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_ 나의 사랑은 강렬했으나
강한 것이, 열정적인 것이 좋은 걸로 알았다. 특히 사랑에는,
광화문 네거리에 걸려 있는 전광판처럼 화려하고 거창해야 나는 내 사랑이 너에게 당도할 줄 알았다
나의 그러한 강렬함에 너는 내 손을 잡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너는 너무도 쉽게 피해갔던 것이다
하기사 한 순간 짧게 퍼붓는 소낙비야 잠시만 몸을 피하면 그뿐 아닌가
대신 나는 네가 뿌려놓은 가랑비에 몸이 흠뻑 젖었다
너의 은은한 눈빛에, 너의 조용한 고개 끄덕임에, 너의 단아한 미소에 내 몸과 영혼까지 다 젖고 말았다
너는 나를 피해갔지만,
나는 언제나 너에게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