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양재역에서 형과 친구와 저, 세 명이서 전철을 타려던 중이었죠.
목이 말라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먹으려고 돈을 넣었습니다.
뭐 먹지, 하고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요상한 츄리닝 차림의 남자 한명이 갑툭튀 해 콜라를 누르더군요.
이건 뭔 병진이지 하고 황당해하며 쳐다보니 씨익 쪼개며 가더라구요.
워낙에 갑작스러워서 뭐라 하지도 못하고...
그나마 마테차 안 누른 게 다행이었어, 한 겨울에 총천연색 반바지 추리닝 입고 다니는 사람이 정상일 리 없지, 라고 수근수근하며 우린 본의 아니게 뽑힌 콜라를 마시며 전차에 몸을 실었죠.
그리고 목적지인 다음 역 매헌역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방금 전의 그 요상한 사람이 저희 앞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더라구요.
어버버하는 우리 앞에서 다 올라가더니 이번엔 다시 내려가는걸 타고 저희 곁을 지나 역으로 다시 내려가더군요.
도대체 그 사람은 뭐였는지, 무슨 행동원리에 기반을 두고 그런 신비한 행동을 하는건지...
저희 셋이서 차 어리둥절 했던 저녁이었습니다.