과 우임금의 뒤를 이어 밝고 큰 덕을 계승하여

생전의 이름과 사후의 시호를 후세에 높이 받들어 일컬을 만한 자는 대략 72명이 있습니다.

착한 행동을 따라하여 창성하지 않은 자는 없고 누구든지 이치를 거스르면 오래 존속할 수 없습니다. 

헌원씨 이전의 일은 시간이 오래되고 아득하여 그 자세한 상황을 들을 수 없으나

오제와 삼왕의 사적을 비롯하여 육경 등의 서적에 전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경에 말하기를

"원수는 현명하고 신하들은 선량하구나."

라고 하였는데

이것에 의하면

군주로는 당요보다 성대한 이가 없고 신하로는 후직보다 어진 이가 없습니다.

후직은 당에서 처음으로 공업을 세웠고 공류는 서융에서 공적을 드러내었습니다.

문왕이 제도를 고치자 주나라가 크게 융성하고 대도가 비로소 이루어졌습니다.

그 뒤로 점차 쇠미해져 천 년 동안 누린 뒤에야 비로소 멸망했습니다.

어찌 처음도 잘하고 끝도 잘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정한 업의 규범을 신중히 따르고 뒷 세대에는 교화를 지켜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나라의 사적은 평범하여 따르기 쉽고 은덕은 깊고 넓어 풍성하여

법도는 명백하여 본받기 쉽고 법통을 드리우는 것이 이치를 따랐기 때문에 계승하기 쉬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왕업은 성왕때에 이루어졌고 공적은 주나라의 문왕과 무왕이 으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처음과 끝을 살펴보면 특별히 상식을 뛰어넘는 사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으므로

지금의 한나라와 비교됩니다.

그렇지만 주나라 사람들은 양보산과 태산에 올라 봉선하여

영광스러운 봉호를 세우고 높은 명성을 베풀었습니다.

위대한 한나라의 은덕은 수원처럼 솟구쳐 올라 널리 사방에 미칩니다.

그것은 구름처럼 퍼지고 안개처럼 흩어져서

위로는 구천까지 뻗치고 아래로는 팔방의 극까지 흘러들어 갑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천자의 은택에 젖어 윤택해지고

화창한 기운은 옆으로 흘러넘치고 당당한 절조는 질풍처럼 멀리 갑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은 그 은택의 근원에서 놀고

먼 곳에 사는 사람은 그 은택의 끝에서 헤엄치는 것 같습니다.

엄청난 악을 지은 자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어리석은 자는 지혜를 얻었습니다.

곤충과 같은 미물까지도 화락하여 모두 머리를 안쪽으로 돌려 천자의 은택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 뒤에 추우와같은 상서로운 짐승을 동산에서 기르고, 미록과 같은 기이한 짐승을 잡습니다.

한 줄기에서 여섯 이삭이 달린 벼를 푸줏간에서 가려서 종묘에 바치고

뿔이 한쪽에 쌍으로 돋아난 백린을 희생으로 종묘에 제사지내며

주나라 때 남긴 구정(九鼎)을 얻고 놓아 주었던 거북이를 기수에서 잡습니다.

취황색 용을 못에서 부르고 신마를 시켜 영어를 만나 한가로운 관사에서 빈객으로 머물게 합니다.

기이하고 웅장한 물건의 다양한 변화는 이보다 더할 수 없습니다.

삼가 받들어야 할 일입니다. 

상서로운 조짐이 여기에 이르렀건만 오히려 덕망이 엷다고 생각하며

감히 봉선에 관한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주무왕이 은나라의 주왕을 칠 때 백어가 튀어 올라 배 안으로 떨어진 일을 두고

상서로운 좋은 조짐이라고 하여 구워서 하늘에 제사 지냈습니다.

이와 같은 작은 일을 징험이라고 하여 태산에 올라가 봉선하였으니 또한 부끄럽지 않습니까?

주나라의 앞섬과 한나라의 겸양의 도리가 아마도 어째서 이렇게 다릅니까?ㅡ

이에 대사마(大司馬)가 진언하여 이렇게 말했다. 

ㅡ폐하께서는 어짊으로써 천하의 백성들을 기르시고

도의로써 종속되려 하지 않는 자를 정벌하셨습니다.

중국 안의 제후들은 기꺼이 공물을 받들고 모든 만이들은 폐백을 가지고와 바쳤습니다.

덕은 상고 시대의 제왕과 비견되고 공은 함께할만한 자가 없으며

아름다운 공적은 두루 미치지 않는 데가 없고 상서로운 조짐은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여 나타나고

시기를 따라 계속 이어지고 유독 처음 나타난 것은 없습니다.

