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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글쓴이가 예시에 카카, 토레스를 든것에 반발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맞는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뭐 신체능력 저하가 폼 저하로 이어진다는건 당연하지만 카카와 토레스가 이정도 까지 추락한 이유는 그들의 기본기 부족으로 인해서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복합적인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를 꼽는다면. 참고로 여기서 기본기가 후달린다는게 이 선수들의 기본기가 평균 이하라는 소리가 아니라(특히 카카는) 소위말하는 당대 최고급 클래스의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신체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그들의 클래스를 유지하기에는 부족했던 테크닉을 가지고 있던 선수들이었다는 소리.
우선 개인적으로 카카와 토레스 사이에서도 꽤나 클래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토레스 부터 시작하자면. 토레스는 애초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부터 기술이 좋다는 평을 듣는 선수는 아니였습니다. 엘 니뇨라고 불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기대주이긴 했지만, 경기력과 볼터치에 기복이 있던 선수였으며, 투박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선 최전성기인 리버풀 시절에서도 부족했던건 마찬가지구요. 토레스의 장점이라고 하면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수비라인의 뒷공간을 작살내는 움직임과 타고난 골센스였죠. 연계가 많이 부족한 선수는 아니였지만, 반대로 연계가 장점이였던 선수도 아니였고, 드리블같은 온더볼 상황보다 오프더볼 움직임이 더 눈에 띄던 선수였습니다. 물론, 타고난 센스란게 있던 선수라서, 최소한의 순간적인 발재간으로 어떻게 상대 수비수를 따돌릴수 있는지 아는 선수이긴 했습니다. 다만 그 타고난 순간 테크닉이 토레스를 '기본기가 탄탄한' 공격수로 만들어주진 않습니다. 토레스가 펄펄 날던 시절에 바르셀로나와 강하게 링크가 난 적이 있는데 바르셀로나팬들의 토레스의 영입을 상당히 반대하던 것도 이런 이유였죠. 토레스의 기본기가 바르셀로나에 요구하는 그것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거든요. 무릎 부상으로 더 이상 예전만큼의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토레스는 리버풀 마지막 시즌부터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장기가 사라진 토레스에게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고 골을 득점할만한 다른 무기가 있던게 아니였으니까요.
타 공격수들과 비교하면 왜 토레스가 이런 내리막 길을 걸었는지 더 잘 알수 있는데 좋은 예가 앙리, 에투, 비야입니다. 에투같은 경우, 토레스의 상위호환이라고 볼 수있는데 에투의 장점 역시 동물적인 움직임과 골감각이였거든요. 역시 연계가 후달리는 선수는 아니였지만 그것이 장점이였던 선수도 아니죠. 그렇기에 펩이 이브라히모비치를 그토록 원했던 거고. 다만 에투의 연계 능력과 기본기는 토레스와 비교하긴 미안한 수준으로 훨씬 뛰어났던 선수입니다. 그것 만이 아니라 측면에서 윙포워드로서도 크게 부족함이 없었고, 본 롤인 골게터가 아닌 궂은 일을 하는 하드 워커로서 메씨와 인테르의 밀리토를 받혀주는 역할도 무리없이 소화했던 선수였죠. 앙리 역시 신체능력이 상당한 비중을 차치하던 선수이긴 했지만, 전술 이해도가 바르셀로나 공격수들중 손에 꼽을만큼 훌륭했고, 테크닉 역시 역대 선수들과 비교해봐도 탑에서 놀만한 탄탄한 기본기를 가지고 있던 선수였죠. 전성기가 다 지난 08/09 시즌에도 바르셀로나 트레블의 주역중 하나였던 이유입니다. 같은 스페인 공격수인 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능력과 신체조건이 토레스에 비해 떨어지는 비야가 토레스보다 오래동안 클래스를 유지한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윙포워드 역할에서도 잘할만큼 한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았고 훌륭한 기본기가 있던 선수였거든요. 하지만 토레스에게 그 정도 기본기가 있던것이 아니였거든요. 물론 오프더볼이 원체 장점이였던 만큼 첼시시절에서도 움직임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신체능력이 하락한만큼 머리와 본능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하는데 토레스에겐 그만한 옵션이 있지 않았죠.
