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 긴 얘기쓰면 잘 읽지않을걸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해서 써봐요.
여기는 강원도 춘천의 한적한 시골이고 저희집은 장사를 하는데 집에서 키우는강아지 한마리, 자유롭게 키우는 강아지 한마리가 있습니다.
집안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말그대로 애완견이고,
나머지 한마리는 다들 말하는 똥강아지 인데.. 동네 파출소에서 받아다가 키우고 있어요.
이놈 (수컷입니다) 형제가 몇마리 있었는데, 시골길이다보니 워낙 쌩쌩 달리는 차들에 다 치여서.. 로드킬당해 죽었어요..
그래서 강아지 좋아하는 저희 부모님이 보다보다 맘이 아파서, 남은 한마리라도 최소한 로드킬당하지는 않게 해야겠다.
해서 1년전쯤에 저희집에 데려다 키우고 있습니다.
장사하다보니 강아지 키우고, 신경쓸 형편이 아니지만 ... 그만큼 강아지들 목숨 자체가 걸린 일이었기 때문에
키우자고 부모님을 한참을 설득했고, 그래서 부모님도 허락하셨던 건데요.
똥강아지지만, 그 머리 좋다는 푸들 (집안에서 키우는 애완견) 보다도 훨씬 영특하고 머리가 좋았습니다.
바로 집앞에있는 찻길에서 좌우를 살피고 길을 건넜으니까요. (시골이라 그런지 차가 없어서 차들이 엄청 쌩쌩달립니다.)
이놈이 워낙에 동네 여기저기를 다녀서 처음에는 제가 부모님한테 묶어놔라. 저러다 쟤도 로드킬당하면 어쩌냐 하고 설득했지만,
부모님 하시는 말씀이.. 쟤는 묶어놓으면 똥오줌을 안싼다고 합디다 ㅠㅠ...
교육시킨적도 없는데, 항상 똥오줌을 집안이 아닌 밖에 나가서 싸고 왔어요. 그러다 보니 묶어놓을수가 없었구요.
시간이 한참 지나서, 아 이놈이 워낙 똑똑하니.. 로드킬에 대한 걱정은 안하도 되겠다. 라는 확신아닌 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습니다.
강아지를 상대로 확신한다는게 참 웃긴말이지만, 그래도 그동안 혼자 나름.. 맘고생 많이 했거든요.
집앞에서 로드킬 당해 죽어나가는 강아지들을 여태 몇마리씩 봐오면서 부모님은 당연하고.. 저희도 상처가 많았어요..
(저희 가족이 강아지를 좋아하다보니 지나가는 강아지나, 동네 똥강아지한테도 맛있는거 챙겨주고, 간식 챙겨주고 했더니
수시로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저희집에 오려다 바로 집앞에서 차에 치여 죽은 애들이 ... 셋넷은 되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글쓴이 본인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생활하고 있고, 본가에서 부모님이 장사하시며 강아지들을 돌봅니다.
저는 평소에도 한달에 2번정도는 집을 가기때문에 수시로 강아지들을 봐왔구요.
이번 명절때문에 집에 몇일 내려가있었는데 이놈이
어제 (2/20) 낮부터 오늘 저녁 (현재시간 2/21 밤 9시 30분) 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1년동안 집에 안들어온적이 없었고, 저희집이 늦게까지 장사를 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마감하기 전에 다 들어왔었구요.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집에 안들어왔기에, 뭐지? 싶었는데.... 하루 반나절이 가도록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습니다.
뭐 얼마 안됬네~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도, 정말 시간은 칼같이 지키던 놈이었거든요..
저희 집은 위치 특성 상,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은 곳입니다.
화천 산천어 축제.. 다들 아시겠죠? 서울이나 큰 도시에서 화천으로 갈때 대부분의 차량들이 저희 집앞을 지나고,
마땅한 휴게소가 없기 때문에 단순히 화장실을 위해서라도 저희 집에 많이들 들르십니다. (일반 가정집 생각하심 안됩니다..)
산천어 축제가 끝났지만, 집앞에 바로 큰 강이 있고 그 강에서 빙어낚시 하는 손님들이 많아서 산천어 축제와는 무관하게
주말이나 휴일이면 손님들이 꽤나 많은 편입니다. (깡시골에 일매출 200이상이라고 하면 그 규모가 이해 되실런지...음식점 아닙니다)
혹시나 해서, 차로 주변 동네를 다니면서 무슨 사고가 있지는 않았을지 라이트키고 주변을 다 살펴보고
평소에 갈만한 집들에 다 들려서 주인분들에게 못봤냐고 여쭤봤지만 다들 못봤다고 하시네요. 도로변도 깨끗하구요...
워낙에 순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누군가가 데려가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지저분한 똥개도 아니고 수시로 씻기고, 지저분한 털도 최근에 다 미용했거든요.
평소에 심심하면 낚시 손님들이 많은 곳에 가서 이래저래 돌아다니고, 맛있는것도 주고 하니 계속 사람들한테가서 애교부리고 하는것 같더라구요.
참, 그리고 목에 갈색가죽끈으로 목걸이도 있습니다.
강아지 이름과, 저희 엄마 이름/번호 모두 적혀 있구요...
웬만해서는 이놈이 그냥 바람이 나서 안들어온다거나, 혹은... 무슨 사고가 생긴게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주변을 다 돌아봤고, 어떤 흔적도 없기 때문에 더이상 드는 의심은.. 누군가가 데려갔을수도 있겠다. 란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연휴를 끝내고 출근 준비때문에 서울로 다시 복귀했지만,
집에서는 계속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고.. 저 또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네요.
시골에서 똥개한마리 잃어버린게 무슨 대수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저희에게는 한명의 가족이고 구성원입니다..
저희 집이 워낙에 타지인들의 발길이 많이 닿는 곳이기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글써봅니다.
혹시 누군가가 차에 실고 데려간것이라면, (아닐꺼라 믿고 싶지만)
이 글을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저희 집 근처로 놀러오셨다 운좋게 이놈을 보신 분이 여기 오유에 계셨으면.. 하는 맘입니다.
참고하시라고 사진 하나 함께 올립니다. (세마리중 제일 오른쪽입니다.)
제발 어디서 그냥 놀고있는거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