 

생각건대 이것은 태산과 양보산에 제단을 설치하여 폐하께서 오셔서 지난날의 영광에 비유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체로 이름을 세워 영광을 드러내게 하려는 것입니다.

즉 하늘이 은혜를 내려 복을 쌓고 제사를 지내 성공을 아뢰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폐하께서는 겸양하여 출발하지 않으십니다.

그것은 지기.천신.산악신 의 환심을 끊고 왕도의 예의를 잃는 행위로써

여러 신하들은 부끄러워합니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하늘의 뜻은 어두워서 말을 하지 않고 상서로운 징조로서 그 뜻을 나타낸다.

상서로운 징조가 있으면 사양할 수 없다.'

고 했습니다.

만일 이것을 사양한다면 그것은 옛날부터 태산에는 기를 세울 기회가 없었을 것이고

양보산도 제사를 받을 가능성이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각각 때에 따라 한때의 영화를 다하고 그 세상을 지나는 데 그쳤을 뿐이라면

뒷세상에서 이야기하는 자가 어떻게 72명의 군주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대체로 덕을 닦은 이에게 부서를 주며 그것을 받들어 봉선을 행하는 일은 예의를 벗어난 행위가 아닙니다.

때문에 성왕께서는 봉선의 예를 폐하지 않고 예를 닦아 자기를 공경하고 정성을 다하여 천신을 기다리며

중악에 공을 새겨서 지존한 신분임을 드러내고 성덕을 서술하여 영광스러운 이름을 나타내며

두터운 복을 받음으로써 모든 사람이 은혜를 입도록 했습니다.

얼마나 빛나고 성대한 일입니까?

이것은 천하의 장관이며 왕자의 위대한 사업이니 가볍게 여길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이 일을 완성하십시오.

그렇게 한 뒤에 유학자들의 학술과 책략을 빌려서

일월의 찬란한 빛을 우러르는 것처럼 그것으로써 관직을 지키고 일을 처리하게 하며

또 아울러 그 의를 바르게 처리하도록 하고 그 글을 교감하여 춘추와 같은 경서를 짓게 하십시오.

그래서 종래의 육경을 칠경이 되게 하고 후세에 길이 전하여 만세에 걸쳐 맑게 흐르도록 하여

그 미묘한 여파를 높이고 아름다운 명성을 진동시키고 풍성한 재능을 진동시킬 수 있도록 하십시오.

옛날의 성왕들이 길이 큰 명성을 보전하여 언제나 으뜸으로 칭송되는 까닭은

이러한 도를 실천하였기 때문입니다.

마땅히 장고에게 명하여 봉선의 의미를 모두 아뢰게 하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러한 사마상여의 글을 읽은 황제는 감동하여 몸가짐을 고친후 이렇게 말했다.

 

"옳은 말이오,

짐이 기필코 이를 한번 시험 하겠소."

 

황제는 심사숙고 후에 공경대신의 의견을 종합하고 봉선에 관한 일들을 자문했다.

그래서 천자의 은택이 크고도 넓다는것을 시로 읊게 했다.

또한 상서로운 징조가 너무도 많다는 사실도 널리 알리게 했다.

 

조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송가를 만들었다.

 

나의 하늘과 같은 덕이 만민을 덮으니 구름이 유유히 떠다닌다.

감로와 단비가 저 대지를 충분히 적셔 주고

영양가 있는 유액이 땅에 깊숙이 스며드니 어떤

생물인들 자라지 않으리?

아름다운 곡식은 한 줄기에 여석 이삭이 달리니 어찌 수확이 쌓이지 않으리? 

비를 내려 적셔 줄 뿐만 아니라 또 만물을 윤택하게 하네

윤택하게 할 뿐만 아니라 널리 퍼지게 하네

만물이 기뻐하며 그리워서 사모하네

봉선을 행할 명산을 분명히 나타내며

우리 군주께서 오시기를 바라네

군주여!군주여!어찌하여 봉선하러 나가지 않으십니까

아름다운 무늬의 짐승이 우리 군주의 동산에서 즐기네

흰 바탕에 검은 무늬의 모습 아름답구나

그 화목한 모습이 바로 군자의 태도로구나

일찍이 그 짐승이 있다고 들었으나 이제야 나타난 것을 보네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지만 하늘에서 내린 상서로운 조짐이라네

이 짐승은 순임금 때 나타났고 그로 인하여 우씨가 일어났네

살찐 기린이 저 제단의 뜰에서 노니네

10월 한겨울에 우리 군주가 교사를 지낼 때

저 기린이 우리 군주의 수레 앞으로 달려오자

우리 군주는 그것으로 제사를 지냈네

삼대 이전에는 일찍이 이러한 상서로운 조짐이 없었네

굽혔다 폈다 하는 황룡이 지극한 덕에 감동하여 날아오르니

그 채색이 찬란하게 빛나네

진정한 용 모습을 백성들에게 보여 깨우쳐 주셨네

고서에도 육룡을 타고 하늘에 오른다고 하였네

용은 천명을 받은 자가 타는 것이고

천명은 조짐으로써만 받을 뿐 말하지 않고

사물에 기탁하여 태산에 봉선할 것을 군주에게 알려주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육경을 펼쳐보니 하늘과 사람이 서로 합치되고

위와 아래가 서로 상서로움을 나타내어 성스런 천자의 덕망을 찬양하는데도

성스런 천자는 언제나 스스로의 부덕함을 두려워하고 삼가하고 있는것이다.