카카 역시 마찬가집니다. 다만 카카는 토레스보다 더 위 클래스라고 보고있고, 이른 나이에 진만큼 이른나이에 활짝 폈기에 전성기가 짧았던 선수도 아니죠. 6시즌정도는 당대 정상급 폼이였고, 그 중 2시즌 정도는 최고였죠. 하여튼, 카카 역시 기본기와 볼다루는 기술이 역대 플레이메이커들과 비교했을때 꿀리지 않는다 라고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물론 전성기 당시 결점을 찾아보기 힘든 선수였습니다. 다만 플레이가 정교하고 세밀한 테크닉을 앞세운 플레이하고는 거리가 멀었고, 장점이라고 하면 역대 어느 선수를 갔다놔도 꿀리지 않을만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스피드를 앞세운 시원한 드리블과 골감각으로 자기 자신이 직접 전진해 상대 수비를 부수거나 (스피드 차제가 역대급이다 보니), 시야가 좋아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일타일격의 킬패스로 밀란의 찬스 메이킹을 주도한 선수였죠. 다만 탈압박과 볼전진이 좋다고 테크닉이 특출난것이 아니며, 패스를 잘한다고 찬스메이킹 능력이 뛰어나다고 경기 리딩이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카카의 탈압박-드리블 능력은 그의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토대로 나오는 것이였고 그 장기였던 스피드가 죽어버리면 애초에 테크닉이 큰 강점이 아니였던 선수니 상대 압박에 죽을 쑬수밖에요. 보통 이렇게 피지컬이 하락한 플레이메이커들 혹은 압박을 벗어날 기술이 후달리는 선수들은 본위치에서 후방으로 내려옵니다. 그 선수들은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이해는 하는데 몸이 안따라 주는거거든요. 그러니 상대 압박이 비교적 헐거운 후방에 위치해 경기를 풀어나갑니다. 좋은 예로 피를로나 제라드가 있습니다. 문제는 카카가 그런 유형의 선수가 아니라는거죠. 분명 찬스메이킹 능력은 역대에 꼽아봐도 손색이 없는데 팀의 공격 방향을 정하고 템포를 조절하는 빌드업 리더는 아니였거든요 (제라드도 그런 선수는 아니였는데 용케도 진화함). 밀란에서 그 역할을 주도하던 선수는 피를로였습니다. 밀란의 중원은 후방에서 빌드업 리딩을 주도 하는 피를로, 다이아몬드의 꼭지점에서 찬스메이킹을 주도하는 카카, 이 둘을 보호하기 위해 볼탈취 역할을 맡은 가투소, 그리고 전후방을 오가며 3명을 보조해주는 시도르프로 구성되어있었죠. 문제는 카카가 신체능력의 하락으로 인해 전방의 강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면 밑으로 내려오면 되는데 카카가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에게 요구되는 빌드업리딩, 템포조절과는 거리가 먼 선수이죠. 그렇다면 죽이되나 밥이되나 공미자리에 박고 써먹어야하는데 얘가 스피드가 죽어서 탈압박이 안되니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거죠.
챠비나 지단이 위대한 플레이메이커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팀의 공격방향을 정하고 경기의 템포를 조절하며, 팀의 공격작업의 질서를 잡아주는 빌드업 리딩과 킬패스로 상대 라인을 무너뜨려 아군 공격수들에게 찬스를 열어주는 찬스메이킹이 동시에 되는 선수들이거든요. 그러니 카카나 과거의 제라드가 피를로와 알론소를 필요했던것처럼 보조 컨트롤 타워가 없어도 되며, 덤으로 역대에 꼽아도 손색이 없는 볼 다루는 기술이 좋아,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상대의 압박을 벗어나 전진할수 있기 때문에 피를로나 알론소처럼 후방 깁숙이 위치하지 않아도 되죠. 반대로 스네이더 같은 선수가 쓰임새에 한계가 있는것도 같은 이유겠죠. 걘 그게 안되니깐.
물론 카카와 토레스는 전성기 시절에 그 자체로도 훌륭했던 선수들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선수이고요. 다만 탄탄한 기본기보다는 순간적인 센스와 탁월한 운동능력이 더 빛나던 선수였다는것은 부정 못합니다. 그들의 장점을 살려서 한때 정점에 혹은 그에 가까운 위치에 선 선수이고, 그것이 절대 잘못된것이 아니지만, 그들에게 다른 옵션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락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들이 기본기가 훌륭한 선수였다면 정상의 자리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무대에서 나름대로의 모습은 보여줄수 있었겠죠. 자기관리 실패와 피지컬 하락으로 폭망한 호나우지뉴가 세리에 어시왕을 먹고 브라질리그 탑급 미드필더로 활약한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