그러므로'일어날 때는 반드시 쇠락할 것을 염려하고 편안할 때는 반드시 위태롭게 될 때를 생각하라.'

고 말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상탕과 주무왕은 지극히 존엄한 지위에 있으면서도 존경하고 삼가함을 잃지 않았으며

순임금은 큰 법칙을 밝혀서 언제나 스스로 되돌아보고 자신의 잘못을 살폈으니

이런 일들은 좋은 본보기가 될것이다.

 

사마상여가 죽은지 5년 뒤에 황제는 처음으로 후토에 제사 지내고

8년 후에는 드디어 중악에서 배례 했으며

태산에서 봉 하였고 양보산에 이르러 선의 예를 거행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마상여의 기타저서에는

<유평릉후서>.<여오공자상난초목서> 등이 있는데 이곳에는 채록하지 않았다.

다만 공경들 사이에서 유명한 글만 골라 실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글의 말미에 사마천은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춘추>는 밖으로 드러난 사실을 추론해 뒤에 숨은 심오한 의의를 발견하게 되고

<역경>은 뒤에 숨어있는 심오한 원리에 의해 인생의 명백한 사실을 지적하고

<시경>의 대아편은 왕공.대인의 덕을 칭송해 그 덕이 만민에게 미치는것을 말하고

소아편은 비천한 인물의 행위.득실을 비난하면서

그것으로 위에있는 위정자들에게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춘추>.<역경>이 말하는 외관은 각각 다르더라도 덕으로 귀착되는 점은 다를바가 없다.

사마상여에게는 공허하게 과장되고 무의미한 설명이 많다는 흠이 있지만

요는 금검.절약 으로 귀착된다.

이는 <시경>의 풍간 과 다를바 없다.

 

나는 사마상여의 언사 중에서 논할만한 가치가 있는것만을 가려 본편에 서술 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상으로 사마상여 열전을 모두 알아 보았다.

 

간략한 사마상여의 생애와 함께 그의 저술들,

즉 자허부.상림부와 대인부 등에 대해 살펴 보았다.

 

사마상여는 빼어난 문장으로 천하를 풍자하고 황제를 풍간했으니

요즈음으로 치자면 절세의 시사 논평가라 할수도 있겠다.

 

또한 봉선의 유래를 황제에게 설명하여

한무제가 태산과 양보산에 봉선의 제사를 올리도록 한것은 천자의 권위를 높이 세움은 물론이며

무제의 치적과 천하가 태평성대임을 사방에 널리 선양한일로

한나라와 무제의 입장에서는 사마상여가 지극히 높은 공로를 세웠다 할수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마상여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무엇은 어쩌고 무엇은 저쩌고 하는 설명의 나열이 참으로 많다.

이 글을 쓰는 필자로서도 그것들이 모두 무엇을 말하는지 전부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사마상여가 나열한 것들은 대개 진귀한 보물이나 희귀하고 상서로운 짐승들이니

그는 이러한 것들을 어찌 다 알았을지 궁금하다.

또 그 넓은 대륙의 산천의 이름이나 지명들은 어떻게 그리도 상세하게 일수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이러한것들을 잘 아는이들로는 공구나 관중등이 있었는데

이러한 성인의 반열에 있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러한 지식을 독서에서 얻은것이 대부분이라 하였으니

예나 지금이나 독서의 중요함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으려니와

그렇다면 공구나 관중등이 읽은 그 책들을 지은사람들은

또 어찌 그러한것들을 알았던가 하는 의구심마저 지울수는 없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마상여는 뛰어난 사부를 지은것 이외에도

최근에 중국의 드라마에 소재로 사용될만큼 유명한 사랑이야기까지 남겼다.

상여와 문군의 러브스토리는 아름다운 신화가 되어 중국인들의 기억에 2천여년간 남아 전해졌으니

이 또한 인연의 기이함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상여가 왕길의 소개로 탁왕손의 집에 간것부터가

작전에 의해 부잣집딸에게 접근하려는 시도였다고 하는이들도 있으니

어느것이 사실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으나

필자는 그저 아름다운 로맨스로 기억하는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